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민규 기자 =미국이 코로나19 확산의 책임을 놓고 연일 ‘중국 때리기’에 나선 가운데 중국이 가장 민감해하는 대만, 홍콩 문제까지 거론하는 등 공격 수위를 더 높이고 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세계보건기구(WHO)를 ‘중국 중심적이고 중국의 꼭두각시’라고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그는 이날 열린 WHO의 연례행사인 제73회 세계보건총회(WHA)에서 연설도 하지 않았다.

그는 “미국은 (WHO에) 일 년에 4억5천만 달러를 주는데 중국은 일 년에 3800만 달러를 준다. 수년간 4억5천만 달러를 내는데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또 코로나19 책임론과 관련, “중국은 그들이 한 일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 전세계를 아주 심하게 해쳤고 그들 자신도 해쳤다”고도 했다.

백악관도 중국이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국제사회에 2년간 20억달러 지원 방침을 밝힌 것은 주의분산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존 울리엇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중국의 지원 약속은 “점점 더 많은 나라가 중국 정부의 의무 충족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는 요구로부터 주의를 분산하려는 징표”라고 지적하면서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외교 수장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날 WHO가 총회에서 대만의 참여를 배제한 데 대해 이는 WHO의 신뢰를 손상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WHO를 이끄는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과 중국을 겨냥해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대만을 WHA의 절차에 포함할 수 있는 모든 법적 권한과 전례를 갖고 있었지만, 중국의 압력에 따라 대만을 초청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미국은 대만의 WHO 참여를 지지해왔지만 ‘대만 독립’을 인정하지 않는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어긋난다며 대만의 가입 시도를 견제해 왔다. 

당초 이번 WHA를 앞두고 대만의 초청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중국의 견제로 이뤄지지 않았고, 총회에서 대만을 옵서버로 가입시킬지 여부에 관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이 논의를 연말로 미뤘다.

전날에는 홍콩 문제를 꺼냈다. 폼페이오 장관은 성명에서 “최근 홍콩에서 벌어지는 미국 언론인에 대한 중국의 간섭 위협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며 “홍콩에 있는 미국 언론인은 선전집단이 아니라 자유 언론의 일원”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중·영 공동성명과 기본법에 보장된 홍콩의 자치와 자유에 영향을 주는 어떤 결정도 ‘일국양제’(一國兩制, 한 국가 두 체제)에 대한 미국의 평가에 반드시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해 홍콩 민주화시위로 골머리를 앓았고, 대만과의 양안 관계에선 ‘하나의 중국’ 원칙을 천명해온 중국 입장에서 가장 민감한 사안들을 미국이 들고 나온 것이다.

중국으로선 넘지 말아야 할 ‘레드 라인’(타협이 이뤄질 수 없는 쟁점 사항)을 건드리는 행위로 인식할 개연성이 농후하다고 매체는 전했다. 

미국 정부는 지미 카터 행정부 때인 1979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고 대만과 단교했으며, 이는 지난 40년 동안 대중국 외교의 근간을 이뤘다. 다만 미국은 대만과 단교하면서도 국내법으로 대만관계법을 제정, 대만 문제에 관여하는 길은 열어놓은 상태다.

미국은 경제 분야에서도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미국 기술로 제작된 반도체를 공급받지 못하도록 제한하겠다고 발표하고 뉴욕 증시에 상장된 중국 상장사들에 엄격한 회계규정 적용을 검토하는 전방위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AFP통신은 미국의 중국 때리기와 관련, 이전에 중국의 대응을 칭찬하기도 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자국 내 코로나19 대유행에 대한 대처로부터 주의를 돌리려 시도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