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배성은 기자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누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간의 진흙탕 싸움이 극에 달하고 있다. 오는 27일 예정된 한진칼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조 회장 측과 이를 끌어내리려는 3자연합(조 전 부사장, KCGI, 반도건설)의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지고 있다.
이번 주총에서의 관전포인트는 단연 조 회장의 연임 여부다.
18일 기준 3자 연합(KCGI 18.68%, 반도건설 14.95% 조현아 전 부사장 6.49%)의 지분율은 총 40.12%에 달한다.
조원태 회장 측은 조 전 부사장을 제외한 총수 일가 지분 22.45%와 델타항공 14.9%, GS칼텍스 0.25% 등을 확보했으며, 대한항공 자가보험·사우회·우리사주조합(3.8%)도 조 회장을 지지할 가능성이 크다. 카카오가 2% 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최근 1% 미만의 지분만 남기고 주식을 처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지난해 주주명부가 폐쇄되기 전 양측이 보유한 지분율은 조 회장 측이 근소하게 앞선 상황이다. 주주명부 폐쇄 이후 사들인 지분에 대해서는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다.
지난해 말 주주명부 폐쇄 이전에 보유한 지분으로 볼 때 조 회장 측 37.25%, 3자 연합 31.98%다. 양측의 격차는 5.27%포인트에 불과하다. 양측의 지분율 차이가 크지 않은 만큼, 최근 의결권 직접 행사를 선언한 국민연금(2.9%)과 일반주주들의 표심이 조 회장 연임의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주총이 끝나다고 해서 분쟁이 끝난 것이 아니다. 양측 모두 최근 한진칼 지분을 경쟁적으로 사들이며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어, 주총 이후 새로운 경영권 분쟁 국면이 펼쳐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한 조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올해 조 회장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의 3자 연합에 맞서 한진칼 사내이사 연임에 성공한다고 해도 내년에 또다시 '전쟁'을 치러야 하는 셈이다.
양측은 무분별한 공방전이 심화되면서 한진가(家) 남매의 싸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항공업계가 '셧다운' 위기에 처한 가운데 모두가 한마음으로 코로나 사태 극복에 힘을 보태도 모자랄 상황에서 이 같은 경영권 분쟁은 옳지 않다는 지적이다.
항공 업계는 전 세계 150개국이 한국발(發) 입국을 제한함에 따라 오는 6월까지 이용객 수가 498만명이나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체 항공사 매출 피해는 6조3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대한항공도 기존에 운항하던 124개 노선 중 89개 노선에서 운항을 중단한 상황이다. 항공 수요 감소에 따른 감편으로 국제선 여객 운항 횟수는 평소 대비 86%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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