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라미란 “많은 사람 배꼽 빠지게 웃기는 것? 불가능 아닐까요”

[쿠키인터뷰] 라미란 “많은 사람 배꼽 빠지게 웃기는 것? 불가능 아닐까요”

라미란 “많은 사람 배꼽 빠지게 웃기는 것? 불가능 아닐까요”

기사승인 2020-02-13 07:00:00


[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역시 라미란이다. 배우 라미란은 영화 ‘걸캅스’(감독 정다원)에 이어 두 번째 단독 주연을 맡은 영화 ‘정직한 후보’(감독 장유정)에서 시종일관 맹활약을 펼친다. 거짓말이 제일 쉬운 3선 국회의원 주상숙 역을 맡아 하루아침에 거짓말을 못하는 설정을 차곡차곡 설득해냈다. 품격 있게 거짓말을 일삼는 정치인의 모습도, 일이 꼬여가는 일상의 코미디도, 영화가 전달하는 감동 메시지도 모두 그의 연기를 통해 하나씩 완성됐다.

최근 서울 삼청로 한 카페에서 만난 라미란은 영화 속 ‘진실의 입’ 모드인 것 같았다. 힘을 뺀 말투로 뻔하지 않은 답변을 계속 내놨다. 기대했던 답변이 아니라도 그의 말을 듣고 있으면 저절로 설득이 됐다. ‘영화보다 시나리오가 더 재밌다’는 발언은 다른 배우들에게 쉽게 들을 수 없는 말이었다.

“시나리오가 쑥쑥 읽히더라고요. 코미디 장르가 잘 살아있다고 느껴져서 원작을 안 봐도 되겠다고 생각할 정도였죠. 전 책(시나리오)이 훨씬 재밌던 것 같아요. 책에는 친절하게 설명이 돼 있잖아요. 세세한 부분들도 잘 살아 있고요. 영화는 시간을 축약해야 하니까 축소된 부분도 있어요. 전 제가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상상했던 것보다 연기를 못한 것 같아요. 많이 억제하기도 했어요. 코미디라고 해서 막무가내로 오버액션을 하는 것보단 스스로 설득이 돼야 하잖아요. 누르고 누르면서 나름대로 완급조절을 한 거죠.”

‘정직한 후보’는 2014년 개봉한 동명의 브라질 영화를 원작으로 했다. 원작 영화에는 남자 주인공이었지만 한국판에서는 여자 주인공으로 바뀌었다. 장유정 감독은 언론시사회에서 “여자로 바꾼 게 아니라 라미란을 캐스팅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원작에선 남자였는데 여자로 바뀌었잖아요. 생각해보면 저와 비슷한 부분들이 있더라고요. 저도 (주상숙과) 같은 또래 며느리이기도 하고, 배우로서 얼굴이 알려진 사람이잖아요. 인간 라미란, 배우 라미란으로서 ‘정직한 후보’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면 어떻게 할까 생각도 했어요. 정치인이 거짓말을 못한다는 건 가장 취약한 부분이잖아요. 그 조건만으로 충분히 재미를 유발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어떻게 당황해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라미란은 연예인으로서 알려진 자신의 이미지가 현실과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활발해 보이는 것과 달리 평소엔 얌전하고 조용한 타입이고, 최근엔 낯가림도 생겼다. 친근한 이미지 덕분에 길거리에서 어머님들을 만나면 팔을 안 놔주신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하고 싶은 말은 하는 그의 성격이 만든 이미지다.

“제가 배우 생활을 하면서 얘기를 막하잖아요. 전 그렇게 가감 없이 얘기하고 나서 욕을 먹는 게 더 편한 것 같아요. 좋게 포장을 하면, 제가 그 뒷감당을 할 수가 없거든요. ‘전 이정도 사람이에요’, ‘어쩔 수 없어요’라고 말하고 욕을 먹는 게 더 편해요. 막말하는 이미지니까 편하더라고요.”

‘정직한 후보’에는 라미란 특유의 코미디 연기가 잘 담겨있다. 대사를 던지는 타이밍과 톤, 맛깔나게 살려내는 포인트 등 능수능란하게 관객을 들었다 놓는다. 정작 라미란은 자신이 좋아하는 코미디는 “편협하다”고 표현했다. 대중적인 코미디를 만드는 장유정 감독과도 코미디에 관해 부딪힌 적이 많았다. 시사회 이후 재미있다는 반응이 많아 놀라기도 했단다.

“전 눈물 나는 코미디가 진정한 코미디라고 생각해요. 제가 취향이 잘 맞는 누구 한 사람을 웃길 순 있겠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을 배꼽 빠지게 웃기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너무 힘든 일이죠. 제가 생각하는 코미디는 ‘웃픈’(웃기면서 슬픈) 코미디에 가까워요. 그 상황이 어이없어서 헛웃음이 나고, 눈물까지 날 수 있는 게 진짜 코미디가 아닐까 생각해요.”

bluebell@kukinews.com / 사진=NEW 제공

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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