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3 비상계엄’ 옹호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인 강준욱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이 22일 자진 사퇴했다. 강 전 비서관이 계엄 옹호에 이어 5·18 민주화운동을 비하한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여권 내부에서도 사퇴 압박이 거세졌고, 결국 사태가 신속히 정리된 것으로 풀이된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강 비서관은 자진 사퇴를 통해 자신의 과오에 대해 국민께 진심으로 사과드리겠다는 뜻을 밝혔다”며 “이재명 대통령은 이를 수용했다”고 전했다. 이어 “강 비서관은 보수계 인사의 추천을 받아 임명됐지만, 국민주권정부의 국정 철학과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강하게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국민통합비서관직은 이 대통령이 대선 당시부터 강조해온 ‘진영 간 통합’ 기조에 따라 보수 진영 인사를 등용하기 위해 신설된 자리다. 강 전 비서관은 원로 보수 논객인 정규재 전 한국경제 주필의 추천으로 임명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은 강 비서관이 지난 3월 출간한 저서 ‘야만의 민주주의’의 내용이 알려지면서 본격화됐다. 그는 책에서 “대통령의 권한인 계엄 선포를 내란으로 몰아가는 것은 ‘계엄=내란’이라는 프레임의 여론 선동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의 손발을 묶는 의회의 다수당 횡포에 맞서 실행한 체계적 행동이었다”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적극 옹호했다.
대통령실은 당시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을 것”이라며 그를 감쌌다. 강 대변인은 21일 브리핑에서 “강 비서관이 과거와는 다른 생각을 갖고 있으며, 해당 부분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강 비서관이 같은 책에서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법원 난입 사태를 옹호하며 5·18 민주화운동을 공개적으로 비하한 사실이 새롭게 드러나면서 대통령실 내부 기류도 급격히 바뀌었다.
그는 책에서 “사법부에 저항해 유리창을 깨고 법원에 난입한 것이 폭도라면, 5·18은 버스로 공권력을 뭉개고 총 들고 싸운 일이므로 ‘폭도’라는 말로도 부족하다”고 적었다. 이어 “하지만 5·18은 국민 저항의 대표적 사례로 칭송받고, 그 사람들은 유공자의 반열에 올랐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발언은 헌법에 5·18 정신을 명문화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특히 민주당의 지지 기반인 호남 민심을 자극하는 내용으로, 여권 내부에서도 공개적인 사퇴 촉구가 이어졌다. 국민통합비서관의 주요 업무 중 하나가 시민사회 단체와의 소통인 만큼, 해당 발언 이후에는 사실상 직무 수행이 어려웠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대통령실은 후임 국민통합비서관에도 보수 인사를 임명할 방침이다. 강 대변인은 “후임자는 이재명 정부의 정치 철학을 이해하고 통합의 가치를 구현할 수 있는 인물로, 보수 진영 인사 중에서 임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