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중동포 송모씨는 서울에서 12년 동안 살았지만, 서울시의 재난 긴급생활비 지원 대상에서 빠졌다. 경기도 광명시에서 7년째 거주 중인 박모씨도 경기도형 재난기본소득 지급 대상에서 배제됐다. 이들 모두 주민세·지방세 등 세금을 내고 있지만, 지원 대상에서 빠진 이유는 뭘까. 이들이 '이주민'이었기 때문이다.
[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코로나19 장기화로 서울시와 경기도 등 지방자치단체들이 속속 재난지원금을 지급키로 결정했지만, 난민과 인도적 체류자를 포함한 이주민들이 지원 대상에서 배제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18일 저소득층 근로자와 영세 자영업자 등 중위소득 100%(1인 가구 기준 월 소득 175만원) 이하 가구를 대상으로 30만~50만원의 긴급생활비를 지원키로 했다. 시는 기존 복지지원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에 대한 지원이 그 주요 목적이라고 밝혔다. 경기도도 소득·나이와 관계없이 모든 경기도민에게 1인당 10만원의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키로 했다. 도는 고소득자·미성년자 등을 제외하거나 차별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외국인은 예외였다. 서울시는 ▲외국인 등록된 자 ▲주소지가 서울인 자 ▲한국 국적자와 혼인 또는 가족 관계에 있는 자 등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경우에만 지원대상이 된다고 밝혔고, 경기도는 외국인은 지원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시사점은 서울시와 경기도가 외국인을 ‘주민’으로 보느냐다. 지방자치법상 외국인도 주민의 개념에 포함되고, 주민세법상 주민세를 징수하는 등 외국인 역시 주민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외국인은 주민등록의 대상에서는 제외되고 출입국관리법상 외국인등록제도를 통해 등록하는 구조라 외국인은 사실상 주민에서 제외된다.
이주민센터 ‘친구’의 이진혜 변호사는 국가인권위원회에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상대로 진정을 제기했다. 긴급재난지원금을 주는 지자체가 헌법과 국가인권위원회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차별행위 및 인권침해라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서울시와 경기도의 대책은 평등권을 규정한 헌법 제11조에 반하며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에 해당하는 지방자치단체의 행위”라며 “이주민에 대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등 헌법상 기본권의 보장을 위한 최소한의 정책 실현조차 하지 못하여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과거 헌법소원 판례를 보더라도 외국인에게 헌법상 기본권을 제공하라는 사례가 많았다고 이 변호사는 덧붙였다.
섹 알 마문 이주노조 부위원장은 “거주하고 있지만, 주민등록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외되는 것은 억울하다”며 “많은 한국사람이 이주민들은 세금도 내지 않으면서 재난소득을 원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근로소득세·종합소득세·지방세·주민세를 내고 있다. 지자체가 주민세와 지방세는 거둬들이면서 이주민에게는 혜택을 주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국세청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외국인 근로자 55만8000명이 근로소득세로 7707억 원, 종합소득세로 3645억 원 등총 1조 원이 넘는 세금을 냈다. 섹 알 마문 부위원장은 “정부와 지자체가 이주민들도 사회에 기여하는 구성원임을 망각하고 있다. 세금은 내면서 재난지원금은 받지 못하는 건 억울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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