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와 막걸리에 대한 과세 체계가 기존의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변경되면서 제조업체에서는 가격조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국산 맥주와 수제맥주의 경우 과세 체계 변화로 세 부담이 줄어들어 가격을 낮출 유인이 커졌다. 일부 업체의 경우 이를 반영하여 가격을 실제로 조정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 세 부담 줄어든 국산 맥주

이번 과세 체계 변경에 따라 1㎘ 당 83만3000원의 주류세가 부가되게 된다. 

생맥주의 경우 업계 의견 등을 고려해 2년간 세율을 한시적으로 20% 경감해 ℓ당 664.2원이 과세된다. 통상적으로 국내 제조업체에서는 3% 수준의 세금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국내 주류는 출고가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종가세가 유지돼왔다. 제조원가·판매관리비·이윤이 더해진 과세표준의 72%인 ‘주세’와 이 주세에 30%가 추가된 ‘교육세’, 과세표준·주세·교육세 합의 10%가 추가된 ‘부가세’가 더해져왔다. 

이에 반해 수입맥주의 경우 과세표준에 수입 신고금액과 관세만이 적용되며 여기에 72%의 주세가 적용되는 방식이라 그간 역차별 논란의 중심에 서있었다. 여기에 무역협정으로 미국·유럽산 맥주에 대한 수입관세가 전면 철폐돼 가격 경쟁이 불가능해왔다. 

이번 과세 체계 변경에 따라 수입맥주는 세 부담이 늘게 됐다. 수입맥주 평균 주세 납부세액은 ℓ당 764.52원으로 12% 가량 늘어났다. 그간 ‘4캔 1만원’ 등 국산 맥주로는 어려운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해왔던 수입맥주들은 당분간 제동이 걸리게 됐다.

롯데주류는 과세 체계 전환과 동시에 일부 제품에 대한 출고가격 조정에 나섰다. 롯데주류는 이날 클라우드는 캔맥주 500㎖ 기준 1880원에서 1565원으로, 피츠는 캔맥주 500㎖ 기준 1690원에서 1467원으로 각각 인하한다고 밝혔다. 케그(20ℓ기준)는 클라우드는 기존 3만7000원에서 3만8108원으로, 피츠는 3만430원에서 3만4714원으로 소폭 오른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소비자 혜택을 확대한다는 정부의 정책에 공감하며 종량세 전환에 맞춰 출고가격을 인하한 것”이라고 밝혔다.

◇ 족쇄 푼 수제맥주… 성장 날개 단다

종량세 전환에 따라 수제맥주 업계도 세 부담이 낮아지게 됐다. 생산원가가 높은 수제맥주 특성상 출고가 기준으로 세가 매겨지는 종가세는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꼽혀왔다. 수제맥주업계에서는 이번 종량세 도입으로 세 부담이 30% 이상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수제맥주 시장은 최근 몇 년 사이 크게 성장했다. 2014년 54개였던 수제맥주 업체는 2018년 100여개 이상 늘어났다. 같은 기간 7억원이었던 시장 규모도 200억원 이상으로 크게 증가했다. 

이는 2014년 맥주 양조유통에 관한 주세법 개정에 따른 것이다. 이를 통해 소규모 양조장에서 주조된 하우스맥주의 외부 유통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2017년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수제 맥주의 일반소매점 판매를 허용하면서 본격적인 성장세가 시작했다.

과세체계 전환에 따라 수제맥주 업체들은 공격적으로 맥주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핸드앤몰트, 제주맥주 등 제조업체들은 저변 확대를 위해 선제적으로 출고가를 인하하기도 했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