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입찰 경쟁의 막이 올랐다. 업계 ‘빅3’로 꼽히는 롯데와 신라, 신세계는 물론 현대백화점면세점의 입찰 참여 가능성이 높아 치열한 각축전이 예상된다. 인천공항은 연간 7000만명이 오가는 ‘핫 플레이스’다. 지난해 인천공항 면세점 매출은 2조6000억원으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그만큼 업계의 위상이 걸린 곳이기도 하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 17일 인천공항 제1 터미널의 면세점 사업자를 선정하기 위해 입찰공고를 게시했다. 이번 입찰은 올해 8월 계약이 종료되는 총 8개 사업권을 대상으로 공개경쟁 방식으로 진행된다. 사업권은 대기업 사업권 5개, 중소·중견 사업권 3개 등으로 구성된다. 총 대상 면적은 1만1645㎡다.
입찰에 나온 구역 중 화장품과 향수를 판매하는 DF2구역과 주류·담배를 판매하는 DF4구역, 패션·잡화를 판매하는 DF6구역은 현재 신라면세점이 운영 중이다. 주류·담배·포장식품을 판매하는 DF3구역은 롯데면세점이, 패션·잡화를 운영하는 DF7구역은 신세계면세점이 운영한다. 중소기업 구역 3곳 중 DF9는 SM면세점, DF10은 시티플러스, DF12는 엔타스듀티프리가 운영하고 있다.
이번에 나온 8개 구역의 매출만 1조원에 달한다. 한화갤러리아·두산 등 대기업들도 철수하고 있는 시내면세점과 대조적이다. 이에 주요 기업들은 인천공항 면세점은 눈독을 들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입찰 전에 지난해 두산이 포기한 시내면세점 사업권을 취득한 현대백화점 면세점도 뛰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천공항 면세점 입점에 성공하면 상대적으로 여러 보상이 따른다. 유명 브랜드 유치가 보다 수월해지고 '바잉파워'도 커지게 된다. 면세점으로서는 놓치기 힘든 기회다. 신라면세점은 현재 1터미널에서 운영 중인 3개 구역이 모두 입찰에 나오는 만큼 이를 반드시 수성해야 하는 입장이다.
롯데면세점은 2018년 높은 임대료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일부 매장을 철수했던 바 있다. 이제는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구역 확대가 절실한 상황이다. 신세계면세점은 기존 구역을 수성하며 점유율을 확대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돼 모두 입찰 참여가 유력하다.
이번 입찰은 당초 지난해 말 나올 예정이었지만 공고가 늦어지면서 사업제안서 제출 기한이 줄어들었고 DF3과 DF6 구역 일부가 2023년 계약이 끝나는 DF1 탑승동 매장 운영권에 포함되면서 치열한 수싸움이 예상된다.
상대적으로 매출이 부진한 탑승동 면세구역을 인기가 높은 동측 구역 사업권과 묶어 내놓은 것으로, DF1 탑승동 매장 중 주류와 담배, 식품 매장은 신세계의 면세사업권이 만료되는 2023년 8월 이후에 DF3 사업자에게, 패션·기타 매장은 DF6 사업자에게 넘어가게 된다.
인천공항공사는 사업권별로 평가를 거쳐 최고 득점을 기록한 우선협상대상자와 협상해 계약을 체결한다. 계약자가 관세청으로부터 특허 심사 승인을 받으면 최종 운영사업자로 확정된다. 확정된 운영사업자는 5년 동안 면세점을 운영할 수 있고, 평가 기준에 만족하는 경우 추가로 5년을 더해 최대 10년까지 면세점을 운영할 수 있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공항 면세 사업권을 따내면 매출 규모는 물론, 면세점의 브랜드 가치에 큰 도움을 받게 된다"면서 "'빅3' 외에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시내면세점과 비교할 수 없다"라고 평했다. 이어 "주요 면세 사업자들이 모두 이번 입찰에 참가할 것으로 본다"라고 내다봤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