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야구소녀’ 꿈을 현실로 만드는 것은

[쿡리뷰] ‘야구소녀’ 꿈을 현실로 만드는 것은

기사승인 2020-06-16 08:00:00

[쿠키뉴스] 인세현 기자=담담한 자세와 단단한 끈기로 끝내 새 길을 낸다. 영화 ‘야구소녀’(감독 최윤태)는 꿈을 현실로 만들고자 현실에서 분투하는 고교 야구선수 주수인(이주영)의 이야기다. 그를 돕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주수인은 고교 야구선수다. 최고 구속 134㎞, 볼 회전력이 좋다는 강점을 바탕으로 프로리그에 진출하는 것이 꿈이지만, 온전한 평가 기회를 얻는 것조차 어렵다. 그는 남자뿐인 고등학교 야구단의 유일한 여자 선수다. 주수인을 ‘천재 야구소녀’라고 부르던 세상은 ‘프로에서 뛰고 싶다’는 그의 꿈을 치기 어린 고집으로 치부한다.

무능력한 남편 때문에 가장의 역할을 하는 엄마(염혜란)도, 그를 ‘천재 야구소녀’로 선전하는 것에 앞장 섰던 학교도 수인이 헛된 꿈을 접고 현실적인 길을 가길 종용한다. 어릴 적부터 함께 야구를 했던 친구 이정호(곽동연)는 졸업을 앞두고 프로에 지명되지만, 수인에게 내밀어진 선택지는 엄마가 일하는 회사에 취업하거나 핸드볼 선수로 전향하는 것이다. 하지만 수인은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 계속 던진다.

‘야구소녀’는 주수인이 프로구단 트라이아웃에 도전하는 과정을 극적으로 그리지 않는다. 다만 그가 얼마나 간절한 마음으로 쉬지 않고 쉽지 않은 길을 걷는지 차분한 시선으로 보여준다. 화려한 성장 판타지는 아니지만, 주수인에게 응원을 보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주수인이 처한 현실은 차갑지만, 주변에서 그를 돕는 인물들은 한결같이 따뜻하다. 고교 야구단 신임 코치 최진태(이준혁)는 주수인의 강점을 알아보고 수인과 같은 편에 서고, 오랜 친구인 정호와 꿈을 두고 고민하는 한방글(주해은)도 수인에게 위로가 되는 존재다. 현실의 냉엄함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수인의 반대편에 섰던 엄마도 끝내 그의 꿈에 힘을 보탠다.

영화는 끝이 곧 또 다른 시작점이 될 것을 예고하며 마무리된다. 앞서 누군가 새 길을 내면, 뒤이어 가는 이들이 힘을 얻는다는 메시지가 인상적이다.

배우 이주영은 편견과 성화에 휘둘리지 않고 묵묵히 공을 던지는 주수인 역을 매우 섬세한 연기로 스크린에 살려냈다. 이주영과 호흡을 맞춘 배우 염혜란, 이준혁, 곽동연 등도 제몫을 해냈다.

한국영화아카데미 출신 최윤태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오는 18일 개봉. 12세 관람가. 

inout@kukinews.com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인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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