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 풀풀 나는 고양시장 부정선거 의혹, 이번에는 풀려야…

냄새 풀풀 나는 고양시장 부정선거 의혹, 이번에는 풀려야…

기사승인 2020-02-14 19:18:39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사건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특정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청와대까지 깊숙이 개입한 혐의로 13명의 정권 실세가 기소됐으니 당연한 현상이다. 이 사건에는 울산시장 선거 본선뿐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당내 경선에도 막강 권력이 조직적으로 개입한 혐의가 있다. 국민과 당원들의 정치적 선택을 총체적으로 왜곡하는 반칙과 불법을 저지른 혐의다.

이런 대형 사건에 가려 크게 주목을 받지는 못하지만 지난 지방선거 때 일어난 부정 의혹은 곳곳에 널려 있다. 최근에는 당선무효형이 선고된 상태서 5개월째 대법원에 계류 중인 김일권 양산시장의 상고심이 세간의 화제로 떠올랐다. 문재인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지역구에서 여야 두 거물 정치인이 총선 맞대결을 벌일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면서다. 역시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을 받은 은수미 성남시장의 부정선거혐의 최종 판결도 큰 관심거리다.

이런 가운데 경기도 고양시에서는 전·현직 두 시장의 부정선거 의혹사건이 새롭게 떠오르며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지방선거 민주당 고양시장 후보경선에서 이재준 현 시장과 최성 전 시장이 모종의 거래를 했다며 검찰에 고발된 것이다. 특히 한 언론보도를 통해 공개된 이행각서에는 양측의 밀약내용이 잘 적시돼 있다.

물론 ·현직 두 시장은 조작된 문건과 내용이라며 반발한다. 특히 최 전 시장은 고발주체인 자유한국당을 상대로 고소하는 등 완강히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이 시장도 정치생명과 양심을 걸면서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는 검찰조사에서 곧 밝혀질 일이니까.


이행각서 공개되며 검찰수사 시작돼

사실 이 의혹사건은 지역에서 새로운 소식이 아니다. 지난해 5월 비리행정척결운동본부 고철용 본부장에 의해 세간에 알려진 뒤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던 것이다. 부정선거 핵심 역할을 맡았던 두 당사자가 양심고백을 하기로 했다가 돌연 번복하는 해프닝을 일으키기도 했다. 거기다 이 사건에는 이 시장의 돈거래 의혹까지 보태져 파장을 더 키웠다.

기자는 당시 부정·관권선거’ ‘돈거래 의혹등 노골적인 단어를 제목에 쓰면서까지 여러 편의 기사를 내보냈다. 그러다 사건의 여파가 다소 시들해질 무렵 고양시에서 일어난 부정선거와 돈거래 그리고 협박의혹, 제대로 밝혀져야(쿠키뉴스 201974)라는 글을 올렸다.

이는 최근 나온 고양시의회 야당의 반응에서도 잘 나타난다. 자유한국당뿐만 아니라 정의당도 전·현직 두 시장에 대한 검찰조사가 시작됐다고 알려지자마자 검찰의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면서 지난 지방선거 이후 양측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있었다는 풍문이 파다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이번 검찰수사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는 자못 대단하다. 아예 대놓고 반기는 이들도 적지 않다. 8개월 넘게 구린 냄새만 풍겨온 의혹덩어리가 마침내 풀릴 수 있게 됐다는 희망을 얻었다는 것이다.

양측간 부정선거 관련 정황증거 많아

실제로 이번 사건과 관련된 증거는 적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양심고백 번복사태 당시 나온 자료들만 해도 여럿이다. 특히 두 당사자가 주고받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내용은 이미 여러 매체를 통해 보도됐다. 나아가 이의 사실임을 뒷받침해주는 당사자의 자필 확인서도 공개됐다. 뿐만 아니라 부정선거와 돈거래 의혹을 풀어줄 만한 전화음성 녹취도 여러 사람들 사이에 돌아다녔다.

굳이 이런 증거를 떠나 정황상으로도 부정선거 의혹은 아주 합리적이다. 이 시장 취임 이후 이뤄진 일련의 인사와 시정에서 거래의 냄새가 물씬 나기 때문이다. 기자는 2018년 민주당 고양시장 후보경선 막판 이뤄진 이 시장의 최성 캠프 접수때부터 줄곧 이 의혹에 천착해왔다.

그래서 일찌감치 이 시장의 캠프 접수를 전형적인 꼼수로 치부하고서 꼼수 그리고 묘수(妙手)와 악수(惡手)’(쿠키뉴스 201858)라는 칼럼을 내보낸 이래 일관되게 고양시와 고양시민을 위해 더 이상의 꼼수를 쓰지 않도록 당부하는 글을 썼다. 하지만 이 시장은 평소와는 완전 딴판으로 소신 있는 모습으로 일관해왔다.


검찰수사에 고양시민들 관심 모아져

특히 이 시장의 인사 난맥상은 보이지 않는 손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듯했다. 허다한 사례 가운데서 주위의 완강한 반대를 무릅쓰고 최 전 시장의 비서 출신 인사를 끝내 공공자전거 운영회사 사장으로 앉히는 장면에서는 더 이상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였다. 기자는 결국 이재준 고양시장의 인사(人事)에 대한 단상(쿠키뉴스 2019414)이라는 제목으로 일련의 이 시장 인사과정을 톺아봤다.

, 이제 의혹을 풀 타이밍이 온 듯하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선거사범에 대한 엄정수사를 유달리 강조해왔다.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도 밝혀야 하지만 고양시민 입장에서는 지역의 부정선거 의혹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부디 철저한 수사로 진실을 밝혀주길 바란다. ·현직 두 시장 입장에서도 자신들의 주장처럼 결백을 밝힌다면 후련할 것이다.

근래 개인적으로 지인들로부터 고양시장 부정선거 관련 전화나 문자메시지를 부쩍 많이 받는다. 주로 이번 기회에 꼭 진실이 밝혀지기를 바란다는 내용이다. 지금도 울분을 못 삭이고 전·현직 두 시장을 성토하는 이들이 더러 있지만 그 또한 의혹 해소에 대한 강한 바람의 표현일 것이다.

지난해 7월 게재했던 칼럼의 마지막 구절을 인용해본다. “(고양시 부정선거 의혹)사건에는 수사기관이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수사기관이 나서서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조사해서 사실과 거짓을 가려야 한다는 말이다. 이는 고양시와 시민들의 간절한 바람이자 준엄한 명령일지 모른다.” 

고양=쿠키뉴스 정수익 기자sagu@kukinews.com

정수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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