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지역 중소병원들은 존폐위기를 걱정할 정도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의사협회 중소병원살리기 TF와 대한지역병원협의회는 코로나19로 인한 병원급 의료기관 손실규모 파악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는 지난달 16일부터 23일까지 진행됐고 대한지역병원협의회 소속병원 227개소를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방식으로 진행됐고, 조사기관 중 62개소가 응답했다. 응답 의료기관 중 병상 수가 100병상 미만인 곳은 33개소로 가장 많았다. 근무 인력은 의료기관당 의사 평균 10.7명, 간호(조무)사 평균 33.0명이었고, 근무지역은 수도권(서울·경기·인천) 25개소, 대구·경북 8개소로 나타났다.
설문에 응답한 의료기관들의 일 평균 외래환자수 변화를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살펴보면 1월은 평균 3.8명이 증가한 반면, 2월은 평균 44.5명, 3월은 평균 88.9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발병하기 시작한 2월부터 외래환자 수가 급감했음을 알 수 있다.
일 평균 입원환자 수 변화를 살펴보면,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1월은 평균 2.3명, 2월은 평균 2.9명, 3월은 평균 8.5명이 감소했다. 매출액도 같은 기간 비교했을 때 1월 평균 6082만9000원. 2월은 평균 8395만8000원 3월은 평균 4040만3000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병원 살리기 TF는 “코로나19 발병 이전에도 의료기관을 옥죄는 각종 규제와 환자의 대형병원 쏠림현상 등 열악한 제도적 환경들로 인해 가뜩이나 매출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한 2~3월에는 매출이 더욱 급감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의료기관 경영난의 심각성을 잘 나타내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의료기관의 추가 발생 비용은 평균 2202만1000원으로 집계됐다. 현재 ‘코로나19’ 차단을 위한 장비 구매 등 안전조치들을 위한 추가 비용의 대부분을 민간 의료기관이 떠안고 있다. 중소병원 살리기 TF는 이러한 추가 비용은 ‘코로나19’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의료기관의 상황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번 설문조사로 많은 의료기관들이 실제 경영난에 직면해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이에 대한 정부의 지원책 등 대응방안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전 세계적으로 환자가 늘고 있어 해외로부터 감염원 역유입에 대한 우려도 다시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 가능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어 이에 따른 의료기관의 경영난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 자명하다고 밝혔다.
지역 중소병원들은 정부의 보장성 강화정책에 기인한 상급병원 쏠림현상으로 환자 수 감소는 물론, 최근 3년간 32%에 달하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환자 안전을 위한 정부 정책에 따른 많은 비용 소요 등으로 병원경영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고 이들은 주장하고 있다. 이와중에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겹치면서 연차 소진·단축 근무·은행권 대출 등 다양한 자구책을 고려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해결되지 않을 경우 폐업 등 극단적 방법까지 강구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한다.
중소병원살리기TF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의료기관의 경영난 해소를 위해 ▲기업구호 긴급자금 투입 대상에 중소병원 포함 ▲국세 및 지방세 감면, 6개월 이상 유예 ▲ ‘소상공인 자영업자 긴급 경영자금’과 동일한 1.5% 초저금리 대출 시행 ▲고용유지지원금에 대한 특별지원 및 한시적 인건비 지원 ▲요양급여 청구금 조건 없는 선지급 및 심사기준 완화 등을 정부에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요청사항들이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인해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붕괴를 막기 위한 가장 중요한 대책”이라며 “조속한 시일 내에 검토해 제도개선을 추진해 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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