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원 소중한 자금, 지원하고도 욕먹는 일 없도록 해야”
[쿠키뉴스] 조계원 기자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들이 ‘1000만원 직접대출’을 받기 위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앞에서 밤새 줄을 서는 것으로 확인됐다. 소상공인들은 아침 7시쯤 마감되는 현장 예약을 위해 전날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추위에 떨며 대리석 복도에서 쪽잠을 자고 있었다.
쿠키뉴스가 7일 오후 11시 30분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 서울중부센터를 방문한 결과 다음날 아침 진행되는 현장 예약을 위해 대기하는 소상공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소진공의 ‘직접대출’은 신용등급 4~10등급인 저신용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보증 없이 연 1.5% 이율로 1000만원까지 대출해주는 정책상품이다. 지난달 25일 출시된 이후 대출 접수를 시작한 각 지역 소진공 센터에는 개장 전부터 긴급 대출을 받으려는 소상공인들이 긴 줄을 서는 모습을 보였다.
그동안 신용등급이 낮거나 기존 대출로 인해 각종 금융지원에서 거부된 소상공인들이 코로나 위기를 극복할 긴급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소진공으로 몰린 영향이다. ‘1000만원 직접대출’이 신청 후 4~5일만에 지급되고, 대출 기간이 은행 이차보전 대출 보다 길다는 점도 소상공인들의 발길을 이끌었다.
정부는 소상공인들이 몰리면서 지난달 27일부터 온라인 예약시스템을 도입하고, 이달 1일부터는 출생연도에 따른 ‘홀짝제'를 도입했다. 홀짝제는 홀수 날짜에는 출생연도가 홀수인 사람이, 짝수 날짜에는 출생연도가 짝수인 사람이 각각 대출 신청을 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정부의 대책에도 대출을 받기 위한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은 여전했다. 온라인 예약시스템은 예약접수 시작과 동시에 마감하기 일 수 였고, 나이가 있는 소상공인들은 온라인 예약 시스템 접근 자체가 어려웠다.
이에 결국 돈이 급한 소상공인들은 어떻게든 대출을 신청하기 위해 소진공을 찾기 시작했지만 현장예약 마저 조기 마감되자 전날부터 밤새 줄을 서기 시작했다.
◆차가운 복도와 계단에서 쪽잠자는 소상공인들=7일 밤 소진공 서울중부센터에서 만난 소상공인들은 모두 깔개나 종이박스를 깔고 차가운 복도와 계단에서 잠을 자거나 앉아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저녁 11시 반에 센터를 방문했을때는 이미 6명의 대기자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 가운데는 늦은 저녁을 삼각김밥 하나로 대신하던 젊은 편의점 사장도 자리하고 있었다.
종로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씨(가명)는 “코로나19로 광화문에 관광객이 줄어들면서 편의점도 어려워 졌다”며 “상황이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아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소진공을 방문했다”고 방문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온라인 신청도 시도해 봤지만 시작과 동시에 마감돼 안되겠다 싶어 전날 오전에 소진공을 방문했다”면서 “앞서 한번 방문했지만 현장 신청이 마감돼 오늘 작정하고 일찍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날 밤에 오면 1순위일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미 두분이 더 와서 자리를 잡고 있어 놀랐다”고 밝혔다.
건어물 가계를 운영하는 이씨(가명)는 계단에 박스를 깔고 앉아 밤을 새면서도 정부가 1000만원을 저리에 지원해 주는 점에 대해 고마움을 남겼다. 다만 지원 과정이 매끄럽지 못 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씨는 “가계마다 다르겠지만 우리 같은 경우 1000만원이면 이번 코로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정부는 유용한 자금을 지원하고도 욕을 먹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단 소상공인들의 직접대출 신청을 일괄적으로 접수하고, 심사에서 자격에 문제가 있는 이들만을 따로 상담을 진행하면 지금보다 지원 속도가 휠씬 빨라질 것”이라며 “정부는 지원 과정까지 깔끔하게 진행되도록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소진공 직원은 “아침 7시부터 하루 평균 40~50분의 현장 접수를 받는데 접수 1번은 대부분 전날 오신 분들이 차지한다”며 “새벽부터 줄을 서시는 분들이 대다수로”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은 온라인 접수보다 현장접수 인원이 많다”며 “온라인 접수는 하루 20~30분 정도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지역 소진공 센터도 ‘밤샘’ 마찮가지=다른 지역의 소진공 센터도 상황은 비슷하다.
서울 북부센터에서 이달 들어 현장 접수에 성공한 한 소상공인은 접수 당일 접수 1번이 전날 저녁 11시 반 센터에 도착했으며, 본인이 센터에 도착한 새벽 2시경에는 5~6명의 신청자가 이미 대기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부산 중부센터도 새벽 1시부터 현장 접수 대기자가 나왔고, 경기도 의정부센터에서는 새벽 5시반에 현장 마감이 종료되는 상황도 보였다.
부산 중부센터에서 최근 직접대출을 받는데 성공한 한 소상공인은 “직원의 권유에 따라 새벽 2시에 줄을 서 현장예약에 성공했다”면서 “줄을 서기위해 방문했을 때는 이미 사람들이 나와 대기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소상공인들이 1000만원 직접대출을 받기 위해 이같이 고생하는 사이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일단 정부는 이같은 상황의 원인이 지원 과정의 부실보다 지원이 필요한 소상공인들이 예상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급격히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소진공에 소상공인들이 몰리고 줄을 서면서 신청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온라인 예약제와 홀짝제를 도입했지만 지원을 원하는 소상공인들이 워낙 많아 새벽부터 줄을 서는 분들이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진공에 지원 신청이 몰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다만 구체적인 대안에 대해서는 발언을 내놓지 않았다.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