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안타증권, 7년 희생한 ‘서명석’ 결별…매각·동양소송 등 산적 과제 해결은

유안타증권, 7년 희생한 ‘서명석’ 결별…매각·동양소송 등 산적 과제 해결은

기사승인 2020-03-05 04:40:00

[쿠키뉴스] 유수환 기자 = 지난 7년 간 회사의 수장 역할을 했던 서명석 대표가 물러나면서 유안타증권은 새로운 기로에 섰다. 그동안 공동대표 체제였던 유안타증권은 서 대표가 사임하면서 궈밍쩡 단독 대표 체제로 전환하게 돼서다.

서 대표는 유안타증권의 쇠락과 함께 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유안타증권은 구 동양증권의 전신으로 지난 2013년 전무후무한 금융사건이었던 동양사태 후유증을 딛고 불황의 터널을 벗어났다. 현재 유안타증권은 몇해 전 일부 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나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여전히 부족한 이익잉여금(유보율)이나 대규모 소송가액은 풀어야할 숙제다. 또한 이슈가 발생하면 불거지는 '매각설'도 골칫거리 가운데 하나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유안타증권은 전날 이사회를 열고 오는 27일 개최되는 정기 주총 주요 안건을 의결했다. 다만 서 대표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은 상정되지 않았다.

서 대표는 지난 3일 임직원에게 보내는 서신을 통해 “유안타증권이 충분히 정상화됐다고 믿는 지금이 저에게 그리고 회사에도 좋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동안 저를 믿고 따라주신 여러분들 너무 고마웠다”면서 고별사를 전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서 대표의 사임은 다소 이례적으로 보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유안타증권의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정상화를 한 만큼 연임 가능성이 높아 보였는데 사임 소식은 다소 의외”라고 말했다.

서명석 대표가 7년 간 대표이사를 역임했던 유안타증권은 롤러코스터와 같은 상황을 경험한 바 있다. 

지난 2013년 전무후무한 금융사건으로 불리는 동양사태가 터지면서 전신 동양증권이 부도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2014년 대만계 증권사 유안타금융그룹에 인수된 이후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유안타증권은 올해 80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면서 5년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유안타증권은 지난 2014년 말 1695억원에 달하는 순손실을 냈으나 이듬해부터 순이익을 내면서 견조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재무안정성도 개선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유안타증권의 순자본비율(NCR)은 520.76%로 동양사태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순자본비율은 증권사의 재무상황의 척도로서 순자본비율이 높을수록 자본활용 여력이 늘어나 사업 확대가 수월해진다. 

자기자본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말 유안타증권의 자기자본(자본총계)는 1조2307억원으로 2016년 말까지 일부 자본잠식 상태를 이미 벗어난 상태다. 

또한 그동안 ‘앓는 이’로 표현됐던 DB생명(동부생명) 보유 주식도 상당수 처분했다. 유안타증권은 보유하고 있는 동부생명의 310만여주 가운데 286만여주를 357억원에 처분키로 했다. 유안타증권은 지난 2010년(구 동양증권 시절) 동부생명의 상장 전 투자 차원에서 일반 공모 증자(전체 규모 1200억원)의 대표주관사로 참여해 전체 물량의 70%를 맡았으나 예정된 IPO(기업공개)는 당시 저금리 상황과 동부그룹의 유동성 악화로 인해 결국 무산됐다. 

이 기업에 실권주(8%)를 가진 유안타증권은 수년 간 손실(평가손익)을 냈다. 게다가 대부분의 상장 생명보험사들의 주가가 하락하면서 향후 동부생명의 상장도 어려운 상태였다. 유안타증권이 동부생명 보유 주식 처분한 것은 사실상 ‘애물단지’를 정리한 것과 다를 바 없다는 평가다.

다만 여전히 일부 해결해야 할 과제거리는 남아있다. ▲부족한 재무여력(이익잉여금·사내 유보율) ▲동양사태에 따른 투자자 간 소송 문제(약 1조원 소송가액) ▲매각설 해소 등이다.  

유안타증권의 사내 유보율(지난해 3분기 기준)은 22.13%로 현재 주요 증권사 가운데 한화투자증권(8.06%)에 이어 가장 저조한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유보율은 이익잉여금(영업활동 이익)과 자본잉여금(비영업활동 이익)을 납입자본금으로 나눈 백분율 값으로 기업이 동원할 수 있는 자금력을 측정하는 재무건전성 지표다. 

실제 유안타증권의 이익잉여금은 1642억원으로 비슷한 자본규모를 갖고 있는 신영증권(1조458억원)과 비교해도 적다.

또한 천문학적인 소송가액도 여전히 골칫거리다. 유안타증권은 지난 3분기 기준으로 약 1조6978억원(21건)에 달하는 소송액(피소)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동양사태 여파에 따른 투자자들의 소송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유안타증권은 이와 관련  26억원에 달하는 충당부채를 설정했다.

아울러 꾸준히 불거지는 ‘매각설’도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 한때 꾸준한 실적 상승과 사업 확장으로 매각설이 사실상 ‘루머’에 그쳤으나 서 대표의 사임과 함께  궈밍쩡 단독 대표 체제로 구축되면서 또다시 이 같은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실적이 좋은 시기에 엑시트를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반면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미 본사에서 매각은 없다고 직접적으로 못을 박았다"며 이 같은 논란은 루머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유안타증권도 이 같은 논란을 일축하고 있다.

한편 서 대표는 유안타증권 전신인 동양증권 리서치센터장과 경영기획부문장(CFO), 부사장 등을 거쳐 2013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됐다. 이후 동양그룹 사태가 벌어지며 동양증권이 대만 유안타그룹에 매각돼 사명이 유안타증권으로 바뀐 이후에도 대표이사직을 유지했다. 

shwan9@kukinews.com

유수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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