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미술평론가 김선태 “한지는 볼수록 은은하고 깊은 맛”

[인터뷰]미술평론가 김선태 “한지는 볼수록 은은하고 깊은 맛”

기사승인 2020-04-27 10:41:02

[전주=쿠키뉴스] 홍재희 기자 = 예술의 가치를 연구하는 김선태(59) 한국전통문화전당 원장은 한지의 전통미를 현대적 감성으로 풀어내고 있다. 그는 “한지는 은은하고 깊은 고전미를 가지고 있어 그 질료(質料)는 다른 재료에서 찾아볼 수 없는 깊은 멋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24일 전주 한국전통문화전당서 만난 김 원장에게서 전통의 맥을 잇는다는 사명감이 느껴졌다. 그는 “전통을 잇는다는 것은 옛것을 보존하는데 그쳐서는 안 된다”면서 “전통과 현대적 감각이 어우러져 실생활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도록 전당이 주축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 원장은 “전주는 한지의 본고장으로 고려시대부터 외교문서와 임금에게 올리는 진상품에 들어갈 정도로 전주한지는 명성이 높았다”며 “한지를 활용한 수공예품은 실생활에서 이용되는 산업성도 있지만 예술성도 가지고 있어 색지장 등 무형문화재로 이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수공예의 경우 기성산업과 달리 손으로 만들다보니 생산성은 낮고 가격이 높아 수요가 거의 없다”며 “이 때문에 배우려는 이들이 많지 않아 일부 문화재의 경우 몇 년 뒤엔 명맥이 끊길 위기에 처해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김 원장은 대안으로 수공예를 실용성과 연결해야 하며 과거만 고집할 것이 아닌 현대적 감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지론을 폈다. 그는 수공예 아카데미와 한국공예 장인학교 등을 통해 장인을 길러내고 매년 융·복합 상품전을 열어 옛것과 현대의 콜라보로 시제품 생산을 추진해 오고 있다.

한지 보급을 위해 친환경 소재가 부각되는 현실에 맞춰 한지 마스크, 커피필터 등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그는 “실생활에서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한지에 대한 연구와 개발이 필요하며 수공예품 판로가 개척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한지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그는 “한지수요 감소에 따라 원재료인 닥나무 생산량도 감소해 베트남 등에서 수입해 생산하다보니 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키 위해 지난 2017년부터 닥나무를 계약 재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지 활용성은 그의 작품 속에도 녹아 있다. 서양화가인 김 원장은 캔버스 천 대신 한지를 세 번 겹친 삼합지를 사용하고 있다. 그의 정미소, 길 시리즈 작품이 그러하다. 김 원장은 “한지는 현대미술에서 비구상, 단색화 등 과거 지향적 작품에 사용되고 있다”면서 “다른 재료에서 찾아볼 수 없는 차별화된 독특한 질감으로, 볼수록 은은하고 깊은 맛이 있다”고 말했다.

그의 전통에 대한 애착은 어릴적 생활과 연결된다. 현재 성심여고 운동장 위치에 있던 한옥에서 대가족이 모여 살았던 시절 인근 경기전 등 한옥마을을 마음껏 화지에 담아냈다고 회상했다.

김 원장은 “그림을 그리게 된 것은 부모님의 영향이다”며 “초등학교 때 아버지가 화구박스를 선물해 주시면서 '너는 화가로 성공하라'는 말씀을 해주셨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어 “예술적 재능은 어머니 솜씨를 물려받은 것으로, 어머니가 70년대 초반의 가족사진을 보고 스케치한 것을 서신갤러리에서 함께 전시한 적이 있다”고 그리움을 표현했다.

김 원장은 “한지가 일본과 유럽 등 외국에서 수입해 사용되는 수채화지 등 종이를 대신할 수 있다”며 “끊임없는 노력으로 전주한지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일본 화지와 당당히 맞서겠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이어 “전당이 한지의 중심이 돼 전통문화를 계승 발전시키고 누구나 찾는 시민들의 열린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발전시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 원장은 전주대 미술교육과를 졸업하고 홍익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예원대학교 미술조형학과 교수이다. 지역에서는 평론가, 서양화가로 활동하고 있다.

obliviate@kukinews.com

홍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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