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간 줄다리기가 심상치 않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와 망 사용료를 놓고 옥신각신한 끝에 법정까지 가서 시시비비를 가리게 됐다. 넷플릭스가 서울지방법원에 채무부존재 확인의 소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채무부존재란, 말 그대로 채무가 없음을 확인해 달라는 것이다. 즉 브로드밴드가 주장하는 사용료 지불의 의무가 없다는 말이다.
쟁점은 과연 망 사용료를 내야 하는지다. 콘텐츠 제공자(CP)인 넷플릭스는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인 SK브로드밴드에 망 이용료를 내는 것 자체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이미 사용자에게 통신요금을 받고 있으면서 기업에게도 받는 것은 이중부담이라는 논리다. 대신 트래픽을 감안해 해외망 트래픽을 줄이는 캐시서버를 무상 설치해 주겠다는 것이다. 반면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 가입자가 증가하며 트래픽이 급격히 늘면서 서버 증설작업을 추가로 해야 하는 등 자사 부담이 늘고 있기 때문에 망 사용료를 받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둘 간의 갈등은 2017년부터 계속돼왔다.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는 망 사용료를 두고 9차례나 협의했지만 양사간 간극이 커 결렬됐다. 이에 SK브로드밴드는 방송통신위원회에 망 이용료 갈등을 중재해달라는 재정 신청을 한 바 있다. 방통위는 5월경 재정안을 마무리짓는 수순을 밟고 있다가 갑작스러운 넷플릭스의 소송으로 중재를 멈추게 됐다. 넷플릭스 측에서 방통위가 자사에 불리한 판결을 낼 것을 예상한 것으로도 보인다.
관전포인트 하나는 국내기업과 넷플릭스 등 해외기업간의 망 사용료를 둘러싼 알력이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기업들은 통신사의 전용회선을 사용하면서 이미 수백억대의 망사용료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콘텐츠사업자(CP)들은 국내 고객들이 많이 찾고 있어 우월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를 무기로 통신사의 압력에 굴하지 않아 국내 사업자들이 상대적으로 차별받고 있는 셈이다. 국내 콘텐츠 사업자들은 수백억대 망 사용료를 부담하면서 한 푼 내지 않는 넷플릭스와 경쟁하고 있어 불합리하다고 토로한다. 국내기업과 해외기업의 이 같은 온도차를 법원이 어떻게 해석할지 지켜볼 만하다.
또 하나의 관전포인트는 여러모로 이번 브로드밴드의 '외로운 싸움'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KT나 LG유플러스가 참전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의 경우 넷플릭스와 협업해서 캐시서버를 설치하는 등 넷플릭스와 협업하고 있으며, KT는 1위 사업자로서 넷플릭스와 물밑 협상 중이다. 과거 글로벌 사업자인 페이스북을 상대해서는 망 이용료 대가를 지불하라고 통신3사가 한목소리를 냈다. 이번 넷플릭스의 경우 점유율이 적은 업체와 손을 잡는 전략을 취하면서 통신사업자간 입장차가 생겨 뜻을 합치기 어렵게 됐다. 우군이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의견을 모을 수 있을지 관심사다.
이번 소의 결과가 주목되는 또 하나의 관전포인트는 넷플릭스가 해외에서 망 사용료를 내는지의 여부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가 해외에서는 망 사용료를 이미 지급해 왔다고 설명한다. 미국과 프랑스 등 해외에서도 망 사용료를 놓고 낸 행정소송에서 패소하면서 통신사에 망 사용료 지급 계약을 체결해 왔다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해당 사안은 기업간 내용으로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통신사로서는 페이스북에 이어 거대 글로벌 콘텐츠업체와의 싸움인 만큼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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