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장혁 “대본 백 번 이상 보고 촬영 임하죠”

[쿠키인터뷰] 장혁 “대본 백 번 이상 보고 촬영 임하죠”

기사승인 2019-12-23 19:02:15

다작하는 배우로 유명한 장혁의 대표작을 꼽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단순히 여러 작품에 얼굴을 비추는 것이 아니라, 작품 속에서 자신이 맡은 역할을 선명한 색채로 풀어나가 호평을 이끌어 내기 때문이다.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나의나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장혁이 ‘나의나라’에서 연기한 이방원은 버려진 이들의 나라를 세우기 위해 자신의 곁에 선 이들을 버려야만 했던 비운의 인물이다. 장혁은 이 역할을 입체적으로 그려내며,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버려진 자들의 나라를 만들고, 내 사람들을 절대 버리지 않겠다고 했으면서 결국 다 버려야 했던 방원의 모순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나의 나라’를 마친 후 서울 학동로 한 카페에서 만난 장혁의 말이다.

영화 ‘상실의 시대’에 이어 두 번째로 이방원 역을 맡게 된 장혁은 “작품 속에서 끝내 안타고니스트일 수밖에 없는 방원을 막연하게 나쁘게 표현하기보다 그가 그 길을 갈 수밖에 없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결말서 끝내 옥좌에 앉는 그가 쓸쓸해 보이는 이유다.

“작품을 처음 제안받았을 때부터 부탁드렸어요. 극 중에서 방원이 단순히 주인공을 방해하거나 나쁘게 그려지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향할 수밖에 없는 이유와 감정의 폭 등을 표현하고 싶다고요. 결말에서 방원이 옥좌에 앉았을 때 승리자로 보이는 게 아니라, 모두를 떠나보낸 상실감을 느끼는 인물로 존재했으면 했어요. 이런 결과를 생각하고 달려가다 보니 연기적으로도 다양한 여지가 생겼죠.”

캐릭터를 적확하게 그려내고자 작은 것 하나까지 섬세하게 신경 쓰며 연기했다. 서 있는 위치와 앉아있을 때의 자세, 시선 처리와 상대를 응시하는 순서, 다른 배역과의 거리감뿐만 아니라 손에 든 부채를 어떤 각도로 펼쳐 보일 것이냐까지 고민의 연속이었다. 밀도감 있는 대사를 표현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장혁은 “대사가 여덟 마디면, 눈빛은 스무 개가 나와야 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연기자들과의 호흡은 “치열하고 즐거웠던 시합”으로 회상했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많은 시합을 한 것 같아요. 견고한 분, 날카로운 분과도 붙어봤죠. 새롭게 연기하는 친구들과도 합을 맞췄고요. 양세종, 우도환, 설현 등 젊은 연기자들과 함께 했는데 모두 색이 달라서 여러 설정을 하며 연기했어요. 그런 것들이 매우 즐거우면서도 힘든 과정이었죠. 매번 현장에서 부딪히기 전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왔을까’하는 기대가 있었어요.”

‘나의나라’ 이방원을 연기하며 느꼈던 다양한 감정과 어려움 등을 털어놓던 장혁은 “한 장면을 연기하기 위해 대본을 백 번 이상 보고 촬영에 들어간다”라고 귀띔했다. 여전히 매일 연습실에 발도장을 찍지만, 그래도 어려운 것이 연기라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연습실에서 현장의 거리감을 생각하며 대사 톤을 연습해요. 그런데 현장에 가니까 그 거리가 두 배인 거죠. 연습을 많이 해도 막상 현장에 가면 그 흐름이 깨질 수가 있어요. 그럴 땐 연습했던 것을 기반으로 감정을 유지해 다시 도전하는 거죠. 연습은 매일 해요. 아침마다 소리 내서 책을 읽고 대사를 외우죠. 대사는 익숙한 자신의 말이 될 수 있도 암기해야 해요.”

열정적으로 연기 연습에 관해 이야기하던 장혁에게 “다작을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느냐”고 물었다. 이미 차기작으로 OCN 드라마 ‘본대로 말하라’를 확정한 그는 “작품을 하는 순간이 가장 즐겁다”고 담담하게 답했다. 

“40대가 되니까 대본을 받을 때 ‘이런 역할이 나에게 다시 들어올까?’하는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사실 저는 배우가 작품을 안 하면 무엇을 할까 싶기도 해요.(웃음) 잘 모르니까 역할을 공부하고 준비하고, 현장에 가서 연기하고 그런 순간이 가장 행복해요. 배우는 현장이 회사와 다름없어요. 현장으로 출근하는 프리랜서인 셈이죠. ‘나의나라’를 마쳤으니 이제 다시 출근할 일만 남았네요.”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 사진=싸이더스HQ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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