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대로’ 인사, 독불장군식 행보…美트럼프에 세계도 혼란

‘내 맘대로’ 인사, 독불장군식 행보…美트럼프에 세계도 혼란

말라리라 치료제 권유, WHO 지원 중지 등 트럼프의 일방적 주장에 곳곳에서 시간 허비

기사승인 2020-05-30 00:10:00

[쿠키뉴스] 조현지 인턴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문가의 의견 조차 듣지 않는 독불장군 행보로 미국 뿐 아니라 세계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우선 미국에서 트럼프의 내맘대로 ‘인사’가 연일 도마에 오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탄핵과 관련해 불리한 증언을 한 관리에게 단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백악관 밖으로 쫓아내는 보복인사를 단행했다.

트럼프 탄핵 조사 청문회의 핵심 증인이자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근무 중인 알렉산더 빈드먼 중령이 가장 먼저 축출됐다. NSC에서 변호사로 근무하던 빈드먼 중령의 형제 예브게니 빈드먼도 함께 쫓겨났다.

앞서 그는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둘러싼 트럼프 탄핵 청문회에서 ‘양심선언’을 했다. 빈드먼은 “트럼프와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전화통화 내용이 미국의 안보를 약화할 것이라 우려했다. 그런 우려를 상부에 두차례 보고하고 NSC 법률팀에도 알렸다”고 증언했다.

청문회에서 트럼프의 바이든 부자 수사 요구와 군사원조 사이에 ‘대가성’ 관계가 성립된다고 폭로한 고든 선들랜드 주유럽연합(EU) 미국대사도 이를 피해가지 못했다. 트럼프에게 불리한 진술한 그는 ‘본국 소환’ 통보를 받았다고 언론에 밝혔다.

칼을 빼든 트럼프의 제멋대로 인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에게 쓴소리를 한 국무부, 국방부, 정보부처, 보건복지부 소속 감찰관 4명을 잇따라 해임한 것이다. 이에 공직자 비리 감시 등 정부 견제의 역할을 하는 감찰관의 ‘독립성’이 보장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의 측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의 ‘갑질 의혹’을 조사하던 스티브 리닉 감찰관은 대표적인 보복해임 인사다. 리닉 감찰관은 폼페이오 장관이 보좌관에게 개 산책 등 사적업무를 지시했다는 의혹을 조사 중이었다. 그러나 폼페이오 장관이 리닉 감찰관의 해임을 트럼프에게 직접 건의한 것으로 알려져 ‘보복성 조처’ 논란이 제기됐다. 

지난 1일 교체된 크리스티 그림 부감찰관도 트럼프 행정부의 ‘코로나19 대응 부실’을 지적하며 쓴소리를 뱉었다. 의료진 보호장비 및 검진키트 부족 등을 꼬집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해당 보고서는 트럼프 정부의 코로나19 초기 대응이 부실했다는 비판을 촉발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내 사람 챙기기’는 여전하다. 탄핵 국면에서 자신의 ‘전투적 변호인’으로 나선 마크 메도스 하원의원을 비서실장으로 지명했고 사위 재러드 쿠슈너 선임 보좌관은 백악관 내 권력 실세로 등극해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백악관과 가까운 한 전직 공화당 상원의원의 발언을 인용, “백악관에서 일하게 되는 사람들은 재러드가 ‘그림자 비서실장’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고 보도했다.

‘갑질 의혹’ 폼페이오 장관에 대해서는 직접 해명에 나섰다. 트럼프는 “폼페이오는 바쁘다. 나는 폼페이오 장관이 설거지 같은 일을 하기보다 세계 지도자들과 통화를 하길 더 원한다”고 말했다. 

인사 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독불장군식 행보는 세계 곳곳의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반대자들의 입을 막고 자신의 의견만 주장하는 트럼프 덕에 코로나19 대응도 부족한 세계의 시간이 허비되고 있다.

트럼프가 ‘신의 선물’이라 칭한 말라리아치료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대표적인 사례다. 일찍이 보건의학 전문가들은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효능에 의문을 표하며 복용해선 안된다고 경고했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심장 박동 이상을 초래해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부작용이 있다. 처방 없이 절대 복용해선 안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코로나19 예방차원에서 일주일째 복용 중”이라며 “이것은 훌륭한 평판을 갖고 있다.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주장해 논란이 됐다. 

브라질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트럼프를 따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복용, 코로나19 감염자를 대상으로 사용할 것을 주장했다. 약물 사용을 두고 갈등 일자 보건부 장관이 잇따라 사임하며 브라질 내 ‘코로나19 컨트롤타워 부재’ 문제가 발생했다. 결국 브라질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며 확진자수 세계 2위, 사망자수 세계6위를 기록하는 불명예를 얻었다.

한국도 트럼프의 일방적 주장에 시간을 투자했다. 일부 병원에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코로나19 치료제로서 효과가 있는지 임상시험에 들어간 것이다. 그러나 약물의 부작용이 속속 확인되면서 치료제 후보에서 배제해야한다는 의견이 나와 중단됐다.

중국과의 갈등에 따른 트럼프의 일방적 세계보건기구(WHO) 자금 지원 중단도 전 세계 코로나19 대응을 어렵게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WHO의 중국 편향성과 부실 대응 책임론 등을 물어 조사가 진행하는 동안 자금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것인데 이로인해 코로나19뿐만아니라 다른 질병에도 지원이 어려워진 상황이다. 미국이 그간 소아마비 퇴치, 에이즈(HIV)와 간염, 결핵 등과 관련된 WHO 프로그램에 매년 수억 달러씩 후원해온 만큼 의료지원 공백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의 이같은 조치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국제적 협력을 약화시킨다는 비판도 나왔다. 유럽연합(EU)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하나의 팀으로 행동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지금은 연대해야할 때이지, 비난이나 다자간 협력을 약화할 때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hyeonzi@kukinews.com

조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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