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집값 잡을 수 있을까…영화 ‘강남1970’으로 보는 강남 시작과 지금

文정부, 집값 잡을 수 있을까…영화 ‘강남1970’으로 보는 강남 시작과 지금

기사승인 2020-01-27 05:00:00

설 명절에 빠질 수 없는 대화 주제 중 하나는 부동산이다. 부동산 대화의 꽃은 언제나 강남 지역일 것이다. 집값과의 전쟁을 선포한 문재인 정부는 과연 집값을 잡을 수 있을까. 전국민 초미의 관심사다.

문 정부는 지난해 12·16대책까지 총 18차례 부동산 정책을 쏟아냈다. 하지만 대출억제와 세금강화 등과 같은 강력 규제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강남은 철옹성이고, ‘강남불패’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말고 많고 탈도 많은 강남은 어떻게 탄생하게 됐을까. 정부는 강남 집값을 잡을 수 있을까.

◇천민자본주의의 시작=영화 ‘강남 1970’은 박정희 정권 시절 불어 닥쳤던 서울 강남의 부동산 투기 열풍을 배경으로 강남이 본격 개발되기 시작했던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영화는 가난한 주인공들이 강남 개발의 이권다툼에 끼어들게 되면서 생기는 우정과 배신, 사랑과 폭력을 그리고 있다.

실제로 지난 1970년을 전후로 서울시장, 대통령 경호실장 등은 정치자금 조성을 위해 강남 영동권역을 투기 대상으로 삼았고, 그로 인해 강남의 땅값은 100배 이상으로 치솟았다.

유하 감독은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을 역임했던 손정목의 저서에 언급된 ‘인구 분배를 위해 벌였던 강남 개발, 영동구획정리지구와 남서울 개발계획의 뒷배경에 대선 자금 마련이 포함됐다’는 정보에 영감을 얻었고, 과거 자신이 강남이라는 공간에서 학창시절을 보내며 보고 느꼈던 것들을 결합했다고 밝혔다. 

유 감독은 당시를 “강남은 농경문화와 도시문화가 극단적으로 충돌하는 기이한 공간이었다. 신식 양옥집과 황토색 황금물결, 다 쓰러져가는 집들이 공존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원주민이었던 친구들은 거리의 넝마주이, 거리의 부랑자가 됐다. 돈이 지상 최고의 가치가 된 한국의 천민자본주의. 그 양극단의 맨 얼굴이라 할 수 있는 넝마주이와 오렌지족을 다 강남에서 만났다”고 회상했다. 

◇깡촌이었던 강남 ‘천지개벽’=좀 더 세부적으로 강남의 역사에 대해 살펴봤다. 강남 개발은 철저히 정부의 계획 하에 이뤄졌다. 정부는 강남에서 ‘개발 이익을 활용한 땅장사’를 했다. 정부가 땅 주인에게 땅을 받아 개발한 뒤, 주변 땅 가격을 폭등시켜 땅주인에게 이익을 쥐어주고, 폭등하고 남은 땅을 다시 팔아 다른 지역 개발비용에 충당하는 방식.

당초 강남은 서울이 아니었다. 행정구역상 경기도였던 강남은 시골 촌동네였다. 1963년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가 서울시 성동구로 편입되지만, 여전히 낙후된 지역이었다. 그런 강남에 1960년대 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정부는 강남을 개발하기 위해 강북 도심발전을 막고, 강남 시민들에게 부동산투기억제세, 영업세, 등록세, 취득세, 재산세, 도시계획세, 면허세가 모두 면제되는 파격적인 지원책을 낸다.

강남불패의 서막은 이때부터 열렸다. 1963년부터 1970년까지 강남구 학동의 땅값은 20배, 압구정동은 25배, 신사동은 50배가 올랐다. 같은 기간 중구 신당동이 10배, 용산구 후암동이 7.5배 오른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상승세였다.

이후에도 정부의 개발은 계속됐다. 1970년대 초·중반 반포주공아파트와 압구정 현대아파트 등 현재 재건축이 진행되고 있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들이 지어진다. 교통 개발도 이뤄졌다. 강북의 고속버스터미널은 강남으로 이전하고, 지하철 2호선 착공이 시작된다. 1978년 착공돼 1984년 완공된 지하철 2호선은 강북 인구의 강남 이주를 눈에 띄게 늘렸다.

1980년대 강남의 성장을 이끈 것은 교육열이었다. 1974년도 서울에서 고등학교 입시가 없어져 고교평준화 시대가 열렸다. 이후 정부는 강북 명문고를 강남으로 이전한다. 이후 출신 중학교 중심의 고등학교 배정 방식을 거주지 중심으로 개편하게 되면서, 강남으로 이전한 명문고등학교에는 이제 강남에 거주하는 학생들만 입학할 수 있게 돼 버렸다.

1980년대 말 각종 상업, 오피스 시설이 강남에 들어서기 시작한다. 지하철 2호선이 개통하면서 강북 도심에 있던 기업들이 하나둘씩 강남으로 이전했고, 서울올림픽 유치를 계기로 개발에 더 박차가 가해졌다. 특히 강남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테헤란로를 중심으로 초고층 빌딩들이 마천루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강남 집값이 본격 폭등하기 시작한 시기는 2000년대 들어서면서부터다. 노태우 정부가 1980년대 말부터 1기 신도시 건설을 추진하면서 전반적인 집값이 안정세를 보였던 덕분이다. 1997년 터졌던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로 겪었던 사상 초유의 집값 폭락도 한몫 했다.

2000년대 강남에 위치한 5만여 가구의 저층 아파트 재건축이 본격화하면서 다시 한 번 개발 열풍이 몰아쳤다. 이제 강남의 부동산 가격은 강북과 비교하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높이 올라가 버렸다.

◇집값 잡을 수 있을까=문재인 정부의 계속되는 부동산 정책에도 불구하고 강남을 비롯한 서울 집값은 연일 치솟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12·16대책으로 인해 오름폭이 다소 둔화되는 양상을 뜨고 있다. 이를 두고 대책이 효과를 발휘해 집값이 안정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국감정원이 2020년 1월 3주(1월20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조사한 결과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0.09%, 전세가격은 0.11% 상승했다.

서울은 지난주 0.04%에서 이번주 0.03%로 상승폭이 줄었다. 마포(0.09%), 종로구(0.06%), 은평구(0.06%) 등 강북지역의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컸고, 강남(-0.02%) 송파(-0.01%) 서초구(-0.01%) 등 '강남 3구'는 가격이 하락했다.

강남구는 33주 만에 하락 전환했고, 송파구 32주, 서초구는 31주만에 가격이 떨어졌다. 다만 전세가격은 상승폭이 오히려 확대됐다. 신축이 많고, 유명 학군지역을 중심으로 전세가가 올라 송파구 0.20%, 강남 0.15%, 서초구 0.15%를 나타냈다.

실제 강남지역에서는 시세보다 낮은 호가의 급매물이 나오고도 있다. 최근 서초구 반포 아크로리버파크(전용면적 164㎡)는 시세보다 3∼4억원 가량 낮은 48억~49억원에, 송파구 잠실 리센츠(전용면적 84㎡)는 1억원가량 낮은 18억원에 급매물이 나왔다. 또 잠실주공1단지(전용면적 76.49㎡)는 시세보다 2∼3억원 떨어진 19억7000∼19억8000만원까지 호가가 내려갔다.

하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통상 대책이 발표되면 6주 후부터 영향이 시장에 반영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이후에 다시 오를 가능성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18년 발표한 9·13대책 당시에도 대책 발표 이후 6주 만에 처음으로 송파구 아파트값이 0.04% 떨어졌고 서초구와 강남구도 나란히 0.02% 내렸다. 앞서 2017년 8·2대책 땐 발표 직후 서울 아파트값이 하락(0.33%→-0.03%)해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났으나, 규제에 대한 내성이 생기면서 결국 6주 만에 상승세로 반등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안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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