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연구진이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연구진과 공동으로 레이저 빛을 이용한 비침습 혈당 측정 기술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당뇨환자들의 경우 바늘이나 침 등으로 손가락 끝에 피를 내는 침습적 방식으로 혈당을 측정하는 불편이 있었다.
29일 삼성전자 뉴스룸에 따르면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연구진과 MIT 연구진은 1990년대부터 꾸준히 연구돼 온 방식의 비침습 혈당 측정법에 주목했다. 연구진은 레이저 빛을 이용해 혈당을 측정하는 비침습 혈당 측정 기술 연구 결과를 담은 새로운 혈당 측정법 관련 논문을 지난 24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게재했다.
당뇨병 환자의 통증과 불편함을 최소화할 수 있어 큰 기대를 받아왔지만 채혈 없이 혈액 내 혈당 농도를 정확히 측정해야 하기에 학계의 난제(難題)로 꼽혀왔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연구진과 MIT 연구진은 이러한 난제를 풀기 위해 비침습 혈당 측정에 라만 분광법(Raman spectroscopy)을 적용했다.
라만 분광법은 레이저 빛을 이용해 물질을 식별하는 분석법이다. 레이저 빛이 특정 물질에 조사(照射)돼 산란될 때 물질 분자의 고유 진동에 의해 산란된 빛의 파장이 변하는데, 이 현상을 이용한다.
물질이 여러 개 일 땐 신호가 복잡하게 섞이기도 하는데, 이 분석법은 다른 비침습 방식과 비교했을 때 특정 물질을 구분하는 식별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 때문에 혈당 측정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연구진은 측정 방식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비(非)접촉 사(斜)축(non-contact off-axis) 라만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는 비스듬히 기울인 빛을 피부 아래층에 도달하게 해 우리 몸속 혈당의 라만 스펙트럼을 얻어내는 기술이다. 이 방식으로 비침습 신호 측정의 정확도 지표인 상관계수를 업계 최고 수준인 0.95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상관계수’는 두 변수 간의 상관관계를 측정하는 지표로, 그 절댓값이 ‘0~1’의 분포를 가지며 ‘1’의 값을 가질수록 선형 관계(linear dependence)를 가진다.
또한 연구진은 라만 스펙트럼 내 혈당 신호 추출을 위한 신호처리 방법도 고안했다. 이로써 혈당을 측정할 때 센서나 사람의 움직임 등 주변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 연구진에 따르면 기존 통계 분석 기반의 비침습 혈당 측정 방식과 비교해 라만 스펙트럼의 물리적 특성을 이용, 혈당 예측도를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남성현 마스터는 “비침습 혈당 측정 기술은 30년 난제로 불릴 만큼 어려운 기술로 이번 연구는 기존의 틀을 깨고 비침습 혈당 측정기술에 명확한 실험적 증거와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며 “추가 연구를 통해 비침습 혈당 센서의 상용화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송병기 기자 songb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