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 컴백 아이돌 누가 누가 잘했나

솔로 컴백 아이돌 누가 누가 잘했나

솔로 컴백 아이돌 누가 누가 잘했나

기사승인 2020-04-01 08:00:00

[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만물이 소생하는 달, 3월. 1월 중 3월만큼 ‘시작’과 잘 어울리는 때가 있을까. 짧게는 3년, 길게는 9년간 경력을 쌓은 이들이 지난 3월 새로운 발걸음을 내디뎠다. 첫 솔로 음반을 발표한 세 아이돌 가수의 이야기를 살펴본다.

세정의 ‘화분’

그룹 구구단 멤버 세정은 청소년 성장드라마의 주인공 같은 인물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유년기를 보냈지만 꿈과 희망을 잃지 않았고, 밝고 긍정적이며 의욕적인 태도로 원하는 바를 이뤄냈다. 그가 앞서 발표한 솔로곡이 고생한 어머니에게 ‘꽃길만 걷게 해주겠다’고 약속하는 내용(‘꽃길’)이거나, 힘들어하는 이에게 ‘너의 손을 놓지 않겠다’고 토닥이는 내용(‘터널’)이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세정은 기획사가 자신에게 바라는 ‘캔디’ 이미지에 한정되길 거부한다. 지난 3월17일 발매한 첫 번째 미니음반 ‘화분’은 세정이 어두운 시간을 지나며 느낀 생각을 들려준다. 위로는 곧 공감이라고 믿는 세정은 이 음반이 ‘모두 잘될 거야’라는 격려보다는, 하나의 이야기로 들릴 수 있도록 가사를 완성했다고 한다. 싱어송라이터 선우정아와 바버렛츠 안신애가 함께 쓴 동명의 타이틀곡은 가창력을 과시하려는 듯한 구성이나 감정 과잉 없이도 정갈하게 듣는 이의 마음을 감싼다. 발라드를 중심으로 모던 록과 리드미컬한 팝을 아우르는 등 장르적 스펙트럼을 넓히려는 시도도 반갑다.

옹성우의 ‘레이어스’

그의 첫 미니음반 제목처럼 그룹 워너원 출신 가수 옹성우는 여러 겹으로 이뤄진 사람이다. 긴장과 눈물이 교차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순위 발표식에서 “정말 진짜 완전”이라는 익살스러운 유행어를 만들어 냈을 만큼 장난기가 많지만, 그룹 워너원의 정규음반 기자간담회에서 신곡 유출과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가장 먼저 나서서 답변했을 만큼 어른스러운 면모도 갖췄다. 데뷔 전 단편영화 ‘성우는 괜찮아’에 출연했을 때부터 줄곧 불안, 혼란, 방황 등을 이야기하며 자신을 돌아보고 확인하던 옹성우는, 지난달 25일 발표한 첫 번째 미니음반에서 마침내 자신을 이룬 여러 층의 결을 꺼내 보여준다. 타이틀곡 ‘그래비티’(GRAVITY)는 욕심만 쫓아 방황하다가 허무함을 느낀 순간을 무중력에, 하지만 다시 자신을 일으켜 세워 나아가게 하는 힘을 중력에 비유한 노래다. 음반에서 옹성우는 “나를 알아주길 바라면서 숨겨놓”고 “누군가 옆에 있기를 원하면서도 외롭기를 자처하는”(‘또, 다시 나를 마주한 채’) 자신의 모순을 고민하면서도, ‘바이 바이’(BYE BYE)에선 타인의 시선을 넘어 자유로운 ‘나’로 살아가길 소망한다. 소속사는 “그동안 옹성우가 경험하고 느낀 마음 한구석 이야기들을 그의 음악으로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는 음반이길 바란다”고 했다.

수호의 ‘자화상’

열다섯 살에 SM엔터테인먼트에 입사해 7년간 연습생으로 지내다가 스물세 살에 인원이 12명이나 되는 보이그룹의 리더로 데뷔했다. 수호는 팀 동료들이 입 모아 말하듯 SM엔터테인먼트의, 그리고 그룹 엑소의 모범생이다. 데뷔 9년 만에 첫 솔로 음반을 냈을 때도 그는 자신의 정체성이 ‘엑소의 멤버’에 있음을 숨기지 않는다. 타이틀곡 ‘사랑, 하자’는 엑소의 구호이고, 그가 필명으로 쓴 ‘SH2O’는 ‘수호’의 머리글자에 물을 뜻하는 분자기호 H₂O를 더한 것이다.(참고로 엑소의 세계관 안에서 수호는 물과 관련한 초능력을 가졌다) 수노는 “엑소란 수호 자체”라고 말한다. “서른 살 인생 중 15년을 회사(SM엔터테인먼트)에 있으면서 엑소와 엑소엘이 자연스럽게 제 인생에 스며들었던 것 같다”는 의미에서다. 그가 자화상을 그리듯 만든 이번 음반에 엑소의 흔적이 묻어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타이틀곡 ‘사랑, 하자’를 포함해 수록곡 대부분이 모던 록 장르로 채워졌으며, 1990년대생 ‘뉴트로 천재’ 박문치부터 이규호·임헌일까지 SM엔터테인먼트가의 음반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프로듀서들이 작사·작곡·편곡으로 참여했다. ‘리더’라는 자리가 주는 무게를 잠시 내려놓은 덕분일까. 여전히 단정하면서도 한층 편안해진 수호의 매력이 돋보인다.

wild37@kukinews.com / 사진=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판타지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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