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전 실종된 지적장애 남성, 부산경찰 집념으로 가족과 만나다!

40년 전 실종된 지적장애 남성, 부산경찰 집념으로 가족과 만나다!

기사승인 2020-06-18 19:05:51

[부산=쿠키뉴스] 윤요섭 기자 = 40년 전에 실종된 지적장애 남성이 부산경찰의 집념 덕분에 가족과 상봉했다.

부산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계는 40년간 행방불명 된 70대 A 씨를 찾아 가족과 만나게 했다고 18일 밝혔다. 8남매 중 4째인 A 씨는 지적장애를 앓고 있으며, 그의 가족은 생활고로 A 씨를 복지기관에 맡긴 뒤 찾으려 했지만 이후 행방을 알 수 없었다.

경찰에 따르면 1980년 1월 A 씨를 포함한 8남매가 부모를 여의고, 당시 궁핍한 상황에서 장애가 있는 동생을 보살피기 어렵다고 판단한 큰형 B 씨는 집 근처 복지관에 A 씨를 맡겼다. 당시 B 씨는 동생에게 곧 찾으러 온다고 약속했지만 약속은 40년간 지켜지지 못했다. 남매는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전국 각지로 뿔뿔이 흩어졌고, 시간이 흐른 뒤 A 씨를 찾기 위해 복지관에 갔지만 행방이 묘연했다.

A 씨의 형과 누나는 동생을 수소문했지만 결국 찾을 수 없었다. 이후 40년의 시간이 흘렀고, 2018년 B 씨가 작고하는 등 남매 중 두 명이 고인이 됐다. 이후 B 씨의 딸인 C 씨가 거주지인 대전 유성경찰서에 찾아가 “40년 전 헤어진 아버지의 동생을 찾아 달라”고 실종 신고를 했다. 

사건은 최초 실종지를 관할하는 부산 남부경찰서로 이첩됐고, 경찰이 수개월간 A 씨의 소재를 찾지 못하자 장기실종 사안으로 처리됐다. 이후 1년 이상 장기 실종 사건을 넘겨받은 부산경찰청 서인호 경사는 지난 1월 A 씨 가족의 딱한 사연을 전해 듣고 수사에 나섰다. 

서 경사는 실종자 생활 반응과 각종 전산 기록 등을 조회하고 통신 수사를 벌였지만 A 씨의 행적을 찾지 못했다. 서 경사는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행려 환자 기록을 조회했고, A 씨와 비슷한 연배의 보호신고자와 행려 환자 3000여 명의 사진을 일일이 확인한 끝에 A 씨와 비슷한 인상착의를 가진 인물의 사진을 발견했다. 

서 경사는 사진 속 인물을 보호하고 있는 동래구의 한 병원에 연락해 그의 최근 사진을 A 씨 가족에게 보낸 뒤 “A 씨와 비슷한 것 같다”는 대답을 들었다. 이후 서 경사는 DNA 대조 작업을 거쳐 사진 속 인물이 A 씨인 사실을 지난 11일 최종 확인했다.

마침내 17일 동래구의 무연고자 입원 병실을 찾은 A 씨의 누나와 남동생, 여동생은 40년 만에 잃어버린 가족과 상봉했다. 듣고 말하기가 불가능한 데다 지적장애까지 있는 A 씨는 복지관에서 병원으로 옮겨진 뒤 신원을 확인할 수 없게 되면서 행려환자로 등록돼 병원 이곳저곳을 전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 씨의 누나 80대 D 씨는 “동생이 죽은 줄 알고 가묘까지 만들었는데, 살아있어서 다행”이라며 서 경사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부산경찰청은 A 씨를 가족이 지내는 서울로 보낼 수 있도록 지자체와 협의 중이다. 

서 경사는 “40년 만에 상봉한 가족이 코로나19로 면회실에서 손 한번 잡아보지 못한 채 눈물만 흘리는 것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 하루 빨리 가족이 함께 살길 바란다”고 마음을 전했다.

ysy051@kukinews.com

윤요섭 기자
ysy051@kukinews.com
윤요섭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