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이병헌 “리준평의 변화와 변주, 즐기면서 연기했죠”

[쿠키인터뷰] 이병헌 “리준평의 변화와 변주, 즐기면서 연기했죠”

이병헌 “리준평의 변화와 변주, 즐기면서 연기했죠”

기사승인 2019-12-25 07:01:00

영화 ‘백두산’(감독 이해준·김병준)에서 배우 이병헌이 연기한 북한 무력부 소속 요원 리준평은 속을 가늠하기 어려운 인물이다. 첫 등장부터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내다가도 이내 실없는 농담을 한다. “웃기기도 하고 날 선 사람처럼 보이기도 하는 그 모습이 리준평이라고 생각해요. 등장하는 첫 장면에서 한 번에 보여주고 싶었죠. 극 중에서 느슨해졌다가 팽팽해지는 리준평의 변화와 변주를 즐기며 재미있게 연기했어요.” 지난 19일 서울 삼청로 한 카페에서 만난 이병헌의 말이다.

“처음 등장할 때 사용하는 사투리나 러시아어 등은 시나리오에 있던 설정이에요. 다만 첫 등장에서 어떻게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을지 여러 버전을 준비하며 고민했죠. 영화가 시작하고 20분가량 모두가 리준평을 찾으려고 하잖아요. 관객에게 궁금증과 기대감을 준 만큼, 모두가 놀랄만한 임팩트를 주고 싶었죠.”

속을 알 수 없던 리준평은 백두산 폭발을 막기 위해 남에서 건너온 폭발물처리반(EOD) 대위 조인창(하정우)과 티격태격하며 조금씩 마음을 열어간다. ‘백두산’은 재난영화인 동시에 두 사람이 함께 호흡을 맞춰 하나의 목표로 향하게 되는 버디무비이기도 하다. 이병헌 또한 이러한 시선에 동의했다.

“보통의 재난영화라면 각각의 캐릭터가 각자의 위치에서 재난을 어떻게 이겨나가는지 조명하겠지만, 이 영화는 특이한 형식으로 전개돼요. 버디무비의 성격이 짙죠. 영화 출연 여부를 고민하고 있을 때, 하정우 씨가 ‘형이 꼭 함께했으면 한다’고 말해줬어요. 하정우 씨와 함께 영화를 만들어 가면 재미있겠단 생각을 했어요. 출연을 결정한 큰 이유 중 하나였죠.”

영화 속 리중평과 조인창은 끊임없이 농담 같은 대사를 주고받는다. 무거운 내용의 재난영화인줄 알고 극장을 찾았던 관객도 두 인물의 대사를 듣고 웃음을 터트릴 수 있을 정도다. 예상보다 자주 등장하는 코미디 부분에 관해 이병헌은 “누군가에겐 덜하고 누군가에겐 더할 수도 있지만, 이 정도면 대중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연기했다”고 말했다.

“대사 중 애드리브도 많았어요. 특히 하정우 씨와 함께했던 장갑차 장면에서 줄임말을 이야기할 땐 서로 경쟁하듯이 애드리브를 하기도 했고요. 상점 안에서 콜라를 마시면서 했던 장면도 마찬가지예요. 더 재미있는 대사들도 많았는데 전체적인 영화의 흐름상 편집된 부분도 많아요. 배우 입장에선 아쉽기도 하지만, 감독님들께서 전체를 보고 균형감 있게 조율한 결과물이라고 생각해요.”

언젠가부터 영화의 예매율을 가끔 확인한다는 이병헌은 “배우로서 책임감과 부담감을 느끼되, 긍정적인 부분만을 취하려고 한다”고 털어놨다. 상업영화를 작업하는 배우가 책임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것에 얽매이는 순간 연기에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그는 “잘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라며 웃었다. 

하지만 ‘백두산’의 오락적 재미에 관해선 큰 자신감을 보였다. ‘백두산’을 “재미가 가장 중요한 영화”라고 강조한 그는 “제목이나 예고 때문에 심각한 작품으로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 것 같지만, 결국 굉장한 오락영화”라며 “관람 전후의 이미지가 크게 다를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무대인사 중 관객을 보며 알았는데 제가 정말 오랜만에 12세 관람가 영화를 작업했더라고요. 좌석에 어린 관객들이 앉아있어서 낯선 느낌이었어요. 그날 전혜진·이선균 부부의 아들도 와서 관람했는데 무척 재미있게 봤다고 해요. 연말엔 역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백두산’과 함께 보내시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 사진=BH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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