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확정’, 허경영도 국회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확정’, 허경영도 국회로?

본격적인 ‘다당제’ 시대 개막… ‘일회용’ 지적에 군소정당 난립, 비례정당 등장은 ‘숙제’

기사승인 2019-12-28 01:00:00

2020년 4월 15일, 국민의 뜻을 좀 더 반영할 수 있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확정됐다. 하지만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진영은 물론 일부 시민사회에서도 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어, 내년도 총선국면은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

지난 25일 자정, 무제한 토론방식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저지행위)가 마무리되며 국회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모든 논의를 마무리했다. 이어 자유한국당의 ‘동물국회’ 재현을 불사한 극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문희상 의장은 선거법 개정여부를 국회의원에게 묻는 표결절차에 들어갔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을 위시한 ‘4+1 협의체(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소속 의원들도 호응했다. 이들은 재적인원 167명 중 찬성 156명라는 투표결과를 보이며 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지난 본회의에서 내년도 정부예산안을 통과시킬 때 보였던 단단한 연대를 다시 연출했다.

이에 따라 선거연령이 만19세에서 만18세로 낮아진다. 의석수는 지역구 의석 253석, 비례대표 의석 47석 총 300석으로 유지하되, 비례대표 47석 중 30석에는 정당득표율을 50% 연동해 국민의 뜻이 보다 많이 반영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군소정당의 국회진입 장벽인 ‘봉쇄율’은 3%가 적용되지만 ‘중진 보험’ 등의 비난을 받았던 석패율제 도입은 하지 않기로 했다.


◇ 달라진 선거제도, 군소정당 ‘국회진입’ 쉬워질까?=국회 본회의에서 ‘공직선거법’이 개정되며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새롭게 도입됨에 따라 21대 국회의 구성도 다소 달라질 전망이다. 당장 군소정당연합의 목소리가 현재에 비해 커지며 거대 양당의 대결결과에 좌우됐던 의사결정도 종식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본격적으로 다양한 국민의 목소리가 반영된 ‘다당제 국회’의 시대가 열린 셈이다. 실제 내년 총선에서 과반도 노려볼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던 민주당의 바람은 ‘꿈’으로 그칠 가능성이 커졌다. 더구나 개정에 반발했던 한국당의 제1야당이란 위세도 한풀 꺾일 것으로 보인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선거제도가 바뀌면 우리당도 비례대표 의석을 못 얻게 될 것 같다. 그러나 그동안 국민의 사표(死票)를 방지하는 뜻에서 소수당에게 양보하는 의미로 선거개혁안 받아들였다. 어려워지겠지만 대의적으로 생각해달라”며 소속 의원들을 다독이기까지 했다.

그렇다면 군소정당의 입장은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가장 득을 보는 정당은 정의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군소정당 중 대중적 인기를 많이 얻어 ‘정당득표율’을 전체 유권자의 3% 이상을 확보할 수 있는 정당에게 국회의원의 상징인 ‘금배지’가 많이 돌아가게 된다.

이와 관련 박주현 민주평화당 수석대변인은 선거법 개정안 통과에 대한 논평에서 “미흡하지만 새로운 선거법으로 인해 승자독식의 체제에는 확실한 균열이 생길 것”이라며 “기존 정치체제에서 소외되고 차별받아온 사회적 약자들이 정치에 직접 참여하는 공존의 사회로 가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 달라진 계산법, 최대수혜자는 ‘정의당’…관건은 ‘팬심’=수치로 따져보면 바뀐 제도에 따라 정당별 비례대표 의석은 ‘{(300석 - 무소속 등 정당추천이 없는 지역구 당선자 수) × 정당 득표율) - 해당 정당의 지역구 당선자 수}÷2’라는 공식을 바탕으로 여타 정당의 비례의석수를 감안해 배정된다.

만약 A정당이 정당득표율 20%를 획득하고, 지역구 당선자를 10명 배출할 경우, 비례의석은 25석을 1차적으로 받을 수 있다. 다만 B정당이 같은 방식으로 비례의석을 10석 배분 받았다면 ‘연동형 비례대표 의석수’가 30석으로 한정돼있어 이들 의석을 각각 비율로 계산해 조정한 값인 A정당 21석, B정당 9석을 최종적으로 할당받게 되는 것이다.

같은 방식으로 20대 총선결과와 지난 23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전국성인 25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정당지지율 결과(신뢰수준 95%, 표본오차 ±2.0%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등 참조)를 반영해 내년도 총선결과를 예측한 결과에 따르면, 가장 득을 보는 정당은 ‘정의당’이다.

정의당의 경우 정당지지율이 민주당(39.9%)과 한국당(30.9%) 다음으로 높은 6.6%를 기록해 지지율이 정당득표율로 그대로 적용된다면 비례대표로만 10석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에 20대 총선에서의 지역구 당선자 2명이 추가되면 총 12석을 배정받을 수 있게 된다. 지금의 6석의 2배가 되는 셈이다. 

이와 함께 봉쇄조항인 3% 정당득표율을 넘는 정당들을 기준으로 분석을 이어가면, 민주당은 비례대표 의석수로만 20석을 얻어 총 136석, 한국당은 비례대표 의석 15석을 더해 총 106석, 바른미래당(정당지지율 4.8%)은 지역구 의석 15석에 2석을 추가로 확보해 총 17석을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 정치지형 일대변화… 허경영 국회진출도 꿈은 아니다?=관건은 ‘인지도’와 ‘정당수’에 따른 정당지지율 변화가 일부 보일 수 있다는 점이다.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C&I)가 지난 18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전제로 발표한 정당지지율(95% 신뢰수준, 표본오차 ±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등 참조)에 따르면, ‘새로운보수당’이라는 신당의 창당과 제도개편에 따른 정당지지율 변화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조사결과, 민주당은 28.8%, 한국당은 29.1%, 정의당은 12.4%, 새로운보수당은 7.5%, 바른미래당은 3.4%로 리얼미터의 지지율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여기에 창당을 준비 중인 대안신당을 비롯해 내년 총선을 대비해 창당을 준비하는 11곳에, 이미 정당등록을 마친 곳도 34개나 돼 최대 50여개 정당이 비례대표 각축전을 벌일 수도 있어 변화는 더욱 클 전망이다.

변수는 또 있다. 한국당이 이미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시 ‘비례한국당’을 창당하겠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했듯 비례대표 의석확보를 위해 거대 정당이 비례대표정당을 만들 경우 계산은 더욱 복잡해진다. 게다가 선거법 개정에 따라 약 55만명에 달하는 만18세 유권자가 새롭게 유입되는 점도 하나의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 한 정치권 관계자는 “벌써부터 정당들의 청년층 잡기에 몰두하고 있다. 새로운보수당의 경우 대놓고 청년당을 표방하며 표심잡기에 나서는가 하면 다른 정당들도 새내기 대학생과 성인들을 위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면서 “비례한국당과 함께 선거제 개편에 따른 또 하나의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15대와 17대 대통령선거에서 후보로 나섰던 허경영씨가 이끌고 정당등록도 마친 ‘국가혁명배당금당’의 국회 진입에 대한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이 관계자는 “17대 대통령 선거에서 약 10만 표를 받았다. 여기에 각종 현금살포성 복지정책을 내놓고 있어 3%인 13만표를 얻는 것도 아예 불가능하진 않을 수 있다”고 웃음기 섞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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