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감염병의 확산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어느 한, 두 국가만의 노력으로 가능할까. 정답은 "아니오"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최근 내놓은 ‘코로나19 확산 사태 대응 관련 국제법의 한계와 개선과제’를 보면 이 질문의 답을 찾을수도 있겠다. 보고서는 국제사회의 감염병 관련 대응이 법적 강제력도 없고 경제적 유인도 부족하기 때문에 조기 대응을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협력이 필수조건이라고 결론 내린다.
세계화에 따라 감염병이 국경을 자유로이 넘나든다. 바꿔말하면 발병국의 대응만으로는 차단에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여기서 요구되는 것이 국제기구와 국제법을 토대로 한 국제관리와 협조체계다. 문제는 이론과 현실의 괴리다. 비록 세계보건기구(WHO)가 감염병 대응체계를 구축해놓고 있지만, 이번에도 고질적인 문제가 되풀이되고 말았다.
감염병의 초기 대응을 하려면, 당사국이 신속히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 발생국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에 해당하는 신종 감염병의 존재를 확인하고도 WHO에 알리지 않으면, 국제법을 위반하는 것이다. 국제법을 어겨도 제재는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의무가 없다보니 정보는 지연되고, 확산이 가속화되었을 때야 국제사회가 알게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정보의 비공개 현상은 코로나19 국면에서도 여지없이 되풀이됐다. 중국내 한 연구소는 바이러스 재생산에 성공했지만, 샘플을 공개하지 않고 유전자 서열 정보만 공개해 논란을 야기했다. 국제법에 따르면 당사국이 제공해야 할 정보는 감염국이 자국 내 감염병 발생 여부와 현황, 자국의 대응조치 등에 관한 정보로 제한돼 있다. 보유하고 있는 진단 백신 치료에 관한 기술이나 감염병 바이러스 샘플에 대한 정보는 제공해야 할 정보 대상에 포함되어 있지 않아 타 국가에서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이 더뎌지게 된다.
국제법에 따르면 입국 지점에서의 여행자에 대한 인도적 대우에 대해 명시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따라서 국가는 여행자의 입국 금지 또는 격리 조치를 취할 때 이를 염두에 둬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국가마다 방역능력에 차이가 있어 국가마다 구체적인 이행 방식에 있어 차이가 있다. 특히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공중보건 역량이 충분하지 하지 못한 국가의 경우 특정 국가의 국민에 대한 전면적 입국 금지와 같은 과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질병 관련 사안의 규모나 심각성에 따라 WHO는 질병, 사태, 공중보건 위험,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의 4단계로 구분해 공중보건 문제를 유연하게 단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지난 1월30일 WHO가 내린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는 국제법상 유일한 감염병 경보 단계이자 최고 수준의 경보이다. 이 때문에 초동조치로 감염병의 확산을 차단시키는 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고서는 신종감염병을 해결하기 위해선 ▲WHO 당사국의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 통고 의무 이행 강제할 메커니즘 신설 ▲백신 기술·샘플 정보 제공하도록 인센티브 제공 방안 모색▲WHO 내 감염병 위협 직접 노출된 국가에 대한 재정적·기술적 원조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체계적 시스템을 구축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 선포의 강력함을 유지하면서 중간 단계의 경보체계를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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