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해외부동산 충격…국내 증권업계 ‘전전긍긍’

코로나19에 해외부동산 충격…국내 증권업계 ‘전전긍긍’

기사승인 2020-04-08 08:45:51

[쿠키뉴스] 유수환 기자 =중국 우한에서 발생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팬더믹(세계적 확산)으로 세계 부동산 시장을 강타하자 국내 증권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지난 수년간 해외 부동산투자에 열을 올린 증권사들이 현지 부동산 시장의 충격을 고스란히 맞을 것으로 보여 증권사는 물론 국내 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8일 NH투자증권 등 증권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미국 등지에서 코로나19에 따른 영업 중단·매장 폐쇄로 인해 배당 중단·축소와 주가 급락을 겪는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들이 속출하고 있다.

미국 내 43개 주와 워싱턴DC가 자택 대피 명령을 내리는 등 다수 지역에서 식료품 등 필수 업종을 제외한 사업체·점포가 휴점에 들어가면서 상업 부동산시장이 휘청거리는 것이다.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은 호텔·숙박업계로 미국 제2위의 호텔·리조트 리츠인 ‘파크 호텔&리조트’(Park Hotels & Resorts) 주가는 연초부터 지난 6일(현지시간)까지 72.17% 폭락했다.

이 리츠를 포함한 13개 미국 호텔 리츠와 세계 최대 호텔 체인인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은 수익·유동성 악화에 배당 중단 또는 배당금 삭감을 발표했다.

라스베이거스의 경우 네바다주 정부가 지난달 18일부터 필수 업종 외 모든 매장의 문을 닫도록 지시하면서 모든 호텔·카지노가 텅텅 빈 상태다.

상가 등 리테일 업계에서도 미국 최대 리테일 리츠인 사이먼 프로퍼티 그룹(Simon Property Group)이 지난달 18일부터 프리미엄아울렛과 쇼핑몰 등 미국 내 209개 전 매장의 영업을 중단했다.

이에 따라 이 회사 주가는 연초 이후 63.17% 하락했다.

NH투자증권 측은 “미국 내 호텔 리츠에 이어 다수의 리테일 리츠가 배당금을 줄였으며, 모기지(주택담보대출) 리츠들도 주택저당증권(MBS) 등 투자자산 가격 급락에 따른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 사태로 자산 매각과 배당 취소에 나섰다”고 전했다.

김형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로 세계 관광산업이 위축되며 호텔·리테일 리츠의 임대수익이 가장 빨리 훼손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코로나19에 따른 공실 확대에 더해 미국에서 '임차료 납부 거부 운동'(rent strikes)이 확산하면서 향후 임대수익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미국 등 주요국 부동산 시장의 충격에 스탠더드&푸어스(S&P) 글로벌 리츠 지수는 연초 이후 31.87% 급락해 미국 증시 S&P500 지수(-17.55%)의 두 배 가까운 하락률을 기록했다.

한편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의 해외부동산 투자펀드 설정액은 3월 말 현재 54조7천935억원으로 지난 2015년 말(11조2779억원)의 약 4.9배로 성장했다.

따라서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부동산 투자 익스포저(위험 노출) 금액도 2017년 말 약 2조7천억원에서 작년 6월 말 현재 약 8조원으로 급증했다고 한국신용평가는 추산했다.

그러나 이제 미국과 유럽이 코로나19의 최대 확산 지역이 되면서 현지 부동산에 집중 투자한 증권사와 관련 해외부동산 펀드들의 손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게다가 증권사들이 인수한 해외부동산을 펀드 등에 재매각(셀다운)하지 못한 미매각 물량이 쌓이면서 증권사 부담이 커지는 것으로 보인다.

shwan9@kukinews.com

유수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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