“극장서 허락된 좌석은 맨 앞, 맨 뒷줄뿐”…장애인 문화향유권 ‘깜깜’

“극장서 허락된 좌석은 맨 앞, 맨 뒷줄뿐”…장애인 문화향유권 ‘깜깜’

기사승인 2019-12-19 06:00:00

장애인이 일상에서 문화예술을 즐기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접근성 향상을 위한 설비 확충뿐 아니라 장애인을 문화 향유 주체로 바라보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장애인의 놀이기구 탑승을 제한하는 것은 장애인 차별이라는 심의 결과를 발표했다. 청각장애인 손님의 놀이기구 탑승을 안전상 이유로 막은 관광시설에 대해 인권위는 “청각장애인이 비장애인보다 안전사고 가능성이 높다고 볼 객관적 증거가 없다”며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사례라고 판단했다. 해당 관광시설은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장애인식개선 교육을 시행하라는 권고를 받았다.

이는 한 사례에 불과하다. 실태 조사에 따르면 장애인들이 할 수 있는 여가 활동은 제한적이다. 또 만족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발표된 보건복지부·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장애인 실태조사 통계에 따르면 장애인이 가장 많이 참여하는 여가활동으로는 96.6%를 기록한 TV시청이 1위였다. 컴퓨터 및 인터넷 활용, 휴식 등 외출 없이 혼자 하는 활동이 뒤를 이었다. 문화예술 참여는 3.5%, 단체 및 기관 모임 행사 참여는 2.5%로 가장 낮았다. ‘문화·여가활동 만족도’에 대해 50.7%의 장애인이 약간 불만족~매우 불만족하다고 답했다. 매우 만족한다고 답한 비율은 4%였다. 

독서, 공연 등 분야에서는 장애인을 위한 제반 시설 부족이 두드러졌다. 지난 2017년 기준 전국 908개 공공도서관 중 장애인 자료실이 설치돼 있다고 응답한 도서관은 85개로 9.4%에 불과했다. 지난 2월 기준 경기도 내 공공 공연장의 전체 관람석 4만 6906개 가운데 장애인관람석은 330석으로 1% 미만이었다.

현행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 제 24조는 ‘장애인이 문화‧예술 활동에 참여함에 있어 장애를 이유로 정당한 이유 없이 제한‧배제‧분리‧거부당해서는 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법률에 따라 일정 규모 이상의 문화‧예술 시설은 장애인의 접근성과 편의성을 보장하기 위한 설비를 갖춰야 한다. 그러나 장애인들은 현실적으로 법률의 효력을 체감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국지적발달장애복지협회 상근 활동가는 “취업에 성공한 장애인들 12명과 협회 활동가 2명이 놀이공원으로 소풍을 갔는데, 공원 측에서 장애인 1인당 1명의 보호자가 동반 탑승하지 않으면 놀이기구를 이용할 수 없다고 막아섰다”며 “결국 직원 2명이 같은 기구를 4~5회씩 반복해서 탔다”고 토로했다.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오창석 부장은 “강남과 인사동 일대에서 장애인이 접근할 수 있는 전시관을 찾을 수 없었다”며 “극장에서도 장애인 관람석은 맨 뒷줄이나 맨 앞줄로, 가장 불편하고 상품성 떨어지는 위치”라고 말했다.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오세형 팀장은 “공공기관뿐 아니라 상업적 문화시설까지 장애인 접근성을 제고하려면 추상적 법률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어통역사, 오디오 해설기, 휠체어 관람석 등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정부의 재정 지원이 필요하며, 이를 이미 갖추고 있는 업체에는 세제혜택과 같은 이익을 주는 전략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비장애인과 장애인을 모두 동등한 문화 향유 계층으로 이해하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성주 인턴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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