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식인들 “리원량 사망일 언론자유의 날로 지정하라”

중국 지식인들 “리원량 사망일 언론자유의 날로 지정하라”

중국 당국 검열 강화, 리원량 추모·언론의 자유 주장하는 글 곧바로 삭제

기사승인 2020-02-12 18:27:47

[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을 경고했던 의사 리원량의 죽음 이후 중국 내 지식인들의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는 12일 중국 지식인 수백 명이 최근 전국인민대표대회에 ‘표현의 자유 보장’ 등 5대 요구를 수용할 것을 촉구하는 온라인 청원서에 서명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보도를 인용해 전했다. 

이들의 5대 요구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국민의 권리 보호 ▲전인대에서 이를 논의할 것 ▲리원량의 사망일인 2월 6일 '언론자유의 날'로 지정할 것 ▲누구도 연설·집회·편지·통신으로 처벌·위협·심문·검열·감금되지 않도록 할 것 ▲우한과 후베이성 주민에게 공정한 대우할 것 등이다.

지식인들의 이 같은 청원은 온라인을 통해 급속히 유포되고 있지만, 서명에 참여한 지식인 중 일부는 벌써 중국의 탄압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인 쉬장룬 칭화대학 법학과 교수는 중국판 카카오톡인 ‘위챗’ 계정이 차단돼 접근할 수 없게 됐다. 쉬장룬 교수는 최근 여러 해외 사이트에 ‘분노하는 인민은 더는 두려워하지 않는다’라는 글로 중국 정부의 코로나19 초기 대응 실패 이유를 중국에서 시민사회와 언론의 자유가 말살됐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궈위화 칭화대 사회학과 교수도 위챗 계정이 차단됐다. 궈위화 교수는 “우리의 목소리가 멀리 퍼지기 전에 탄압받겠지만, 우리의 입장을 명확하게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며 “현실 가능성이 없다고 하더라도 누군가는 일어나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첸판 베이징대 법학과 교수는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야말로 공중보건위기를 막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열쇠이며, 이러한 권리를 얻기 위해 싸우고자 이번 서명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중국 당국은 검열 강화로 일관하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리원량을 추모하고 언론의 자유를 주장하는 글들은 곧바로 당국에 의해 삭제되고 있고 수많은 위챗 계정이 ‘악의적인 소문을 퍼뜨린다’고 정지당했다. 의료계에서는 코로나19에 대해 일절 얘기를 꺼내지 말라는 ‘함구령’도 내려졌다고 매체는 보도했다.

중국의 소셜미디어인 더우반은 봉쇄령이 내려진 코로나19 발원지인 우한 주민들이 자신들의 상황을 전하는 코너도 운영했지만, 이 코너도 이유 없이 사라졌다.

한편, 리원량은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가 퍼지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렸다가 오히려 유언비어 유포자로 몰려 경찰의 처벌을 받았다. 이후 환자 치료 도중 코로나19에 감염돼 지난 6일 사망했다.

nswreal@kukinews.com

노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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