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에 부탁해] 2010년 삼성 보건의료산업 선진화 방안, 십년 만에 현실됐나

[21대에 부탁해] 2010년 삼성 보건의료산업 선진화 방안, 십년 만에 현실됐나

③공공의료 대신 원격의료 추진에 우려 ‘솔솔’

기사승인 2020-06-16 00:00:03

[편집자 주] 제21대 국회 원구성이 얼추 가닥이 나오고 있다. 우리는 국회에서 민주주의 그리고 삶을 말하려 한다. 쿠키뉴스는 우리 삶과 직결되는 보건의료, 복지, 여성, 가정, 청소년을 주제로 <21대에 부탁해> 시리즈를 이어간다. 세 번째 연재의 주제는 ‘공공의료’다. 

[쿠키뉴스] 김양균 기자 = 십년 전 재벌이 내놓은 보고서가 현실화된 걸까?

지난 2010년 8월 삼성경제연구소는 보건의료산업 선진화 방안, 일명 ‘HT(Healthcare Technology) 보고서’를 발표했다. 훗날 원격의료 혹은 의료민영화를 위한 삼성의 ‘큰 그림’으로 불린 이 보고서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겼다. “(원격의료 산업 구성을 위해) 측정기기, 측정데이터 관리 및 전송 시스템, 의료정보DB, 상담·처방, 보험”을 통해 “개인화된 건강관리 서비스가 가능해질 것”으로 봤다. 그리고 코로나19 대유행 국면에서 10년 전 보고서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현재 정부는 원격의료를 밀고 있다. 코로나19로 침체된 경기를 타개할 경제정책인 ‘한국판 뉴딜’의 한 축은 바로 비대면 산업이고, 그 중심에는 원격의료가 자리하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하려다 거센 반대에 직면해 좌초된 원격의료는 아이러니하게 문재인 정부에서 실현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21대 국회에서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무난하게 통과될 것이란 목소리가 높자 시민사회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문재인 정부 초기 보건복지부는 ‘스마트진료’란 이름의 시범사업을 추진했다. 당시 복지부 관계자는 “원격의료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스마트진료로 명칭을 바꿨다”고 밝힌 바 있다. 그랬던 것이 코로나19 유행 하에서 원격의료 추진은 노골화됐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원격의료는 문재인 정부 초기부터 추진돼 왔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2018년 기획재정부 산하 혁신성장본부는 원격의료를 두고 “규제혁파 대상으로 삼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현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 상당수에서 앞서 거론한 HT보고서와의 유사성이 발견된다. 보고서의 ‘측정기기’ 부분과 정부가 체외진단기기의 임상시험 승인·허가 절차 완화와 신의료기술평가 면제로 신속한 시장 진입을 추진을 비교해보자. 

또 보고서의 ‘측정데이터 관리 및 전송시스템, 의료정보 DB’도 기시감이 든다. 정부가 추진한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료기관의 의료정보를 가명 처리해 당사자 동의 없이 상업적 이용도 가능하게 하는 개인정보보호법의 국회통과를 여기에 대입하면 어떤가. 여기에 정신과·산부인과·비뇨기과 등 민감성이 높은 진료기록, 유전정보, 희귀질환 정보, 성병 정보 등 민감성과 재식별 가능성이 높은 의료정보의 기업 제공도 마찬가지. 

이와 함께 보고서의 ‘상담·처방, 보험’ 부분도 국민건강보험법상 보건소, 병의원, 약국 등이 건강보험급여로 해야 할 업무 중 하나인 만성질환자 상담·관리와 치료 목적 서비스를 민영화해 민간보험사가 제공할 수 있게 하는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 제정과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 아울러 규제샌드박스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도 10년 전 보고서의 현실판이라는 시민단체의 비판에 직면했다. 

“한 배를 탔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한국무역협회에서 열린 ‘위기극복을 위한 산업계 간담회’에서 국내 주요 기업 경영진을 만나 “정부와 기업은 한배를 탔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발언은 코로나19 유행에 따른 경기 부양을 위해 정부와 기업의 협력을 강조한 것이지만, 코로나19 상황에서 불거졌던 보건의료 분야에서의 시급한 현안, 즉 공공의료에 대한 발언이 없었음에 시민사회는 아쉬움을 표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한술 더 떠 코로나19 이후 ‘재난 자본주의’의 도래 가능성을 경고한다. 즉, 원격의료 산업과 연관된 의료기기, IT기업, 민간보험사들에게 정부가 원격의료의 문을 열어줌으로써 최악의 경우 ‘미국식 의료체계’로 갈지 모른다는 경고다. 

“정부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원격의료가 아니다. 10%밖에 안 되는 공공병상을 대폭 확충해 OECD 평균인 73%까지는 안 되더라도 짧은 기간 내에 30%까지 늘릴 계획을 내놓아야 한다.” (무상의료운동본부)

angel@kukinews.com

김양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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