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올 때마다 ‘인포데믹스’ 몸살…소통체계 마련해야

감염병 올 때마다 ‘인포데믹스’ 몸살…소통체계 마련해야

정부 및 지역사회 참여 수평 소통 시급해

기사승인 2020-06-24 03:00:00

[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21세기 감염병 유행은 단순히 보건 분야만의 문제가 아니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전파 범위는 수도권에 불과했지만 루머는 전국을 강타했다.”

지난 2월 초부터 유튜브를 통해 코로나19 관련 정보를 전하고 있는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의 일침이다. 김 교수는 ‘가짜뉴스’를 막기 위해 유튜브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김 교수를 비롯해 코로나19 유행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인포데믹스’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참고로 인포데믹스(Infodemics)이란, 정보(information)와 전염병(epidemics)의 합성어로, 정보 확산으로 인한 부작용으로 추측이나 뜬소문이 덧붙여진 부정확한 정보가 인터넷이나 휴대전화를 통해 전염병처럼 빠르게 전파됨으로써 개인의 사생활 침해는 물론 경제, 정치, 안보 등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의미한다.

김 교수는 소셜 미디어 시대에서 신종감염병 유행시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그 자체로도 환자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불안감이 커지면서 정확하지 않은 정보들이 확산되면 방역활동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감염병을 공포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과 방심하는 것 모두 방역활동에 도움 되지 않는다. 겁을 줘서도 안 되고 희망을 줘서도 안 된다”며 “때문에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한 정보를 객관적으로 전달해서 불필요한 두려움을 없애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SNS 사용이 활성화되면서 가짜뉴스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는 처음 보는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많아 딱 잘라 말하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 감염 초기 중국 등에서 ‘잠복기 전염력’이 없다고 딱 잘라 말한 적이 있는데 그 때문이 혼란이 오기도 했다”며 “말 한마디가 중요한 시기이고 분야이기 때문에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사실만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바이러스는 매우 평등한 존재이고 공적인 책임감을 가져아 하는 분야이다. 정치나 이념과 전혀 무관하다”면서 “그러나 현재 상황은 2015년 메르스 사태의 데자뷔를 보는 것 같다. 허위‧과장광고 상품 출시, 주식, 여야싸움 등에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인포데믹스’ 차단을 위한 수평적 소통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3일 한국헬스커뮤니케이션학회가 주최한 특별 웹포지움(WebPosium)에서는 코로나19 유행 속 인포데믹스 실태 및 대안 등에 대한 전문가 논의가 이어졌다.

박건희 안산시 상록구 보건소장은 정보전달에 있어 지역사회와 주민들의 참여가 원활한 의사소통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중앙부처간 지침이 다르고 지자체 역량이 쫓아가지 못하면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 박 소장의 설명이다.

박 소장은 “주민들에게 과학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심리방역과 과학방역이 목적이다. 믿을 만한 통로를 통해 정보가 공유돼야 하는데, 이 정보를 어떻게 하면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다”며 “특히 등교개학 후 유증상자 발생 시 대응을 두고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었다. 유증상자의 범위도 방역당국과 교육부의 지침이 조금 달랐고, 학교에서는 환자를 분별할 수 있는 역량이 되지 않아 우선 선별진료소로 보내곤 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서 (대응에 있어) 정리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앙부처의 지침만으로 대응이 다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충분한 과학적 정보를 토대로 지역사회와 주민들이 논의해 방역을 하는, 그런 풀뿌리 민주주의 역량이 있었다면 원활하게 의사소통이 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읍‧면‧동 단위의 보건복지 통합돌봄서비스와 엮어서 감염병과 비감염병을 돌보는 공동체가 있다면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정부 차원의 소통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김양중 보건인력개발원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뉴노멀 시대에서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게 될 것이다. 건강에 대한 다양한 결정 조건과, 수많은 건강기사가 나올 수밖에 없다”면서 “ 때문에 정부는 감염 시작 단계 전부터 소통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전략을 세워야 한다. 또 새로운 감염병에 대한 소통 전략 및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범조 서울시 보라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도 “인포데믹스는 엄청난 전파속도와 파급효과가 있어 피해자들에게는 심각한 피해를 입히고 사회적으로도 혼란과 갈등을 조성한다”면서 “문제는 책임의 주체가 불분명하고 가시적인 손실이 작아 경시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오 교수는 “특히 코로나19 질환 자체에 대한 관심보다는 확진자의 신상에 대한 관심이 크고, 환자와 병원, 지역사회, 중앙정부가 서로 소통하지 않고 있다는 오해도 생겨나고 있다”며 “대부분의 정보는 누군가가 특정 목적으로 가지고 생산한 주관적 가공물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인포데믹스를 예방하기 위한 책임의식 및 인프라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인포데믹스의 근원인 왜곡된 정보에 대한 검증체계를 구축하고, 피해에 대한 신속한 대처 방법이나 피해자에 대한 최대한의 도움 및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감염병의 불확실성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게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기 교수는 “신종감염병은 모르는 질병이다. 그래서 의사결정은 그때까지 밝혀진 내용을 기준으로 하고,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면 정책이 바뀔 수 있음을 의사결정자와 이해관계자 모두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uin92710@kukinews.com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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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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