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 코로나19 혈장치료제 개발을 위해서는 완치자가 혈액을 공여할 수 있는 병원의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올해 안에 임상시험을 개시할 목표로 개발 중인 혈장치료제. 이는 완치자의 혈장을 정제·농축한 면역글로불린제제다. 즉,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액이 확보되지 않으면 개발할 수 없다. 코로나19 완치자가 혈장 공여에 참여할 수 있는 병원은 ▲계명대 동산병원 ▲고려대 안산병원 ▲경북대병원 ▲대구파티마병원 등 전국에 4곳이다. 이 가운데 3곳은 대구·경북, 1곳은 경기도에 위치했다. 서울에서 완치자가 혈장 공여에 참여할 수 있는 병원은 없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지난 3일 브리핑을 통해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장 공여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혈장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최소 100여명의 혈장이 필요하다. 4일 기준 코로나19 완치자 가운데 혈장 공여가 확정된 인원은 18명이다. 정 본부장은 보건 당국이 완치자를 대상으로 공여를 적극 안내하고 있지만, 공여를 진행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 제한적이라서 접근성이 떨어지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완치자는 혈장을 공여하려면 병원에 두 차례 방문해야 한다. 1차 방문에는 공여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가, 2차 방문에는 헌혈이 진행한다. 공여자가 병원에 재방문해야 하는 만큼, 병원의 접근성이 떨어지면 혈장 확보도 불리해지는 실정이다.
공여를 진행할 병원이 선정된 시점은 4월경이다. 당시 질병관리본부는 코로나19 혈장치료제 개발을 위한 연구용역 과제 공모를 내고, GC녹십자를 최종 선정했다. GC녹십자와 보건당국은 지역 감염이 대규모로 발생한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연구 참여 병원을 물색했다. GC녹십자 관계자는 “공여 가능 병원 수 자체를 4곳으로 정했던 것은 아니다”라며 “완치자가 가장 많을 것으로 추정된 지역을 중심으로 신속히 협업이 추진된 병원들에서 채장 업무가 개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립보건연구원 관계자는 “참여 병원을 확충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채장 업무를 수행하려면 연구윤리 승인을 비롯해 거쳐야 하는 절차가 많다”고 답했다. 그는 “행정적 업무로 개발이 지체되면 당초 목표였던 연중 임상 개시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며 “가을철에 발생 가능한 2차 유행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일정을 지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으로서는 기존 4곳에서 100명의 공여자를 모으는 것이 최선”이라고 덧붙였다. 공여자 100명의 혈장으로 생산할 수 있는 혈장치료제는 약 100명 분으로 추산된다.
한편, 정 본부장이 혈장 공여를 요청한 이후 참여를 희망하는 완치자들의 문의가 늘어났다. 혈장 공여 업무를 진행 중인 고려대 안산병원 관계자는 “질병관리본부에서 완치자의 혈장 확보가 시급하다는 발표를 한 뒤로 본 병원에서 운영하는 생활치료센터에 머무는 환자들이 많은 관심을 표하고 있다”며 “약 20여명이 공여 의사를 밝히고 검사를 대기 중이다”라고 말했다.
castleowner@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