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필리버스터 국면… 텅 빈 본회의장, 시끄러운 원내

국회 필리버스터 국면… 텅 빈 본회의장, 시끄러운 원내

공허한 무제한 토론 속 치열한 ‘보수 vs 진보’ 장외공방… 결전의 날은 ‘26일’

기사승인 2019-12-24 16:18:22

23일 오후 9시경, 문희상 국회의장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안 수정안을 국회 본회의에 기습 상정하며 본격적인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시진행 저지행위)’가 시작됐다. 이에 정치권이 극한 대결로 치달으며 보수와 진보로 양분되는 양상이다.

문 의장을 통해 본회의를 기습 개의한데 이어 지난 11일 시작된 12월 임시국회의 기간을 오는 25일 자정까지로 줄이는 ‘회기 결정이 건’을 상정·표결처리를 강행한데다, 선거법 개정안 기습 상정까지 일사천리로 처리한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는 일련의 의사진행의 정당성과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특히 ‘4+1’의 최전선에 선 민주당은 한국당이 비정상적인 방법을 동원해 본회의 의사일정 진행을 방해할 경우 국회법에 따라 고발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며 강경대응을 시사했다. 나아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을 순서대로 처리하겠다는 강한 의지도 피력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2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개혁열차가 플랫폼을 출발했다. 이제 돌이킬 수 없는 거대한 개혁이 시작된다. 좀 더디고 번거롭더라도 인내심을 갖고 국회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개혁완수까지 뚜벅뚜벅 전진하겠다. 국민의 이해를 구하면서 정치개혁을 시작으로 검찰개혁, 유치원 개혁, 민생개혁 법안까지 거침없이 달려가겠다”고 다짐을 내보였다.

또 “어제(23일) 한국당은 또다시 공공연하게 정상적인 회의진행을 방해하고, 몸으로 막아서기까지 했다. 이는 명백한 회의진행 방해 행위에 해당한다”며 “한국당의 국회선진화법 위반행위가 재발된다면 단호한 대응을 검토하겠다. 한 번 더 의사진행 방해 행위가 재발하면 충분한 내부 검토를 거쳐 필요하다면 사법처리를 요청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정의당과 ‘4+1 협의체’에 참여한 정당들도 지원에 나섰다. 윤소한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선거법 개정안은 정치개혁을 온전히 실현하기에는 만족스럽지 못한 게 사실”이라면서도 “이렇게 개혁이 시작되고 진전할 것이란 믿음을 갖고 대승적으로 수용했다”고 선거법 개정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민주평화당도 박주현 수석대변인 논평을 통해 “드디어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여야 4+1 수정합의안이 본회의에 상정되었다. 비록 50% 준연동형이고 30석 캡이 씌워져 있기는 하지만, 승자독식의 대한민국을 바꾸는 소중한 첫 걸음이 되리라 확신한다”며 선거법 개정안 상정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혔다.

◇ ‘비례한국당’ 창당 공식화하며 반격 나선 보수=이에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이란 이름 아래 모인 바른미래당 비당권파는 민주당을 필두로 한 진보진영을 향한 공세에 나섰다. 당장 한국당은 문 의장의 회의진행 당시의 불법성과 선거법 개정안의 위법성에 초점을 맞추는 한편, 비례대표 선출을 위한 위성정당 ‘비례한국당’ 창당을 공식화하며 반격하기도 했다.

먼저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필리버스터가 진행 중인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법 개정안을 “지역구 투표와 비례투표를 연동, 연결시키기 때문에 직접선거라는 기본 원칙에 위배된다”면서 ‘위헌’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4+1 협의체’를 향해 “이념이고 원칙이고 다 버리고 오직 밥그릇에만 매달리는 추태를 보였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주호영 한국당 의원은 무제한 토론에서 “정의당이 어떻게 해서든 의석수 좀 늘려보려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천하에 없는 제도를 만들어오고, 민주당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을 어떻게든 통과시키려고 두 개를 맞바꿔 먹었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문재인 정부와 집권여당의 행태로 대한민국에 공정과 정의가 사라졌다는 등의 혹평을 쏟아내기도 했다.

말만이 아닌 행동에도 나섰다.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법안인 선거법 상정과정에서 문 의장이 불법적으로 본회의를 진행했다고 판단해 문 의장을 ▲‘직권남용 및 권리방해’ 혐의로 형사고발하고 ▲직무정지 가처분신청 ▲사퇴촉구결의안 제출 ▲헌법재판소 권한쟁의 심판청구 등을 제기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여기에 김재원 정책위의장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수차례 경고를 했지만, 이런 반헌법적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시작을 하고 있다. 차기 총선에서 이번에 통과를 획책하고 있는 준준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이름의 해괴한 선거법이 얼마나 반헌법적·반문명적인지를 만천하에 공개하고자 한다”며 비례한국당 창당결정을 공식 발표하기도 했다.

새로운보수당 창당을 준비 중인 유승민 의원도 새보수당 창준위 비전회의에서 “국회법과 선거법은 국민의 대표를 어떻게 뽑느냐는 게임의 규칙이기에 군사독재정권 시절에도 극히 예외적 경우를 제외하고 여야합의로 통과시켰다”면서 “크리스마스 선물로 날치기, 밥그릇 막장 정치 연출한 민주당과 2중대는 국민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선거법 개정을 두고 보수와 진보 간의 감정은 오는 25일 자정까지인 임시국회 회기를 마칠 때까지 끝없이 달아오르다, 26일 임시국회 새 회기가 시작하는 본회의에서 선거법 개정안의 표결이 붙여질 때 가장 크게 타오르며 맹렬히 충돌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양 진영 사이에서 의사진행의 책임을 맡은 문 의장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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