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학대에 멍드는 황혼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학대에 멍드는 황혼

기사승인 2020-06-15 16:36:13

[쿠키뉴스] 민수미 기자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학대로 고통받는 노인들이 늘고 있다. 학대 피해 노인 대부분은 여성이었고, 가해자는 아들과 배우자 순으로 나타났다. 가족에 의한 학대 비율이 높았다. 

서울시가 15일 ‘세계 노인학대 예방의 날’을 맞아 시에서 운영하는 노인보호전문기관 3곳의 운영보고서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2019년 서울에서 접수된 노인학대 신고는 총 1963건으로 2005년 590건에 비해 3.3배 증가했다. 2019년 기준으로 65세 이상 인구 만 명당 13.3건 발생한 수치다.

서울시 노인학대 신고접수는 2007년 최저 신고 건수 375건을 시작으로 점차 증가하는 추세로 15년간 평균 972건이 발생했다. 65세 인구 만명 당 노인 학대 신고접수 건수는 연평균 8.5건이며 최근 3년간 만명 당 10건 이상 발생한 것이다. 

노인학대 피해자는 대부분 여성이었다. 여성 노인학대 피해자는 5명 중 4명꼴로 81.5%를 차지했다. 가족에 의한 학대가 89.1%였고, 학대자는 아들 37.2%, 배우자 35.4%, 딸 11.8%의 순이었다. 피해 노인이 자녀나 배우자와 동거하고 있는 경우는 73.1%였고 학대행위자는 남자가 78.3%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노인학대는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실제 1달에 한 번 이상(매일, 1주일에 한 번 이상, 1달에 한 번 이상 포함) 발생하는 경우가 67.5%를 차지했다. 학대 지속 기간은 5년 이상이 38.5%, 1년 이상 5년 미만 33.6%, 1개월 이상 1년 미만 15.0% 순이었다. 1년 이상 지속되는 경우가 72.1%였다. 학대가 일회성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반복적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정서적 학대가 49.2%, 신체적 학대가 40.3%로 대부분 신체적 학대와 정서적 학대가 동시에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인구 고령화는 노인 학대 증가 원인으로 주로 꼽힌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노인 인구가 많아졌고, 늘어난 수치에 대비해 학대 건수가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핵가족화 역시 노인 학대를 부추기는 주요 중 하나다. 과거 ‘효 사상’이나 ‘가족중심주의’로 흐르던 사회 분위기와 다르게 핵가족화로 인해 다른 가족들의 감독·감시 기능이 떨어지면서 노인학대가 질적으로 악화된 상황이 빚어졌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노인학대 예방과 문제 해결을 위해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범중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점차 다양해지는 노인 학대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친구, 지역사회 등 사회관계와 관련한 인프라 형성이 중요하다”면서 “연대를 통해 서로의 근황을 확인해주는 것은 물론 기관의 개입과 지원 등을 동시에 진행하는 통합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대학원장은 “노인학대를 사회 문제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시민들이 노인학대의 위험성에 대해 인지할 수 있도록 홍보와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더불어 “학대 위험에 노출된 노인들을 위해 ‘노인 학대 의무신고제’를 대폭 강화하고, 학대 피해 노인은 물론 가해자 역시 기관이나 병원을 통해 심리 정서 프로그램 등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min@kukinews.com

민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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