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예능전쟁] 채널A ‘하트시그널3’ 떨어지지 않는 논란 꼬리표

[종편예능전쟁] 채널A ‘하트시그널3’ 떨어지지 않는 논란 꼬리표

채널A ‘하트시그널3’ 떨어지지 않는 논란 꼬리표

기사승인 2020-05-29 08:30:00


[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올 것이 왔다. 지난 13일 방송된 채널A ‘하트시그널3’ 7회에선 일반인 출연자 천안나의 모습이 예고편을 통해 첫 공개됐다. 1회 방송 전 학교폭력 논란에 휩싸였던 출연자다. 천안나의 말 한마디 담지 않고 잠깐 비추는 짧은 영상이었지만 반응은 뜨거웠다. 천안나는 곧바로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고, 해당 주의 비드라마 출연자 화제성 1위(굿데이터코퍼레이션 기준)를 차지했다. 논란은 아직 시청자들의 머릿속에 남아있었다.

채널A의 선택은 정면돌파였다. 현장 촬영 중인 카메라를 CG로 지우듯, ‘하트시그널3’는 논란을 깨끗하게 지웠다. 8회와 9회에서 천안나는 기존 출연자들처럼 매력적인 출연자로 등장했다. 출연 비중도 똑같았다. 논란 이전에 촬영을 모두 마친 ‘하트시그널’ 하우스에서의 생활은 당연하게도 평소와 같았고 평화로웠다. 스튜디오에서 영상을 지켜보는 연예인 패널 역시 논란에 대해 아무 언급도 하지 않았다.

넷플릭스를 통해 ‘하트시그널3’를 접한 외국인들이라면 천안나의 등장을 흥미롭게 느꼈을지 모른다. 하지만 국내 시청자는 다르다. 논란의 내용을 기억하는 입장에서 이전과 똑같이 몰입하기는 어렵다. ‘하트시그널’의 기본 전제는 드라마를 보듯 한 집에서 함께 지내는 청춘 남녀들의 모습에 이입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게 불가능하다면 즐기기가 어렵다. 후발 주자로 등장한 천안나의 모습을 지켜본 시청자는 어쩔 수 없이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여기서 시청을 멈추거나, 아니면 논란을 머릿속에서 지우거나.

제작진의 과감한 선택이 지금의 결과를 가져왔다. ‘하트시그널3’가 첫 방송되기 전인 3월 중순 시작된 출연진 논란은 제작진의 공식 입장으로 매듭지어졌다. 당시 제작진은 여러 채널을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했고 “출연자들과 관련한 일각의 주장들은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또 일반인 출연자들이 상처입지 않게 해달라는 당부와 함께 논란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하트시그널3’가 방송을 강행한 가장 큰 근거다. 이후 논란은 잠잠해졌다. 하지만 머릿속에서 사라지진 않았다.

일반인들이 출연하는 리얼 연애 예능에 논란은 늘 따라붙었다.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 출연자의 인기도 함께 높아졌다. 일반인 출연자의 신선한 매력과 개성이 프로그램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짧은 시간 동안 급속도로 높아진 관심은 TV에서 본 출연자의 모습이 진짜인지 확인하고 싶은 심리로 이어진다. 네티즌들은 인기가 많은 출연자의 과거를 검증하고 신상을 알아본다. ‘하트시그널’도 출연자들의 논란이 매 시즌 끊이지 않는다. 시즌1에 출연한 강성욱이 방송 강제추행 혐의로 구속돼 2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하트시그널' 시즌2 멤버였던 김현우는 2012년과 2013년 그리고 2018년 음주운전 혐의로 적발된 사실이 알려졌다. 방송 이후 불거진 논란이지만 씁쓸한 일이다. 

채널A의 대표 예능인 ‘하트시그널’의 논란 끌어안기는 여러모로 상징적이다. 비슷한 일이 다른 프로그램에서도 펼쳐졌다. 채널A ‘아빠본색’은 세 차례 음주운전 적발로 3년 동안 공백기를 가진 가수 길의 복귀 방송을 마련해줬다. 채널A ‘풍문으로 들었SHOW’는 마약 파문을 일으키고 연예계를 떠난 가수 겸 배우 박유천의 심경 고백 인터뷰를 다뤘다. 몇 없는 채널A 예능이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논란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우연의 일치일까.

일각에선 일반인 출연자들의 완벽한 검증이 어렵다고 토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앞으로도 일반인 출연자 관련 논란은 어떤 형태로든 계속 등장할 것이다. 출연자 논란을 없었던 일처럼 정면 돌파한 ‘하트시그널3’의 선택은 의미가 있다. 앞으로 나올 예능 프로그램들이 참고할 하나의 기준이 될지도 모른다. 일단 논란이 종식돼도 논란이 일어났던 기억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은 확인됐다. 이젠 논란이 콘셉트가 된 방송사 예능의 미래가 궁금하다.

bluebell@kukinews.com / 사진=채널A 제공

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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