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김찬홍 기자 = FC서울의 안일함이 낳은 촌극이었다.
FC서울은 1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광주FC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0’ 2라운드 홈 개막전에서 후반 20분 터진 한찬희의 결승골에 힘입어 1대 0으로 승리를 거뒀다. 지난 1라운드 강원 원정에서 1대 3으로 패배한 서울은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하지만 이날 승리보다 더 화제가 됐던 건 관중석에 배치돼 있던 마네킹이었다.
최근 K리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무관중으로 진행되고 있다. FC서울은 시즌 첫 홈경기에서 텅 빈 관중석을 메우고자 많은 이벤트를 진행했다. 이 중 홈 서포터스석인 N석에는 ‘리얼 마네킹’이라고 이름 붙인 마네킹 수십 개를 앉혔다.
중계방송으로 해당 장면이 송출되자 많은 이들은 성인용품인 ‘리얼돌’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해당 논란에 대한 각종 외신 보도까지 이어지자 FC서울은 마네킹 업체가 성인용품과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실수를 시인했다.
FC서울 프런트의 꼼꼼하지 못했던 일처리가 독이 됐다.
이날 서울이 배치한 마네킹들은 중계 화면에서도 여성의 특정 부위가 도드라질 정도로 눈에 띄었다. 실제 성인용품을 판매하는 상호명과 리얼돌의 모델이 된 BJ 이름까지 마네킹의 옷과 장식 그리고 피켓에서 노출됐다. 제대로 된 검열도 거치지 않고 마네킹을 경기장에 앉힌 셈이다. 조금만 마네킹을 살펴보고 확인했더라면 이런 문제는 생기지도 않았다.
FC서울이 뒤늦게 낸 사과문도 아쉬움을 남겼다. 변명과 책임 전가로 상황을 회피하려고만 했다.
FC서울은 “‘달콤’이라는 회사에서 제작했고 의류나 패션업체를 대상으로 하는 제품이라고 소개를 받아 몇 번이고 성인용품이 아니라는 확인과정을 거쳤다”면서 “다만 ‘달콤’이라는 회사에서 BJ를 관리하는 ‘소로스’라는 업체에 기납품했던 마네킹을 되돌려받고 돌려받은 제품들을 이날 경기에 설치하는 과정에서 성인제품과 관련된 응원문구가 노출됐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마네킹을 제작했다는 ‘달콤’의 홈페이지에는 '리얼돌을 비롯한 성인용품을 개발·제조하는 브랜드'라고 명시돼 있다. 구단 측의 해명이 거짓이거나, 이러한 사실을 미처 알지도 못했다는 것이 된다. 어느 쪽이 됐든 이번 사태의 책임은 프런트에 있다.
우려스러운 것은 K리그의 이미지 훼손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세계 각지의 스포츠가 중단된 가운데 K리그는 37개국에 중계권을 판매했다. 프로축구연맹에 따르면 개막 라운드 6경기의 전 세계 시청자는 약 1900만명에 달한다.
하지만 서울의 실수로 인해 K리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차가워졌다. 영국 공영매체 BBC는 “관중 없이 리그를 재개해야 할 때 어떻게 분위기를 살릴지는 전 세계 스포츠 리그에 주어진 과제지만, (FC서울의) 이 사례를 따르려는 클럽은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밖에 야후스포츠 호주판은 관련 기사 제목에서 '망신'이라고 표현했고 영국 일간지 더 선 등 유럽 일부 매체는 성인용품점을 홍보했다고 비꼬기도 했다. 일부 팬들은 SNS상에서 ‘FC서울은 K리그의 수치’라고 언급했다.
FC서울은 이번 홈 개막전에 맞춰 편파중계, 치어리더 응원방송, 코로나19 극복 염원을 담은 대형 카드섹션 등 많은 노력을 펼쳤지만, 완벽하지 않았던 일처리로 인해 명문 구단이란 이미지에 스스로 오점을 남겼다. 한편 프로축구연맹은서울을 상벌위원회에 회부키로 결정하고 회의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19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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