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그룹이 푸르덴셜생명 인수에 나섰다. 2018년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 인수를 포기한 KB금융이 1년 반 만에 푸르덴셜생명 인수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특히 이번 KB금융의 푸르덴셜생명 인수는 M&A전문가인 윤종규 KB금융회장의 ‘마지막 화살’이라는 점에서 금융권의 관심이 높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지난 16일 진행된 푸르덴셜생명 예비입찰에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KB금융과 함께 대만계 푸본그룹, MBK파트너스·한앤컴퍼니·IMM프라이빗에쿼티(PE) 등도 인수에 도전했다.
◆‘마지막 한 발’에 자금 ‘올인’=그동안 윤 회장에게는 신한금융이 오렌지라이프 인수를 통해 KB금융과의 경쟁에서 비교우위를 차지하자 인수합병(M&A) 질문이 ‘꼬리표’처럼 따라 붙었다. 윤 회장은 M&A 질문이 나올 때 마다 ‘마지막 한 발’이 있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그는 지난해 주총에서도 “양궁으로 비교하자면 상대방은 화살 열 발을 다 쐈고 우리는 아직 한 발의 화살을 남겨놓고 있다”며 “한 곳이 열 발을 쏘고 우리가 아홉 발을 쏜 상태에서도 비슷한데 확실하게 우위를 굳히는 한 발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 푸르덴셜생명 인수가격이 2조원 안팎으로 평가되는 상황에서 KB금융이 이번 인수에 성공할 경우 한동안 대형 M&A에 나서기는 어렵게 된다. KB금융의 지난해 9월말 이중레버리지 비율은 125.59%로 규제비율 130%까지 추가 출자여력은 84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다만 KB금융이 보유하고 있는 1조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와 계열사의 배당 등을 고려할 경우 KB금융의 인수여력은 2조원을 넘어간다. 이는 KB금융이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하면 한동안 추가적인 대형 M&A에 나설 자금이 없다는 말이다. 따라서 KB금융은 ‘마지막 한 발’의 M&A를 통해 신한금융과의 격차를 줄이고 은행 중심의 수익구조를 개선해야 하는 상황이다.
◆푸르덴셜 인수 ‘확실한 우위’ 굳힐까=시장에서 푸르덴셜생명은 알짜 매물로 평가되고 있다. 푸르덴셜생명은 총 자산 20조원 규모로 전체 생명보험사 가운데 11위인 중형 보험사다. 특히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이 505%에 육박하고, 수익성 지표인 운용자산이익률은 3.8%로 업계 4위에 달해 수익성과 건전성을 두루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다만 연 1600~1700억원(2017~2018년) 수준인 푸르덴셜생명의 순이익이 KB금융에 반영된다고 해서 KB금융이 신한금융과의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차지했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의 지난해 3분기까지 순익 차이는 1189억원으로, 연 1500억원 안팎의 차이가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신한금융이 내달 오렌지라이프의 100% 자회사 전환을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완전자회사 전환 시 지분법에 따라 현재 60% 수준만 반영되고 있는 오렌지라이프의 순익은 신한금융에 100% 반영된다. 오렌지라이프가 연 3000억원 수준의 순익을 기록하는 만큼 신한금융은 완전자회사 전환만으로 1200억원 넘는 순익이 늘어난다.
금융권에서는 KB금융이 신한금융을 넘기 위해서는 푸르덴셜생명이 최소 연 2500억원에서 3000억원 수준의 순익을 창출해야 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프루덴셜이 2500~3000억원 정도 해줘야 신한금융과 비슷한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며 “그동안 KB생명이 사실상 그룹과 시너지를 창출하지 못한 만큼 프루덴셜이 어느 정도 시너지를 창출하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의미의 ‘마지막 화살’=KB금융의 푸르덴셜생명 인수는 KB금융의 자금 측면에서 마지막 화살인 동시에 윤 회장에게도 마지막 화살이 된다. 올해 11월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는 윤 회장에게 임기가 끝나기 전 마지막 M&A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윤 회장은 2014년 11월 KB금융지주 회장으로 취임해 올해 6년째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KB금융 내규상 한 번의 연임이 더 가능한 윤 회장 입장에서 연임에 도전할 경우 확실한 경영성과를 창출해야 한다. 특히 금융권에서 금융지주 회장의 장기 집권을 두고 ‘권력이 고착화, 비대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반대 여론을 누를 경영성과가 절실한 상황이다.
윤 회장이 올해 경영성과를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는 앞서 진행된 임원 인사에서도 드러났다. 지난달 진행된 계열사 대표 인사에서 KB손해보험 등 7개 계열사 대표이사를 재신임한 것. 당시 KB금융은 7개 대표이사를 재신임하면서 “가시적인 경영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검증된 실행력을 보유한 리더그룹 형성에 중점을 두었다”고 밝혔다.
금융권 관계자는 “CEO의 확실한 연임 사유로 '경영성과' 만한 것이 없다”며 “일반적으로 CEO의 연임을 앞두고 기업이 실적을 끌어올리거나 가시적인 M&A에 나서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