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 내홍 불씨 ‘김종인 비대위’… 주호영 시험대

통합당 내홍 불씨 ‘김종인 비대위’… 주호영 시험대

몸집 불리는 ‘자강론’, ‘김세연·김용태·김황식’ 등 대안까지 등장해

기사승인 2020-05-12 01:00:00

[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미래통합당의 쇄신이 더욱 늦어질 전망이다. 쇄신의 방향키를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에게 쥐어줄 것처럼 보였던 당내 분위기가 둘로 쪼개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서다. 이에 새롭게 원내지휘봉을 거머쥔 주호영 원내대표의 지도력도 같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앞서 미래통합당은 지난달 28일 개최하기로 했던 상임전국위원회가 정족수 미달로 무산되며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의 전제조건이었던 임기조정에 실패했다. 더구나 기존 원내지도부가 문제해결을 신임 지도부로 넘기며 10여일이 지난 지금까지 수장 없는 반쪽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단순히 반쪽 운영이 길어지는 것을 넘어 ‘김종인 비대위’를 둘러싼 당내 갈등이 다시금 불붙었다는 점이다. 평소 ‘김종인 비대위’에 긍정적 견해를 밝혀왔던 주호영 의원이 원내대표에 선출되며 조만간 출범할 것처럼 분위기가 형성됐지만, 주 원내대표가 부친상으로 자리를 비운사이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다. 

당장 외부인인 김종인 내정자가 아닌 당내 인물을 중심으로 당을 새롭게 혁신하자는 ‘자강론자’들의 목소리가 다시금 커지고 있다. 전면에는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있다. 홍 전 대표는 주 원내대표가 자리를 비운 사이 자신의 사회연결망서비스(SNS) ‘페이스북’을 통해 “김종인 비대위에 미련을 갖는다는 것은 당을 더욱 수렁에 빠지게 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주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한 자체 비대위를 꾸리거나 아니면 당을 해체하라는 주장을 폈다. 전날에는 김 내정자를 “노욕과 감정을 주체 못 하는 80 넘은 노정객”이라고 폄하하는가 하면 “또다시 그가 터무니없이 개인감정을 앞세워 통합당을 수렁으로 몰고 가는 것은 더 이상 볼 수가 없다”고 김종인 비대위 출범을 강한 어조로 반대했다.

당내 분위기도 부정적으로 흘러가고 있다. 당장 원내대표 경선에서 권영세 후보와 짝을 이뤘던 3선의 조해진 당선인은 10일 “당내 다수가 김종인 비대위에 부정적”이라며 “스스로 개혁할 의지가 없다면 신탁통치를 요청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럴 바엔 ‘못난 인물’이라도 스스로 뽑자”고 자강론을 주장하고 나섰다.

여기에 초·재선 의원들도 뜻이 갈리기는 하지만 자강론에 힘을 보태는 모습이 속속 관측된다. 최형두 당선인(창원 마산·합포)은 언론을 통해 “비상상황이 오래가는 것은 좋지 않다. 연말까지의 시한도 길다”며 비대위 출범에는 찬성하지만 임기연장이나 전권을 넘기는 것에는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수영 당선인(부산 남구갑)은 김 내정자의 역할을 총선백서작성과 체제정비로 제한하고, 임기를 연말까지로 한정해야한다는 뜻을 피력하며 초선 당선자 10명 전후와 함께 온·오프라인 대화를 통해 뜻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꼭 김 내정자가 비대위원장이 될 필요는 없다”며 김용태·김세연 의원과 김황식 전 총리 등을 후보군에 올리기도 했다.

반면 김종인 비대위의 요구를 수용한 출범찬성 의견도 존재한다. 초선 다음으로 당내에서 많은 수를 차지하는 20명의 재선 당선인들은 이미 지난달 김종인 비대위를 출범시키자는데 의견을 모으고 임기문제를 집중 논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한 재선 당선인은 “김종인 비대위로 가는 것이 맞다. 지금 다른 길을 찾으면 너무 혼란이 크다”고 했고, 다른 재선 당선인은 “김 내정자에게 올해 연말, 내년 초까지 일할 시간을 줘야 한다”고 김 내정자의 뜻에 동조하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정치평론가들 다수도 김종인 비대위로의 전환이 현 시점에서 가장 국민의 신뢰를 빠르게 회복하고 ‘구태’를 벗어던질 수 있는 카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충분한 쇄신과 변화의 모습을 국민에게 인식시키기 위해서는 짧아도 연말, 길면 내년 4월까지 임기를 보장한 후 지방선거로 성과를 평가해 존속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풀이를 내놓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 정치평론가는 “주호영 신임 원내대표의 입장에서 원내대표의 첫 행보가 정치적 지도력을 시험받는 상황이 된 셈”이라며 “어떻게 둘로 갈라진 당내 여론을 하나로 모으고, 반대하는 이들을 포용하느냐에 따라 향후 원내 운영은 물론 21대 국회의 양상과 당의 운명까지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부친상을 당해 대구에 내려가 있는 주호영 신임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오는 13일 여의도로 복귀해 본격적인 행보에 나설 예정이다. 이에 주 원내대표가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전략적 행보를 보일지를 두고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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