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정부가 중증장애인이 주치의에게 1년동안 치과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시범사업을 시작했지만, 앞서 큰 성과를 내지 못한 장애인 주치의 제도의 전례를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8일부터 부산광역시와 대구 남구, 제주 제주시에 거주하는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중증장애인 치과 주치의 사업’. 사업은 중증장애인이 주치의로 등록한 치과의사를 선택해 구강 건강상태를 계속 관리받도록 하자는 취지다. 잘만 진행된다면 중증장애인은 불소도포와 치석 제거, 구강 보건교육 등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다. 1년간 환자 부담액은 1만8000원 가량. 의료급여 대상자나 차상위계층이라면 진료비를 내지 않아도 된다. 관련해 장애인들은 근육 강직 등의 이유로 평소 치아관리가 어렵고, 치료 자체도 어려워 구강 건강상태가 열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애인 다빈도 질환 1위가 치은염과 치주질환이라는 점만 봐도 장애인의 구강 건강 상태가 어떤지를 짐작할 수 있다.
이처럼 장애인에게 절실한 구강 건강 관리 사업이 시작부터 불안한 조짐을 보이는 이유는 앞서 2018년 시행된 장애인 건강주치의 사업의 경험 때문이다. 당시 중증장애인 97만명 중 811명만이 해당 사업에 참여했고, 577명의 의료진이 주치의 교육을 이수했지만, 실제 활동하던 주치의는 87명에 불과하는 등 사업 결과는 초라했다. 때문에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지적됐다.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은 참여율이 저조한 원인으로 의사에게는 낮은 의료수가, 장애인에게는 접근성 문제 등을 지적했다. 이와 관련 장애계 관계자도 “장애인 당사자를 고려하지 못한 정책”이었다며 “장애인의 기본적인 접근성을 예측하지 못한 결과”라고 꼬집했다.
그렇다면 이번 치과 주치의 시범사업은 어떨까. 앞선 관계자는 “접근성이 개선됐을지 의문”이라며 “장애인의 행동을 제어하면서 치료를 할 수 있는 여력과 장애 유형에 따른 대응법 등에 대한 교육이 이뤄졌을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부도 할 말은 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대면 교육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시범사업을 시행한 지 2주밖에 지나지 않았고, 코로나19로 사업 홍보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복지부 장애인정책과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집합 교육을 할 수 없어 온라인 교육으로 대체하고 있다”며 “41명이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보였고 이 중 16명이 교육을 수료했다. 치과의사들의 관심이 많다”고 말했지만, 온라인 교육의 한계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개선책을 설명하지 못했다.
이 관계자는 “주치의라는 개념이 일반적이지 않고 낯선 개념이라 생각만큼 잘 되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사업 설명회 당시 호응이 나쁘지 않았으며, 치아 건강이 좋지 않은 장애인들에게는 권역별 구강진료센터로 연계하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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