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아온 ‘소득주도성장(소주성)’의 고삐를 다시 틀어쥔다. 국민소득을 높여 경제성장을 달성하겠다는 소주성 정책방향에 따라 고용지원 확대로 가닥이 잡혔다.
23일 발표된 ‘2020년 경제정책방향’ 고용노동부 주요과제에 따르면 정부는 ▲취업지원금 확대 등 구직자 대상 지원제도 확대 ▲고용환경 개선 등 기업지원 확대 ▲연령 및 계층별 고용장려책 마련 등 크게 3가지 줄기에서 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다.
먼저 ‘구직자 지원제도 확대’를 위해 고용노동부는 국회에서의 법통과를 전제로 내년도 하반기 중 ‘국민취업지원제도’를 마련, 고용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고용취약계층의 취업지원을 늘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만약 예정대로 제도가 시행된다면 중위소득 50%(18~34세, 120%) 이하 구직자에게는 최대 6개월간 월 50만원의 구직촉진수당이, 중위소득 100%(18~34세, 소득무관) 이하 구직자에게는 진로상담 및 직업훈련, 창업지원, 구직활동지원 등 취업지원서비스가 제공된다.
여기에 직업훈련을 지원하는 ‘내일배움카드’도 내년 1월부터 ‘국민내일배움카드’로 통합되고, 맞춤형 능력개발 및 직업훈련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지원대상 및 범위, 내용 등이 확대된다. 기업·현장의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맞춤형 직업훈련과정을 신설하는 등 배움의 기회도 양과 질 모든 차원에서 넓힌다.
급격한 고용위축이 예상되는 지역들이 주도적 혹은 선제적 대응을 할 수 있도록 일자리창출과 직업훈련, 고용서비스, 근로조건 및 환경개선을 묶음으로 설계한 사업을 공모방식으로 선정해 최대 5년간 30~12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고용환경 개선 등 기업지원 확대’ 방안으로는 주52시간제 정착 및 근로시간 단축제도 확산을 위해 이미 발표한 계도기간 1년 부여 및 특별연장근로 인가사유 확대, 인력채용 지원강화 및 외국인 고용한도 한시 상향 등의 방법과 함께 신규채용 인건비 및 노무비 지원, 재직자 임금보전 및 생산성 향상을 위한 지원에도 힘쓸 방침이다.
더불어 직무 중심의 인사관리체계를 희망하는 기업을 8개 업종별로 2~3개씩 선정해 6개월간 전문 컨설팅 비용을 총 4억원가량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임금직무 정보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시장의 임금정보와 직무평가도구를 개발해 평균임금 향상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한 직무·능력 중심의 임금체계로의 개편을 위한 연공급제 도입 등 논의에도 나설 계획이다.
퀵서비스나 택배기사 등 고위험·저소득의 특수형태근로자의 직종도 20년에는 방문서비스 종사자와 화물차주, 21년에는 돌봄서비스 종사자 및 IT업종 종사자 등을 점진적으로 포함하는 방향을 검토하기로 하고, 이들에 대한 산재보험료도 근로자 본인은 80~100%, 사업주는 60~80% 경감하기로 했다. 아울러 직종별 표준계약서를 도입·보완해 확산한다.
연령 및 계층별 고용 장려에 대한 고민도 담았다. 당장 청년 구직자와 중소기업 간의 불균형을 맞추기 위해 청년 구직자에게는 청년추가고용장려금을 지속하는 한편, 청년내일채움공제도 임금상한 기준을 월 500만원에서 350만원으로 낮추기로 했다.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은 국민취업지원제도로 통합해 고용서비스 내실화를 꾀한다.
여성의 경우에는 내년 2월부터 부부가 동시에 육아휴직을 신청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육아휴직 기간 종료 후 복직 시 급여의 25%를 6개월간 지급하던 사후지급제도도 개선해 근로자가 비자발적 사유로 6개월 이전에 퇴사한 경우에도 사후지급금을 주기로 했다.
육아휴직을 부여하거나 대체인력을 채용한 사업주에게도 내년 상반기부터 사용기간 중 지원금의 50%를 지급하도록 사후지급방식을 개선하고, 기업 중 중소기업의 경우 대체인력지원금을 월 60만원에서 80만원으로 확대·지급할 예정이다.
특히 정치권 등에서 지적된 40대 고용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도 마련한다. 당장 노동부는 기획재정부와 함께 ‘범정부TF’를 구성, 이번 주 내에 회의를 열어 논의과제를 정리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이어 내년 1월에는 40대 고용실태조사에 착수하고 내년 3월 중 관계부처 합동으로 40대를 위한 별도의 고용대책을 마련하는데 뜻을 같이 했다. 이밖에 40대의 취업지원 및 기업의 40대 고용을 장려하기 위한 직업훈련 및 지원금 확대 등을 진행하고, 관련 상담프로그램을 운영·지원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덧붙여 50~60대 등 신중년을 위한 맞춤형 일자리 확대를 위해 내년 5월부터 일정규모 이상의 기업이 재취업지원서비스를 의무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하고, 고용장려금 및 경력형 지역일자리 사업도 확대한다.
고령자의 지속적인 근로를 위해 월30만원의 고용장려금을 지급하고, 고령자 지원금 지급액도 기존 27만원에서 30만원으로 늘리는 한편, 취업지원프로그램에 참여한 만65세 이상 고령자와 1년 이상 근로계약을 한 경우 고용촉진장려금을 지원하기로 하는 등 고령화에 따른 사회변화에도 발맞출 계획이다.
이와 관련 김경선 노동부 기획조정실장은 “2019년 한 해는 어려운 대내외적 경제여건 속에서도 혁신적 포용국가 마련에 전력을 해왔고, 성과도 있었다. 특히 일자리와 관련해 취업자 수와 고용률 등이 지속 증가하고, 상용직 사정이 증가하는 등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어려움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정부의 제도개선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노동부는 더 많은 국민에게 일자리를 구해주고, 일자리를 통해 다 함께 잘 살 수 있도록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일자리정책을 추진해 나가겠다”며 일련의 내용을 포함한 10개 과제를 발표했다. 나아가 40대를 우리 경제에서 가장 현실적으로 어려운 대상이라고 꼽으며 “좀 더 심층적이고 구조적인 방향에서 접근해 전방위로 모든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정부가 저소득층 구직자에게 구직촉진수당과 함께 취업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민취업지원제도' 근거 법률제정이 지연되는 것과 관련해서는 “취업지원을 좀 더 쳬계적으로, 그리고 고용보험의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을 위해 체계적인 취업지원서비스를 만들기 위한 고용서비스 선진화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법안”이라며 통과를 낙관했다.
아울러 “국민취업지원제도가 우리나라 고용서비스를 한걸음 더 업그레이드 하는 그런 제도라고 생각한다”며 거듭 강조한 후 “법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에도 취업성공패키지와 청년구직촉진수당을 쓸 수 있도록 예산안 통과 과정에서 부대의견을 달았다”며 제도 시행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내놨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