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 이동통신 개막 후 처음으로 통신사들이 역대 최대 금액의 과징금을 받을 위기에 처했다. 시장에 보조금을 풀어 일부 고객에게 단말 가격을 낮추는 걸 금지하는 '단통법 위반'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다음달 초 전체회의를 열고 지난해 4~8월 사이의 불법보조금 살포에 대한 제재를 의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6월 초에는 단통법 위반 사실조사를 마치고 통신3사에 통보했다.
방통위 사전통지서의 조사 범위와 위반 건수, 위반율 등을 봤을 때 총액이 700억원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18년 최대 과징금이었던 3사 총합 506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액수다. 벌써 정부가 앞으로는 경기활성화를 유도하면서도 뒤로는 규제를 앞세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통3사는 방통위의 선처를 구하고 있다. 통신3사가 전달한 의견서에는 작년과 올해에 이은 5G 인프라 조성 등의 기여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 등 통신사가 처한 상황을 고려해 양해를 부탁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같은 모든 일련의 일들은 단통법에 근거하고 있다. 지난 2014년 만들어진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은 소비자간 차별적인 보조금을 금지하고 있다. 보조금을 풀어 재고를 소진하며 신규단말을 판매하는 것이 현행법상 '불법'에 묶인다.
단통법이 소비자 후생을 증진시키기는 커녕 막으며 통신사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 또한 여전하다. 도입 취지와는 다르게 요금 경쟁을 막아 가격을 높게 유지한다는 지적이다. 즉 소비자에게는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을 막아 휴대폰 가격만 올려놓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누구를 위한 단통법인가'를 되물어야 되는 상황이다.
통신사로서는 싸게 팔지 못해서 불만이고, 소비자도 비싸게 사서 불만인 현행 단통법의 문제가 '눈 가리고 아웅'으로 통신사에게 수백억대 과징금만 물리는 최악의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단통법 개정 논의가 필요한 이유다. 벌써부터 단통법 개정에 대한 논의가 21대 국회에서 다루어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이번엔 '세계 최초 5G'를 실시하기 위한 공로도 충분히 참작할 만하다. 통신사들은 5G 인프라에 투자했으며, 정부는 5G를 정부 성과의 하나로 삼으며 5G 사업을 장려했다. 그런 취지에 부응해 통신사들도 시장 활성화를 꾀했다. 통신사의 영업 판매를 감시감독해야 할 정부가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주지 못하고 미온적인 태도를 취함으로써 '헷갈리게' 하는 문제가 있었다는 말이다. 현재 통신대리점과 판매점을 힘들게 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를 고려할 필요도 있다.
과징금보다도 단통법을 생산적인 차원에서 개정할 자리가 속히 만들어져야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본다. 여러 가지 안이 나오고 있지만 가장 근본적으로 소비자가 만족할 수 있을 만한 정책이어야 한다는 게 가장 중요하다. 훈계하고 벌주는 방식이 가장 쉽겠지만, 어떤 방식이 지금의 우리에게 최선인지를 논의한 뒤에 과징금을 논해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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