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너구리 출입금지' 한 달 차...자취 감춘 너구리들

증권가 '너구리 출입금지' 한 달 차...자취 감춘 너구리들

작심한 영등포구, 금연단속 강화·과태료 부과...자취감춘 너구리들

기사승인 2020-01-30 06:15:00

골목을 가득 메우는 자욱한 담배 연기로 소위 '너구리굴'의 대명사로 불렸던 여의도 증권가 거리가 달라졌다. 영등포구가 증권가 인근 골목을 금연구역으로 신규 지정하고 단속을 강화하면서 흡연자들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신한금융투자, NH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등 증권사들이 모여있는 증권가 골목은 29일 사람 없이 한적한 모습이었다. 평소 이 골목은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들로 북적였으나, 이날은 담배를 피우는 사람을 한 명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 골목을 점유했던 흡연자들이 자취를 감추게 만든 것은 영등포구의 흡연단속 강화다. 영등포구는 지난 1일부터 여의도 증권가 골목 일대를 금연구역으로 신규 지정하고 익일부터 단속을 시작했다. 금연구역에서 흡연을 하다 단속반에 적발될 경우 과태료 10만원을 물게 된다.

다만 단속 시행 후에도 일부 흡연자들이 몰래 흡연을 시도하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영등포구 보건소에 따르면 지난 2일부터 지난 28일까지 여의도 증권가에서 흡연 단속에 적발된 건수는 총 290건에 달한다. 이같은 '틈새 흡연' 시도도 단속이 지속되면 사라질 것이라는 평이다.

증권사에 근무하는 비흡연자들은 너구리굴이었던 증권가 골목의 이같은 변화를 반기는 분위기였다. 평소 자욱한 담배연기로 인해 보행 시 불편을 겪었는데, 단속 강화로 인해 쾌적해졌다는 것이다. 비흡연 직원들은 입을 모아 지속적으로 엄중한 단속을 해줄 것을 요구했다.

NH투자증권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 금연구역 지정에 대해 "아주 잘된 일"이라며 "지난해 말부터 금연을 시작했는데 회사 앞에서 다른 사람들이 흡연을 못 하게 되니 너무나 좋다"고 말했다.

한화투자증권에 근무하는 직원도 "그동안 회사를 출입할 때마다 담배 연기에 눈살이 절로 찌푸려졌는데 이젠 편해졌다"며 "구청 관리감독이 향후에도 엄격하게 이뤄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동안 이 골목이 흡연지대로 방치됐던 것은 사유지였기 때문이다. 영등포구에서 사유지에 대해 흡연단속을 할 수 있는 근거가 없었다. 이에 영등포구는 지난 2018년 말 조례를 개정해 공개공지 및 연면적 5000㎡ 이상 대형 건축물 등의 사유지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또 지난해 초 지역 내 대형 건물 285곳을 대상으로 금연구역 수요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설문조사에 응한 이 일대 건물 근무자의 80%가 금연구역 지정에 찬성한 것으로 파악됐다.

금연구역 단속 시작과 함께 흡연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조치도 바로 시행됐다. 한화손해보험 건물과 오투타워 앞 2곳 흡연 부스가 설치됐다. 다만 흡연 터전을 빼앗긴 흡연자들에게서는 불평이 나왔다.

흡연 부스에서 담배를 피우던 한 증권사 직원은 "점점 담배 피울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든다"며 "스트레스를 조금이라도 덜어보려고 담배를 피우는데, 담배 피울 곳을 찾아 멀리 가느라 스트레스를 받는다. 흡연자의 권리는 전혀 존중하지 않는 것"이라고 불만을 털어놨다.

지영의 기자 ysyu1015@kukinews.com

지영의 기자
ysyu1015@kukinews.com
지영의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