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늘어도 ‘핫플’은 가야지… 느슨해진 수도권 방역망

확진자 늘어도 ‘핫플’은 가야지… 느슨해진 수도권 방역망

생활 속 거리두기 전환, 등교개학 등으로 경각심 낮아져

기사승인 2020-06-09 03:00:00

[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정부가 수도권내 ‘강화된 생활 속 거리두기’를 시행하고 있지만 ‘핫플레이스(hot place)’에는 적용되지 않는 모양새다. 

핫플레이스는 사람들이 몰릴 만큼 인기 있는 장소라는 뜻으로, 음식점이나 커피숍, 주점 등 젊은 층 사이에서 유명한 장소에는 적지 않은 인파가 몰리고 있다. 주말인 지난 6일 찾은 서울의 한 수제 맥줏집에는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술과 음식을 즐기고 있었다. 지붕이 뚫려 있어 자연환기가 되는 곳이었지만 좌석 간 간격이 좁아 다닥다닥 앉을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대기인원도 있었으나 거리를 두는 사람은 없었고, 업소 차원의 거리두기 안내 행위도 없었다.

해당 업소를 방문했다가 돌아선 30대 남성은 “이런 핫플(핫플레이스의 줄임말)은 코로나 영향을 안 받는 것 같다. 유명한 곳에는 다 몰린다”고 말했다. 

카페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스타벅스와 같은 프랜차이즈 업소는 물론 독특한 외관과 맛으로 유명세를 타는 개인 커피숍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인원이 몰려 테이블 간격을 조정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못하는 곳도 있었다. 

광화문의 한 카페에 방문한 20대 여성은 “건물 구조상 자연환기가 안 되는 곳이긴 하지만 이 정도면 사람도 적은 편이라 괜찮을 것 같다. 사람이 더 많은 곳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20대 여성은 “집 앞에 프랜차이즈 커피숍이 생겨서 거의 매일 간다. 혼자 갈 때도 있고 친구들이랑 갈 때도 있다”면서 “날도 더워지고 커피숍에서 공부하면 집중도 잘 된다. 요즘엔 어린 학생들도 많이 보인다”고 밝혔다.

한 네티즌은 “테이크아웃으로 커피를 사기 위해 커피숍에 갔는데 안에서 5~6명씩 모여서 웃고 떠들고 있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데자뷔도 아니고 여러 번 봤다”며 “친구 말로는 라떼로 유명한 모 카페에선 직원들도 마스크를 안 하고 있다고 하더라. 요즘 다들 경각심을 잃어간다”고 꼬집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업소 인근에 위치한 주점을 찾는 이들도 있었다. 동작구 소재 한 주점을 찾은 30대 남성과 여성은 “원래 자주 찾는 곳이고 주말엔 사람도 별로 없다. 이 정도는 괜찮다”고 했다. 해당 주점은 지하에 위치해 있어 자연환기가 어려운 곳이다.

음식점이나 커피숍과 같은 다중이용시설은 마스크를 벗고 밀접한 접촉을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어 비말 감염 위험이 높다. 때문에 정부가 수도권 지역을 대상으로 유흥시설, 학원, PC방 등의 운영을 제한하는 행정조치를 시행하고, 수도권 주민들의 불요불급한 약속과 모임을 취소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그 효과는 미미한 상황이다.

8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수도권의 강화된 방역조치 시행에도 불구하고 시행 전후의 수도권 지역 이동량에는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수도권 지역의 휴대폰 이동량은 전 주말 대비 0.2% 하락했고, 서울지역의 버스와 지하철 이용객은 전 주말 대비 1.3% 하락에 그쳤다. 방역조치 강화 후 처음 맞이한 주말인 5월 30일과 31일의 이동량은 직전 주말인 23일과 24일의 약 99% 수준으로 변화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각에서는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로의 전환 이후 등교개학이 맞물리면서 경각심이 크게 낮아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관련해 한 네티즌은 “개학한 게 크다. 경각심이 줄어든 건 확실하다. 게다가 덥기까지 하니 누가 마스크를 잘 쓰고 다니느냐”고 꼬집었고, 다른 네티즌은 “등교 연기도 안 하고 걱정 말고 나오라고 하니 사람들이 신천지 때와는 다르다고 인식한다. 경각심이 사라지고 있다. 이번 주가 고비이면 고비답게 대책을 강화시켜라”라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돌아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관련해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8일 중대본 브리핑에서 “이번 주 상황을 살펴봐야 할 것 같다. 현재 강화된 방역조치를 통해 휴교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사회적 거리두기에 준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로 돌아갈지, 말지에 대한 판단 여부는 생활 속 거리두기 속에서 했던 강화된 방역조치가 얼마만큼 효과성이 있었는지 보고 판단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전했다.

윤 반장은 “지금까지 수도권의 산발적 집단감염이 일어난 곳은 클럽, 물류센터, 종교 소모임, 방문판매회사, 탁구장 등 방역수칙이 지켜지지 못한 곳이었다. 실내에서의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이라는 두 가지의 가장 기본적인 수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면서 “수도권 주민들께 다시 한 번 간곡히 부탁드린다. 지금 내가 잡은 약속과 모임이 정말 지금 당장 해야 하는 일인지 생각해 보시고 그렇지 않다면 취소 또는 연기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인구밀집도가 높고 유동인구가 많은 수도권에서는 다양한 장소에서 코로나19 감염이 전파되고 있고 이런 확산세가 계속돼 대규모 유행도 우려되는 상황이다”라면서 “최근에 발생한 집단감염 사례는 지하 또는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는 등 밀폐된 환경에서 주로 발생했으며, 찬송, 식사, 체육활동 등 침방울이 많이 전파될 수 있는 활동을 주로 했다. 또 마스크 착용과 손 위생 등 생활방역수칙이 잘 지켜지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유행은 밀폐되고 밀집된 시설에서는 모두 발생이 가능하다. 지역사회 감염이 발생하고 있는 수도권 지역 주민께서는 환기가 안 되는 밀폐된 공간에서의 모임과 유흥시설, 주점 등의 방문을 자제해 달라. 손 씻기, 마스크 착용, 거리두기 등을 실천해 달라”라고 덧붙였다.

suin92710@kukinews.com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유수인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