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훈 미술에세이](2)이중적 자기모순을 참아라

[이승훈 미술에세이](2)이중적 자기모순을 참아라

기사승인 2020-03-04 11:24:18

글:이승훈 대성중학교 교장, 한국화 화가

▲ 요즘 마스크 쓰고 인사하는 모습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르네 마그리트(1898~1967)의 그림 ‘연인들’은 얼굴을 서로 맞대고 있다. 아니 키스하고 있는 듯 보인다. 그러나 가면이 아니라 얼굴 전체를 천으로 감싸고 있다. 서로를 어떻게 알아봤을까. 제목이 연인들이니 남녀로도 보인다. 배경에 천정 몰딩이 있는 것으로 보아 실내인 것 같고 서로 잘 알고 있는 사람인 것이 분명하다. 배경 색은 청회색과 코코아색이 보인다. 검은 양복에 타이가 있는 사람과 민소매 옷을 입은 사람이 어깨 정도만 보인다. 베일에 싸인 그림이다.

▲ 우리는 상대방과 모든 것을 완벽하게 인지한 상태에서 상대하고 관계를 맺거나 인연을 맺으며 접촉하고 산다고 보는가. 결코, 상대방과 잘 알고 결혼하고 친구를 사귀는 것이 아닐 것이다. 어느 정도 조건과 매혹되어 인연을 맺는 것으로 본다. 사람의 깊은 마음속을 모르고, 이 사람은 ‘장래는 촉망되는가’라는 예측은 지금 수준의 예견에 불과하다. 그동안 살아오던 방식으로 바라다보는 것이다. 사람을 만날 때마다 선입견이 생길 수 있다. 선입견은 사전에서 ‘어떤 대상에 대해 이미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고정적인 관념이나 견해’라고 하였다. 이 견해를 미리 차단하고 진정한 마음으로 다가가려는 모습을 표현한 그림인가.

르네 마그리트, the lovers2, 1928

▲ 그림 제목이 ‘연인들’이다. 천으로 가린 얼굴이 특징이다. 페르소나를 반영한 그림으로 보인다. 페르소나란 자신의 역할이 다른 사람에게 보인 성격을 나타낸 말이다라고 한다. 심리학 용어로 페르소나를 언급한 것으로 보아 사람은 2개 이상의 인격체를 가진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상대를 위하여 좋은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하는 것도 인격의 한 주체가 될 것이다. 어느 방송사에서 가면을 쓰고 노래를 불러 기 이미지를 탈출하는 가수를 보았다. 아마 이 그림은 그러한 대상을 넘으려는 시도인 것 같다.

그리고 서로 잘 몰라 사랑하고 시간이 흘러 서로를 조금씩 알아가면 더 깊은 이해와 존경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그림은 서로를 탐색하여 나아가려는 모습을 표현한 지도 모른다.

이중적 성격을 하나로 일치시키는 모습으로도 비친다. 해석은 분분하다. 하지만 어느 현상을 보고 자기주장만 펴기 위해서 함부로 이용해서는 안 될 것 같다. 이중적 자기모순을 참아라. 지금 나타난 코로나바이러스를 어떻게든 자기 욕망으로 이용해 보려는 것도 또한 경계할 것이다.

▲ 르네 마그리트가 천으로 가린 그림을 그렸을 때 많은 사람이 그 어머니의 자살 사건과 연루하여 표현한 것으로 보고 있었으나 화가는 그것을 부인하였었다. 마그리트가 십 대일 때 일이다. 어머니가 우울증으로 벨기에 남부 상브르강에 투신하였는데, 그 주검을 수습할 때 하얀 잠옷이 얼굴을 가린 모습을 마그리트가 목격한 것이다. 그래서 그림에 반영했을 것으로 사람들은 해석했었다.

▲ 그는 생계를 위해 벽지 공장에서 장미를 그리고 포스터 디자인 광고 등 일을 하면서 그림을 그렸다. 조르조 키리코의 그림을 보고 그림의 새로운 눈을 뜨게 된다. 시가 회화를 주도하는 특징을 알아내고 서로 다른 사물의 조합으로 회화의 새 경향을 발견하였다. 이름하여 데페이즈망이라고 하였다. 원뜻이 ‘추방하는 것’이나 이는 원래 개념에서 떼어내 이질적인 것에 배치하는 것으로 바뀐 것이다. 보통 사람은 마스크 없이 키스하였을 것인데 ‘연인들’ 그림은 상투적 모습에서 탈피하고 철학적인 이미지로 바꾸어 놓았다. 마그리트는 철학자 화가인 동시에 초현실주의 화가이다. 같은 초현실주의 화가인 살바도르 달리나 뒤샹과는 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팝아트와 비틀스 자회사 애플 레코드 로고 그래픽 디자인에 영향을 주었다. 1967년 8월 15일 암에 의해 69세의 나이로 브뤼셀에서 생을 마감했다.

홍재희 기자
obliviate@kukinews.com
홍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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