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계원 기자 =코로나19로 항공업계가 흔들리는 가운데 은행권의 항공기금융 시장에 대한 신뢰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은 항공기 금융 거래의 기간이 길고 LCC(저비용항공사) 보다 대형 항공사 위주로 성장한 국내 항공기금융 시장의 특성을 볼 때 여전히 매력적인 시장이라는 반응이다.
그동안 은행권은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새로운 투자처로 항공기금융 시장을 주목해 왔다. KB금융의 김기환 부사장은 1월 컨퍼런스콜에서 저금리 기조에 따른 은행의 수익 하락이 불가피한 만큼 ‘항공기금융’을 예로 들며 은행과 증권의 협업을 통한 수수료수익 확대에 나서겠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은행권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항공기금융 시장에 진출해 온 곳은 하나은행이다. 하나은행은 지난 2016년 항공기 임대시장 세계 1위 업체인 에어캡(AerCap)과 1억 달러 규모로 진행한 항공기 금융을 업계 최초로 단독 주선하기 시작해 지난해에는 항공기 리스 전문회사인 어리나 에비에이션 캐피털(AAC)에 대한 지분투자까지 나섰다.
여기에 KB국민은행도 지난해 3월 해외 항공기 금융펀드에 2000만 달러(약 220억원)를 투자했으며, 우리은행은 베트남 항공시장을 집중 공략한 결과 지난해 11월 베트남 민영항공사 비엣젯(Vietjet)의 에어버스321 10대 구입자금 ‘1억4000억불’ 금융주선에 성공하기도 했다.
하지만 은행권의 항공기금융 투자 확대는 최근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항공업계가 침체되면서 암초를 만났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지난달 20일(현지시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전 세계 항공사에서 293억달러(35조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항공사의 연간 여객 수요가 13% 감소해 278억달러의 피해가 집중될 것으로 추산했다.
은행권은 항공사들의 경영 악화에도 항공기금융의 성장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영상황 악화가 단기적인 항공기금융의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지만 항공운수 수요를 볼 때 장기적으로 증가 추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시중은행 한 IB금융 담당자는 “코로나19로 인한 항공사들의 경영악화에 따라 항공기금융 시장이 단기적으로 위축될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항공기금융 시장은 곧 회복할 것”이라며 “특히 은행의 경우 LCC보다 우량한 대형 항공사를 중심으로 거래하는 만큼 코로나19의 충격이 덜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20대, 30대에 들어서야 비행기를 처음 타지만 최근에는 초등학생들도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다니는 시대”라며 “이러한 추세를 볼 때 항공산업 내 구조조정이 발생할 가능성은 있지만 항공기에 대한 수요 자체가 감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시중은행 IB금융 담당자도 “코로나19로 항공기금융 시장이 위축될 우려는 있지만 아직까지 항공기금융 시장의 딜이 줄어들거나 하는 모습은 없다”며 “항공기금융의 경우 1~2년 거래가 아닌 장기거래인 만큼 단기적인 이슈에 시장이 크게 위축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항공기금융 시장은 올해 1700억 달러(약 2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며, 전체 인도 항공기의 50%가 항공기 금융을 이용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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