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자 위한 공공자금 80%이상 증발...운용 맡은 한국투자증권 책임 어디까지
한국투자증권이 민간 금융사로는 드물게 고용보험기금 대규모 손실 사태와 관련해 감사원의 직접감사 대상이 됐다. 한투증권은 고용노동부와 위탁 운영 계약을 맺고 고용보험기금을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에 투자했다가 수백억원의 손실을 봤다. 이와 관련 감사원은 이달 초부터 기금 위탁을 맡긴 고용노동부에 대해서도 감사를 진행 중인 상태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감사원은 최근 고용노동부의 위탁주간운용사인 한국투자증권에 감사단 인력을 파견, 고용보험기금 대규모 손실 사태의 책임소재를 조사하고 있다.
앞서 고용보험기금 위탁운용사인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018년 7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해외금리 연계 파생상품(독일 국채금리 DLS)에 총 585억원을 투자했다. 투자한 펀드 상품은 2개로 한국투자금리연계사모펀드16호(DLS발행사 하나금융투자) 314억3000만원, 현대인베금리연계사모펀드4호(DLS발행사 교보증권) 270억4000만원이다. 이 투자상품의 기초 자신이 된 독일 국채금리가 하락하면서 한투증권은 고용보험기금 투자원금의 81.5%인 476억원을 손실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감사원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에 대해서는 금융위원회 및 금융감독원의 관할 하에서 감사가 이뤄져야 하지만, 이번 사안은 민간금융사이더라도 공공기금을 위탁받은 곳이라 감사원법에 따라 직접감사 대상이 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감사원은 행정기관의 사무와 공무원의 직무를 감찰하는 헌법기관으로, 원칙적으로 정부 관련 공공기관에 대한 감사를 맡는다. 다만 민간 증권사인 한국투자증권에 대해서는 실업급여 등 사회안전망의 핵심인 공공자금의 대규모 손실 관련 건이기에 예외적으로 감사원이 직접 나선 것.
한국투자증권에 대한 감사 필요성은 이미 수차례 제기됐다. 실업으로 위기에 몰린 이들을 위한 사회안전망의 핵심 자금을 고위험 상품에 함부로 투자했다는 비판에서다.
지상욱 새로운보수당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한국투자증권이 소중한 세금인 고용보험기금을 위험 상품에 투자해 1년 만에 원금의 81.5%를 잃었다”며 “실업급여를 위한 돈을 고위험 상품에 투자한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 고용보험기금 위탁운용계약에도 엄연히 안정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적혀있는 부분”이라고 성토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한투증권 측은 “감사원 파견에 대해서는 내부에서 확인해봐야 할 사안”이라면서도 “현재 감사 진행 중인 사안으로 특별히 드릴 말씀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015년 7월부터 고용노동부 고용보험기금의 전담운용기관(OCIO)을 맡고 있다. 지난해 3월 고용보험기금 운용 기관 입찰에서 또다시 재선정 되면서 주간운용사 자리를 지켜내기도 했다. 총 위탁운용 계약기간은 오는 2023년 6월까지다.
당시 입찰에는 NH투자증권, KB증권, 신한금융투자가 참여해 정량평가를 통과했으나, 평가위원회는 한국투자증권에 가장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고용기금 대규모 손실을 낸 운용사가 재선정된 배경에 대해 비판이 일기도 했다.
지영의 기자 ysyu101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