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마이 ‘굿 걸’②] ‘굿 걸’의 굿 스테이지

[오 마이 ‘굿 걸’②] ‘굿 걸’의 굿 스테이지

‘굿 걸’의 굿 스테이지

기사승인 2020-06-18 08:00:00

[쿠키뉴스] 인세현 기자=여성 뮤지션 10인이 경쟁할 상대에 맞춰 직접 유닛을 구성하고 무대에 오르면 어떤 그림이 펼쳐질까. 정말 방송국을 털어 버릴 수 있을까. 답은 지난달 14일 방송을 시작한 Mnet ‘굿 걸 : 누가 방송국을 털었나’의 무대에 있다.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훌륭하고, 어디서도 본 적 없을 정도로 강렬하며, 진솔해 기억에 남는 무대가 ‘굿 걸’엔 있다.  

■ 수식어가 필요 없는 이영지의 ‘나는 이영지’

이름 하나로 무대를 끝내버렸다. 이영지가 왜 이영지인지 ‘나는 이영지’ 무대를 보면 알 수 있다. 무대에 오른 이영지는 걸쳤던 가운과 챔피온 타이틀을 내던지고 노래를 시작한다. 트레이드마크 같은 트레이닝복과 운동화 차림으로 거침없이 “나는 이영지”를 외치는 이영지에게 관객은 열광한다. 그리고 “한 번만 더 놀아보자”는 이영지의 추임새에,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나는 이영지”를 외칠 때 경연의 결과는 이미 의미 없는 상태가 된다. 특별 프로듀서로 참여한 더콰이엇이 “나는 이영지”라는 후렴구 가사를 제안했을 때, 이영지는 선뜻 받아들이지 않는다. 자칫하면 자의식만 충만해 보일 수 있는 가사에 낯부끄럽다는 표정이다. 운동화를 꺾어 신고 리허설을 하면서도 “나는 이영지”라는 가사에 “미치겠다”며 웃는다. 하지만 리허설을 지켜보던 ‘굿 걸’ 참가자들은 “나는 이영지”를 한 목소리로 외치며 그를 북돋았고, 이영지는 무대에서 당당하고 여유로운 자세로 “나는 이영지”라는 선언을 몸소 증명한다. 이영지가 이영지인 이유다.

■ 종잡을 수 없어 눈이 가는 퀸 와사비의 ‘신토부티’(신토BOOty)

센 맛 뒤에 더 센 맛을 보여줬다. 심지어 중독성도 강하다. 지난해 데뷔해 힙합신에서 주목받던 래퍼 퀸 와사비는 ‘굿 걸’에서 ‘안녕, 쟈기?’ 무대를 선보이며 확실하게 이름을 알렸다. 그리고 래퍼 타쿠와와 함께한 ‘신토부티’ 무대 이후 화제의 중심에 섰다. ‘신토부티’는 퀸 와사비의 다른 노래와 마찬가지로 종잡을 수 없다. “우리 언니 엉덩이는 신토부리여 이건 한국에 뿌리여”라며 “신토부리부리”를 반복하는 그의 무대에선 심각한 포즈나 의미를 찾을 수 없다. 다만 랩을 하다가 타쿠와와 키스 퍼포먼스를 하고 엉덩이를 흔드는 트월킹을 추며 예측할 수 없는 무대를 더욱 예측하기 어렵게 만들 뿐이다. 퀸 와사비의 ‘신토부티’ 무대는 끝까지 종잡을 수 없음으로 완성된다. 무대를 보는 사람들의 깜짝 놀라는 반응까지 퍼포먼스처럼 보일 정도다. 엄숙과 진지를 뺀 무대는 강렬한 자극과 새로운 재미를 남겼다. 톡 쏘이고 나서도 다시 한 번 눈길을 주게 되는 건 이 때문이다.

■ 잊을 수 없는 슬릭·에일리의 ‘돈트 크라이 포 미’(Don’t cry for me)

두 배의 여운이 남았다. 래퍼 슬릭과 “잊을 수 없는 무대를 만들고 싶다”던 가수 에일리의 바람은 두 사람이 함께 한 ‘돈트 크라이 포 미’로 이뤄졌다. ‘굿 걸’이 이 유닛을 구성하며 기대했던 것은 슬릭의 가사와 에일리의 보컬이다. 두 사람은 각자의 무기에 감성을 실어, 스스로를 포함한 만인에게 보내는 위로의 노래를 만들었다. ‘돈트 크라이 포 미’의 무대에서 돋보이는 것은 노래에 담긴 진솔함이다. “세상은 춥고 어두운 곳”이지만 “나를 위해 울지 말라”며 “때론 힘들어도 나는 괜찮아”라고 말하는 담담한 노랫말은 웅장한 멜로디와 만나 그 자체로도 큰 인상을 남긴다. 이 노래를 함께 부르는 슬릭과 에일리는 방송 초반 각각 다른 이유로 ‘굿 걸’과 어울리지 않는 듯 비춰졌다. 하지만 어느 때보다 조화로운 무대를 통해 그 시선이 선입견에 불과했다는 걸 입증한다.

inout@kukinews.com / 사진=Mnet ‘굿 걸 : 누가 방송국을 털었나’ 화면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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