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레저] 산상화원에서 즐기는 진분홍 향연 ‘황매산 철쭉’

[여행&레저] 산상화원에서 즐기는 진분홍 향연 ‘황매산 철쭉’

기사승인 2020-05-15 00:46:18

-생활 속 거리 두기 전환에 합천·산청군 산행 허용

-사진가들거리 지키며 자신만의 작품 만들기 몰두

-탐방객들도 스마트 폰으로 인생 샷 남기며 웃음꽃

-코로나19에 지친 몸과 마음진분홍 꽃밭에서 힐링

[쿠키뉴스] 경남 합천‧ 곽경근 대기자=여명이 벗겨지며 산의 윤곽이 확실히 드러난 14일 새벽 5, 경상남도 합천군 황매산(1,108m) 정상아래 오토캠핑장 주차장에는 사진촬영을 온 승용차로 주차할 곳이 없다. 그래도 꾸역꾸역 차들이 줄지어 들어서고 서둘러 카메라 백과 삼각대를 준비해 차에서 내리는 사람들.

일출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 사진가들은 철쭉 군락지를 촬영 포인트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한다. 빠른 걸음으로 10분 정도 오르자 활짝 핀 철쭉 사이로 수많은 사진작가들과 해돋이를 보러 온 탐방객들이 삼각대에 카메라를 올리고 혹은 스마트 폰을 들고 붉은 해가 솟아오르기를 기다리고 있다. 뒤 늦게 도착한 사람들도 철쭉 사이 촬영 포인트를 찾아 자리를 잡을 무렵 구름 사이로 해가 떠올랐다. 일출 시간보다는 조금 늦은 해여서 붉은 색은 덜 했고 꽃도 절정을 조금 지나 아쉬운 감은 있지만 그래도 '코로나 19'로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사진가들은 어느 정도 해가 올라 퍼지고 해돋이 꽃 촬영이 끝나자 새로운 촬영 포인트를 찾아 나선다삼삼오오 혹은 개인별로 부지런히 장소를 옮겨가며 작품 구상에 여념이 없다지금부터가 진짜 자신만의 창의적 구도와 새로운 앵글로 실력을 발휘할 시간이다.

초보사진가들은 선배들의 뒤를 쫒으며 카메라 기능에서 촬영법까지 질문이 끊이질 않는다십대부터 노익장을 과시하는 80 작가들까지 다연령의 사진가들이 다양한 카메라와 다양한 자세로 작품 만들기에 구슬땀을 쏟아낸다작품을 만들 수 있는 빛은 한낮보다는 사선으로 광선이 렌즈에 들어오는 아침시간이나 저녁 시간이 좋다그래서 사진가들은 사진은 아침저녁 장사라고 즐겨 말한다.

사진작가들 외에 철쭉을 보기위해 전국각지에서 온 탐방객들도 스마트 폰으로 인생 샷담기에 분주하다.

서울 서초동에서 온 박영원(71) 씨는 일출과 함께 만개한 철쭉을 보기위해 새벽잠을 설쳤지만 충분히 힐링이 된 것 같다코로나19로 만개 타이밍을 조금 놓쳤고 스마트 폰이라 마음껏 작품을 만들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아내와 함께여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합천군 대병면(大幷面가회면(佳會面)과 산청군 차황면(車黃面)의 경계에 위치한 황매산은 소백산과 지리산 바래봉과 함께 철쭉 3대 명산이다. 해발 700~900m의 황매평전에 넓게 펼쳐진 철쭉 군락지는 드넓은 진분홍빛 산상화원으로 보는 이로 하여금 저절로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사실 이곳 황매평전의 철쭉군락지는 30여 년 전 만 해도 대규모 목장지대였다. 1970년대 배고픈 시절 정부에서 우유생산을 위해 전국 몇 군데 대규모 목장단지를 개발했는데 그 대상지 중 하나가 황매산이었다. 목장을 조성하기 위해 나무를 베어내고 소나 양들이 풀을 뜯어 먹을 수 있도록 했다


소나 양들은 잡목의 새순과 풀을 뜯어먹으며 번식했으나 유독 독성이 강한 철쭉의 새순만은 먹지 않았다자연적으로 다른 관목은 사라지고 철쭉만 번성했다이후 목장이 철거되면서 자연스럽게 황매산은 상황이 비슷했던 지리산 바래봉과 더불어 국내 최대의 철쭉군락지가 되었다.

최근 며칠 사이에 황매산을 찾는 사진가들이나 탐방객 수가 크게 늘고 있는 이유는 정부의 생활 속 거리 두기 전환 시행에 따라 지난 9일부터 산행이 허용되고 진출입로와 주차장이 개방되었기 때문이다.

황매산을 끼고 있는 합천군과 산청군은 코로나19 사태로 5월 열릴 예정이었던 철쭉제를 취소했고, 최근까지 진출입로와 주차장을 폐쇄하는 등 사실상 관광객들의 출입을 통제해 왔었다.

두 군에서는 황매산 산행 허용과 시설 개방 소식을 발표하면서 산에서도 역시 생활 속 거리 두기 실천을 통해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하게 늦봄의 진분홍 향연을 즐겨달라고 당부했다.


황매산 하단부 철쭉 군락지는 꽃이 조금씩 지기 시작했고 정상부는 지금이 절정이다. 황매산은 매년 봄뿐 아니라 억새가 흐드러진 가을에도 많은 방문객이 찾는 명소로 올 가을 첫 억새축제도 준비 중이다.


사진=곽경근 대기자 kkkwak7@kukinews.com / 왕고섶 사진가


곽경근 기자
kkkwak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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