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화차가 제철이래요”...정부 부동산 규제가 낳은 신조어 광풍

“쌍화차가 제철이래요”...정부 부동산 규제가 낳은 신조어 광풍

‘안시성’ ‘남산광’ 단속 피해 아파트 가격 꿈틀

기사승인 2020-02-26 05:00:00

[쿠키뉴스] 안세진 기자 = “쌍화차가 제철이래요”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 확산에 따른 감기약을 먹으라는 뜻이 아니다. 쌍용건설 더플래티넘(쌍화차) 아파트의 가격이 상승(제철)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처럼 다양한 신조어와 은어가 투자자와 실수요자 사이에서 급속히 퍼지고 있다. 정부가 부동산시장 안정화 대책과 집값 담합 등 불법행위에 대한 단속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가장 뜨고 있는 시조어는 ‘안시성’이다. 안산,  시흥, 화성의 첫 글자글 딴 것으로 세 곳 모두 비규제지역이다. 정부의 19번째 부동산대책 이후 풍선효과가 일어날 것으로 예견되는 곳이기도 하다.

이 지역 매매가(한국감정원 기준)는 앞서 12·16부동산대책 이후 각각 1.30%, 0.78%, 2.56% 올랐다. 그동안 수도권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지역으로 풍선효과가 예상되는 대표 지역 중 하나다.

안시성과 비견되는 곳으로 ‘남산광(남양주·산본·광명)’도 떠오르고 있다. 이미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광명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적용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집값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광명 아파트 매매가(한국감정원 기준)는 12·16대책이 발표된 이후 2.76% 상승했다. 남양주와 산본은 아파트 매매가격의 상승폭은 그리 높지 않았지만 장기간 집값 상승률이 낮았고 규제에서 자유로워 이번 추가 규제에 따른 반사 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이밖에 오동평(오산·동탄1·평택)과 김부검(김포·부천·검단) 등 다양한 지역들을 묶은 신조어가 등장하면서 풍선효과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개발호재가 있는 수도권 비규제지역과 감시를 피한 풍선효과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앞으로도 미분양이나 공급과잉 우려가 덜한 지역 중 교통망 확충이나 각종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들로 유동자금이 유입될 확률이 높은 만큼 경기도와 인천광역시 등 수도권 일부지역의 집값 풍선효과를 잡기위한 정부의 정책 대결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도 “수도권에서는 안산과 부천, 인천(연수, 서구) 등 서부권 중심으로 그 동안 덜 오른 탓에 키 맞추기 현상을 보이거나 서부권 교통망 호재 등의 기대감이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국토교통부는 최근 자체 특별사법경찰과 유관부처들로 구성된 ‘부동산 불법행위 대응반’을 구성하고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이번 조사를 통해 기존 청약통장 불법거래 등 단속뿐만 아니라 온라인 공간에서의 불법행위까지 집중 단속한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SNS나 카카오톡 단체채팅방 등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는 집값담합 행위들을 조사할 방침이다. 유튜브 등에서 유명 부동산 강사들이 무등록으로 매물을 중개하거나 탈세기법을 안내하는 경우도 조사 대상이다.

박선호 국토부 1차관은 “(이 가운데) 상당수가 불법 또는 탈법 행위에 해당한다”며 “의심 사례에 대해선 국세청에 통보해서 정밀 조사를 받게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각 부동산 지역별 단체카톡방 내에서는 때 아닌 은어 사용이 활개를 치고 있다. 

예컨대 용산구 카톡방은 방 이름을 ‘이태원클라쓰’, 시흥방은 ‘시흥연애상담소’, 마포방은 ‘다이어트’ 등으로 이름을 바꾸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해당 카톡방 내 참여자들도 닉네임을 기존 부동산과 관련된 이름에서 전혀 상관없는 이름으로 변경하기도 했다.

은어도 등장했다. 또 부동산 시장에서 사용되는 주요 용어들은 각각 아파트(맛집), 재개발(뿌셔뿌셔), 전매제한(유통기한), 공인중개업소(깡시장), 매물(재료), 투자자(외국인), 상승(제철) 등으로 치환이 이뤄졌다.

건설사 아파트 브랜드별 은어의 경우 삼성물산 래미안은 ‘에버랜드’. 현대건설 힐스테이트는 ‘힐러리’, GS건설 자이는 ‘지에스칼텍스’, HDC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는 ‘앙팡’, 쌍용건설 더플래티넘은 ‘쌍화차’ 등이다.

예컨대 “어제 ‘깡시장’ 갔더니 주안역 부근 ‘앙팡’은 ‘재료’가 없어서 난리도 아니래요. ‘외국인’들도 엄청 찾는데요”라는 말은 “어제 ‘복덕방’ 갔더니 주안역 부근 ‘아이파크’는 ‘매물’이 없어서 난리도 아니라더라. 투자자들도 엄청 찾는다”라는 말인 것.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카톡방까지 검사한다고 나서니까 누군가 웃자고 만들었을 것이다”라면서도 “규제지역 지정이나 이런 감시활동이 결국 풍선효과를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asj0525@kukinews.com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안세진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