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쿠키뉴스 정수익 기자] 경기도 고양시 지역사회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전·현직 시장의 지방선거 뒷거래 의혹을 두고 시민들 사이에서 적지 않은 동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재준 시장의 사퇴와 검찰의 신속·공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몇몇 시민단체는 집단행동을 불사하면서 자신들의 요구조건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강력 투쟁에 나설 것임을 선언하기까지 했다.
1만 명 이상의 회원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일산엽합회를 비롯한 6개 시민단체 대표자들은 지난 11일 시청에서 성명서를 발표하고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공정한 수사를 위한 이 시장의 사퇴와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강하게 요구했다. 고양시의회 미래통합당 의원들도 이날 ‘이재준 시장 후보경선 매관매직 의혹이 드러나고 있다’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발표, 힘을 보탰다.
일반 시민들의 반응은 지역의 뒤숭숭한 분위기를 더 잘 대변한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수많은 시민들은 추악한 의혹이라며 이번에는 반드시 이 의혹을 명쾌하게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관련 당사자들에게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재준 시장 사퇴와 신속한 수사 촉구 목소리 드높아
이번 사태는 이행각서 작성 사실을 입증하는 자료가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촉발됐다. 거기다 전·현직 시장 간 금품거래 정황이 포착됐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보도를 접한 많은 시민들은 그간 지역사회에 퍼져 있던 뒷거래 의혹설이 사실로 확인됐다고 단정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를 뿌리째 흔드는 부정사건으로 규정하며 분개했다.
그런데 알고 보면 이번 사태는 이미 예고된 일이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더불어민주당 고양시장 후보경선 직후 불거진 이 의혹은 점차 신빙성을 더해왔기 때문이다. 그간 의혹을 입증할 만한 증거들도 제법 많이 나왔다.
올해 초 있었던 이행각서 공개와 전·현직 시장에 대한 검찰고발 건은 이번 사태의 서막 격이다. 그 이전인 지난해 5월에는 의혹 관련 두 당사자가 양심고백을 하기로 했다가 돌연 번복하는 해프닝을 일으켜 지역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때 공개된 두 당사자의 문자메시지, 음성녹취, 자필확인서 등은 시민들을 경악케 했다.
기자는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전신)에 의해 전·현직 시장이 고발된 직후 ‘냄새 풀풀 나는 고양시장 부정선거 의혹, 이번에는 풀려야’(쿠키뉴스 2월 14일자)라는 글을 통해 의혹규명에 대한 기대감을 전했다. 실제로 그때 많은 시민들은 길지 않은 시일 내에 검찰수사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검찰수사는 지지부진하기만 했다. 거기다 갑자기 터진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시민들의 관심도 반감됐다.
민주주의 근간 뒤흔드는 부정사건에 경악과 분개
굳이 이런 일들이 아니더라도 이재준 시장 취임 이후 이뤄진 일련의 인사와 시정을 톺아보면 의혹의 합리성은 충분히 인정된다. 특히 이 시장의 인사정책은 누가 봐도 의심을 품지 않을 수 없을 정도였다. 뭔가에 단단히 코가 꿰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석연찮으면서도 불합리한 인사를 ‘뚝심 있게’ 해왔던 것이다. 그와 관련한 내용은 기자의 글 ‘이재준 고양시장의 인사(人事)에 대한 단상’(쿠키뉴스 2019년 4월 14일자)에서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고양시 비리척결운동본부 고철용 본부장의 최근 동향이 주목된다. 비록 불발에 그쳤지만 지난해 5월 두 당사자의 양심고백을 주도했던 그가 다시 전면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의혹 관련 다수의 정보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그는 최근 검찰에서 소상히 진술할 뜻을 밝힌데 이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전·현직 시장의 구속수사를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래저래 고양시에 드리워져 있는 추악한 의혹의 상처는 곪을 대로 곪은 듯하다.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른 듯하다. 환부를 도려내는 수술이 필요한 시점이 도래한 것이다. 또 다시 응급처치 만으로 대충 넘기면 결국은 곪은 부위가 터지고 더 어려운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그래서 검찰수사를 지켜보는 시민들의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고조돼 있다. 윤석열 총장이 선거사범에 대한 엄정수사를 유달리 강조해온 사실을 시민들은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한 시민단체 대표의 말이 결코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연이어 불량 시장을 만난 고양시민들은 지지리 복도 없어요. 앞으로 신속하고 공정한 검찰수사를 촉구하는 시민 서명운동을 이어가면서 대대적인 이재준 시장 퇴진운동에 나설 계획도 세우고 있습니다.”
sagu@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