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서울 내 한 직업계고 교사가 등교 전 자가진단에서 ‘등교중지’ 판정을 받은 학생에게 등교 가능하도록 대답을 바꾸라고 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교내 방역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는 자가진단 사이트를 구축해 학생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의심 증상 여부를 입력하면 ‘등교가능’ 또는 ‘등교중지’ 안내문이 나오도록 하고 있다. 학생들은 매일 아침 등교 전 △기침, 인후통, 호흡곤란, 발열 등 의심 증상 여부 △2∼3일 내 위험지역 방문 여부 △동거가족 중 자가격리자 여부 등에 답해야 한다. 코로나19 의심 증상 중 하나라도 표시하면 등교중지 문자 알람을 받게 된다. 고3 학생들은 온라인 강의가 진행 중이던 지난달 7일부터 자가진단을 실시했다.
고3 등교 개학을 이틀 앞둔 지난달 18일. 서울 모 특성화고 3학년 한 학급 교사와 학생들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A 담임교사는 “보건실에서 연락이 왔다”면서 B군과 C군을 지목했다. 이어 두 학생에게 “당장 (자가진단 사이트에) 다시 들어가서 등교중지가 아닌 등교가능에 체크하라”고 발언했다. C군이 변경하지 않자 10여 분 뒤 담임교사는 재차 단체 채팅방에 같은 내용을 독촉했다.
대화방에 있던 같은반 학생은 “등교 개학 전이라 담임선생님을 직접 만나볼 기회조차 없던 상황이었다”면서 “등교중지 판정이 나온 학생의 이름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당장 체크 항목을 바꾸라‘는 선생님의 말이 강압적으로 느껴졌다”고 털어놨다.
문제는 교사가 학생 본인 혹은 학부모에게 건강상태를 확인조차 않고 대답 변경을 강요했다는 점이다. B군은 “건강에 이상이 없는데 코로나19 증상 중 하나에 실수로 체크했다. 선생님 말을 듣고 난 뒤 ‘증상없음’으로 바꿨다”면서 “단체방에서 말씀하신 것 외에는 선생님이 따로 연락해서 건강상태를 물어보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두 학생 중 C군은 실제로 당일 아침 기침 증상이 있었다. 단체방에서 대화가 오간 뒤에도 선생님이 따로 메시지와 전화를 통해 같은 얘기를 반복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C군은 “전화로 기침 증상이 있다고 하자 선생님이 ‘이런 거로 장난치면 안 된다’고 나무랐다. ‘장난이 아니라 진짜 증상이 있다’고 하자 그제야 ‘병원에 가보라’고 했다”면서 “다른 학교에 다니는 친구는 등교중지 알람 문자를 받고 일주일 동안 쉬었다고 들었다. 왜 증상이 있는데도 ‘증상없음’으로 바꾸라고 하는 건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교사가 학생에게 코로나19 증상과 관련해 답변 조작을 요구하면 학교 방역의 ‘제1차 관문’인 자가진단 시스템은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교육부가 등교 일주일 전부터 매일 자가진단을 하도록 한 의도는 의심증상자를 사전 차단해 교내 전파를 막기 위함이다. 학교 임의로 증상 유무를 변경하는 것은 교육 당국의 노력을 수포로 돌아가게 하는 셈이다.
교사의 행동은 서울시교육청 지침과도 어긋난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14일 등교중지 판정받은 학생에 대해 무조건 선별진료소로 보내 진료와 검사를 시행하라는 지침을 일선 학교에 내려보냈다.
A 교사는 “정말 코로나19로 몸에 이상이 생겼다면 개인적으로 연락이 왔을 것”이라며 “한두 번 기침한 것 가지고 증상에 체크를 하는 선례가 있기도 해서 (학생의) 상태가 심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이 (자가진단할 때) 건성으로 읽어보고 아무데나 체크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등교중지가 되면 학교와 여러 사람에 걱정과 긴장을 안겨주니까 실수가 있었다면 바로 잡으라는 의도였다”고 부연했다.
서울시교육청은 해당 학교의 이같은 문제점을 인지하고 이미 한 차례 개선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지난달 20일 학교가 학생에게 자가진단에서 특정 답변을 강요한다는 민원이 접수됐다”면서 ”’특정 답변을 유도하지 않도록 관리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이 본청 차원에서 나갔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구체적 사안이 또다시 접수된다면 학교, 유관부서 등과 협의해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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