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계원 기자 =금융위원회가 소비자보호 문제를 두고 번번이 갈등을 보인 금융감독원에 칼을 빼들었다. 금융감독원장이 위촉한 분쟁조정위원의 자질에 문제가 있다며 위촉 과정을 손질하겠다고 나선 것.
금융위는 1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2020년 업무보고를 통해 문 대통령에게 금감원 분쟁조정에 대한 제도개선에 나서겠다는 보고를 올렸다.
보고내용을 보면 금융위는 금감원 분쟁조정 결과에 대한 신뢰성과 수용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분쟁조정위원의 전문성·중립성을 확보하고 조정당사자의 출석·항변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제도개선에 나서겠다는 내용을 보고에 담았다.
금융위가 분쟁조정위원의 전문성·중립성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은 키코(KIKO) 사태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앞서 금감원 분조위는 지난해 12월 불완전판매를 이유로 신한은행 150억원, 우리은행 42억원, 산업은행 28억원, KEB하나은행 18억원, 대구은행 11억원, 씨티은행 6억원 등 은행이 4개 키코 피해기업에 총 255억원을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키코 문제를 두고 배상결정을 내린 분쟁조정위원들에 대한 위촉권은 윤석헌 금감원장에게 있고, 윤 원장은 취임 전부터 키코사태를 금융적폐로 판단하고, 은행의 책임있는 행동을 촉구했던 인물이다.
금감원장에게 분쟁조정위원의 위촉권이 있는 만큼 금감원장의 성향이 분쟁조정위원의 성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 금융위는 이러한 구조가 분쟁조정위원의 중립성을 떨어트리고, 분쟁조정 결과에 대한 신뢰성과 수용성을 떨어트린다고 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금융권 일각에서는 금융위의 이번 조치가 단순히 분쟁조정 제도 개선을 넘어 금융위가 금감원장의 권한 축소를 통해 '금감원 길들이기'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금감원이 최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에 대한 DLF제재를 두고 금융위의 통제를 벗어나는 모습을 보이자 금융위가 대응에 나섰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금감원은 금융위의 이같은 조치에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분쟁조정위원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면서 금감원과 한 번의 협의도 없었다는 것.
금감원 관계자는 “분쟁조정위원의 전문성과 중립성에 문제가 있다는 금융위의 의견은 처음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융위의 계획처럼 분쟁조정위원에 대한 위촉과정이 개선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분쟁조정위원에 대한 금감원장의 위촉권은 금융위원회 설치에 관한 법에서 정하고 있어 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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