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민규 기자 =정부 보조금 덕분에 휘발유가 공짜에 가까웠던 산유국 베네수엘라가 극심한 연료난 속에 휘발유 값을 인상하기로 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부는 1일(현지시간)부터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을 ℓ당 5000 볼리바르로 인상하기로 했다고 베네수엘라 일간 엘나시오날과 로이터통신 등을 인용해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5000 볼리바르는 2.5센트(약 30원)가량으로, 인상 후 가격도 세계 최저 수준이다. 1달러면 40ℓ 기름통을 가득 채울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인상 전 가격이 ℓ당 1센트에도 못 미쳤고, 베네수엘라 국민의 최저임금이 월 40만볼리바르인 것을 감안하면 베네수엘라인들에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유가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총량도 제한된다. 자동차는 월 120ℓ, 오토바이는 60ℓ까지만 리터당 5000 볼리바르로 주유할 수 있고, 그 이상 주유하려면 ‘국제 가격’을 내야 한다고 정부는 밝혔다.
또 전국 1800개 주유소 중 200개가량에서는 민간이 수입한 휘발유를 리터당 50센트에 팔게 된다.
전 세계에서 매장 원유가 가장 많은 베네수엘라는 국영 석유기업 PDVSA의 생산 능력 감소와 미국 제재 등으로 극심한 연료난을 겪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의 제재 동지인 이란으로부터 유조선 5척으로 153만 배럴의 휘발유를 들여오기도 했다.
1989년 유가 인상이 폭동으로 이어진 바 있던 베네수엘라에선 수십 년간 정부의 유가 보조금으로 휘발유 값이 공짜와 다름없게 유지돼 왔지만, 경제난과 연료난 속에 더는 보조금을 퍼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블룸버그는 이번 유가 인상을 ‘역사적인 정책 변화’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 30일 유가 인상안을 발표하면서 “북미 제국주의로 생겨난 불안 속에 (휘발유 공급을) 정상화하기 위한 예외적인 조치”라며 국민의 이해와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이건 잔혹한 전쟁”이라며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휘발유 한 방울이라도 가져다주는 회사는 모두 괴롭히고 있다”고 비난했다.
앞서 지난 29일 로이터통신은 미 정부가 베네수엘라에 대한 이란의 휘발유 공급에 도움을 준 외국 정부와 항구, 운송사, 보험사 등에 미 정부의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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